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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휴가 시기변경권의 정당성

  1. 서울행정법원 2016-08-19 선고, 2015구합73392 판결
  2. 저자 김근주

【판결요지】

연차휴가 사용으로 인한 사업운영의 지장은 사용자가 인원대체 방법을 제대로 강구하지 않은 잘못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이를 이유로 한 휴가신청 불허는 정당한 시기변경권의 행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서는, 휴가를 부여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는 연차휴가를 가진 근로자가 지정한 시기에 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시기지정권). 다만 예외적으로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사용자가 휴가 시기를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하고 있다(시기변경권).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근로자가 연차휴가로 인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면 일정한 손해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러한 근로자의 부재(不在)는 노동관계법령에 따라 미리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즉 당해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연차휴가에 따른 업무상 공백은 근로자의 책임이 아니며, 사용자가 부담해야 하는 경영 범위에 속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연차휴가의 시기지정권을 행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그 기간에 출근 명령을 내리거나 근로자의 연차휴가일을 결근으로 처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으며, 「근로기준법」상 벌칙 규정(제110조 제1호)이 적용된다. 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운영상 특정 기간 동안 휴가 근로자의 부재(不在)가 사업운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칙적으로 이러한 위험도 근로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근로자로서도 연차휴가 사용으로 인해 사용자 및 구성원(다른 근로자들)의 이익을 현저히 침해하기보다는 이를 피하는 것이 인적․계속적 관계인 근로관계의 성실․배려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시기에는 예외적으로 사용자에게 연차휴가의 시기를 일시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에서는 근로자의 시기지정권과 함께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 사용자에게 시기변경권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현행 연차휴가제도는 근로자의 시기지정권에 근간하여 예외적인 경우에만 사용자가 시기변경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지만, 실무에서는 “휴가 승인”, “휴가 허가” 등과 같은 방식이 활용되는 등 시기변경권을 폭넓게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정당한 시기변경권의 요건에 관해서 검토하고 있는데, 사실 관계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원고는 상시근로자 200여 명을 고용하여 시내버스 운수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참가인(징계 대상 근로자 1․2․3:이하 ‘이 사건 근로자들’)은 원고 회사에서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는 사람이다. 이 사건 근로자들은 원고에 대해 연차휴가를 신청하였는데, 이 신청에 대해 일부 ‘불허’ 결정을 내렸다. 그럼에도 이 사건 근로자들은 연차휴가를 신청한 일자에 원고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인천시의 수입금 공동관리 준공영제(이하 준공영제)’ 대상 업체인 원고는 버스 1대의 운송비용 차감 및 과징금 처분을 받았고, 이를 근거로 원고는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징계처분(견책 및 정직)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근로자들이 원하는 시기에 휴가를 부여하지 못하고 징계처분을 한 또 다른 이유로 원고회사가 준공영제에 해당하는 회사라는 점을 주장하였다. 원고의 주장을 요약하면, ①이 사건 근로자들이 연차휴가 신청일에 연차휴가를 허용할 경우, 준공영제로 인가받은 버스노선(이 사건 근로자들이 운행한 버스노선) 결행에 따른 여객운송사업법상 100만 원의 과징금 및 운송원가 2배의 제재를 받아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받을 수 있으며, ②준공영제에 따른 채용 인원 규제, 단체협약상 기간제근로자 채용 금지 등으로 근로자들의 휴가보장을 위한 대체인력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당해 법원은, 연차휴가는 통상 예견되는 것으로 원고가 대체근로자를 충분히 확보할 의무가 있으며 준공영제하에서도 기준 인원을 초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 … 버스노선에 결행이 발생하는 것은 버스여객운송업체인 원고의 사업운영에 대한 중대한 지장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업운영의 지장은 휴가 실시 및 그로 인한 인원 대체 방법을 제대로 강구하지 아니한 원고의 잘못에 의하여 발생한 것 …”으로 보면서, 원고의 징계를 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사용자의 시기변경권 행사의 요건은 ‘사업 운영의 막대한 지장’이다. ‘사업 운영의 막대한 지장’은 사업의 규모와 상황, 업무의 성질, 업무수행의 긴박성 등을 고려하여 개별 사례마다 판단되어야 하겠지만, 근로자의 휴가로 인해 당연히 예측 가능한 사실들은 ‘사업 운영의 막대한 지장’에서 배제되어야 한다는 점은 기존 판례에서도 확인되어 왔다. 더 나아가 대상판결에서는 사업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 하더라도, 사용자에게 그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때에는 정당한 시기변경권의 행사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하였다. 이러한 해석들은 시기변경권을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인정하도록 하려는 현행 연차휴가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으로, 이번 판결을 바탕으로 연차휴가의 권리성이 좀 더 명확하게 확립되기를 희망한다. 

 

 

김근주(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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