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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재배치지원금의 요건

  1. 부산지방법원 2011.12.9. 선고, 2011구합2409 판결
  2. 저자 노호창

[판결요지]

인력재배치지원금은 사업자에게 사업의 전환에 따른 비용을 일부 지원함으로써 근로자의 실업을 막고 새로운 사업에 따른 근로자의 직업능력개발․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와 같은 입법 목적을 고려할 때 위 지원금은 당연히 종전 사업의 폐지와 함께 실질적으로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종전 사업에서 고용된 근로자 또한 새로운 전환 사업에 배치되고 종전 사업의 시설, 설비 대신 새로이 전환되는 사업을 위한 시설이나 설비의 설치, 정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 판결은 소위 ‘고용유지지원금’(그 중 ‘인력재배치지원금’)의 지급 요건에 관한 사례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기의 변동, 산업구조의 변화 등에 따른 사업규모의 축소, 사업의 폐업 또는 전환 등 소위 경영상 이유로 고용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가 사전에 고용유지조치계획서를 고용센터에 제출한 후 휴업․훈련․휴직․인력재배치와 같은 고용유지조치를 실시하고 그 기간 동안 근로자에게 임금 및 수당 등을 지급하고 고용유지조치 기간과 그 이후 1개월까지 당해 사업장 소속 근로자를 고용조정으로 이직시키지 않으면 이후 국가가 그 비용을 보전해 주는 제도다(고용보험법 제21조, 동법 시행령 제19조 참조). 고용유지지원금은 그 고용유지조치의 종류에 따라 휴업수당지원금, 휴직수당지원금, 훈련지원금, 인력재배치지원금의 네 종류로 구분될 수 있다(동법 시행령 제19조제1항 참조).

대상판결은 고용유지지원금의 네 종류 중에서 인력재배치지원금의 요건에 관하여 설시한 최초의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인력재배치지원금은 “한국표준산업분류표상의 소분류의 범주에서 다른 소분류의 범주에 속하는 새로운 업종으로 사업을 전환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설이나 설비를 설치하거나 정비하고 고용유지조치계획 신고 당시 피보험자의 100분의 50 이상을 새로운 사업에 재배치할 것”을 요건으로 한다(동법 시행령 제19조제1항제4호 참조).

인력재배치지원금의 요건은 규정상으로는 대체로 명확하게 보인다. 그렇지만 해석상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은 ‘사업의 전환’인데, 사업의 전환이 기존 사업의 폐지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냐 아니냐가 해석상 문제된다. 

대상판결에서는 법 규정에서 사업의 전환과 함께 사업의 폐업이나 규모의 축소 등이 병렬적으로 규정된 것을 이유로 인력재배치지원금의 요건으로서의 사업전환에 있어서는 종전 사업의 폐지가 전제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사안에서, 원고가 신규 사업을 하긴 했으나 종전 사업과 사업 대상 품목이 동일하여 근로자들을 특별히 교육훈련시킬 필요가 없었던 점, 신규 사업의 사무실을 마련해 두고 있었으나 종전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근로자들 또한 종전 사무실에서 근무한 것으로 보이는 점, 신규 사업의 매출은 거의 없어 주된 수입원은 여전히 종전 사업이었던 점, 신규 사업을 위한 별도의 시설 및 설비투자가 없었던 점 등을 이유로 인력재배치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전제에서, 원고는 인력재배치를 통한 고용유지를 위하여 실질적으로 필요한 사업의 전환을 한 것이 아니라 단지 인력재배치지원금을 수급할 목적으로 명목적․형식적인 사업전환의 외관을 작출하였을 뿐이라고 판단하였다.

고용유지지원금의 한 유형으로서 인력재배치지원금 또한 사업주의 고용조정의 불가피성이라는 요건을 필요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업의 전환이라는 개념이 종전 사업의 폐지나 이에 준하는 정도의 축소 등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대상판결의 입장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행 인력재배치지원금과 관련해서는 두 가지 의문점이 제기될 수 있다.

첫 번째는 인력재배치지원금의 개념과 관련된 문제다. 현행 법령상 고용유지조치로서의 인력재배치는 ‘시설ㆍ장비를 새로이 설치하거나 정비하고 새로운 업종으로 사업을 전환하여 기존 사업에 종사하던 근로자의 50% 이상을 전환업종에 재배치’하는 것만을 규정하고 있어서 인력재배치의 개념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다. 예컨대, 여러 지역에 사업장을 두고 있는 대규모 사업의 경우, A라는 지역에 있는 사업장은 경영악화로 고용조정의 불가피성이 있지만, B라는 지역에 있는 사업장의 경우 경영사정이 나쁘지 않아 추가적인 인력을 필요로 한다고 할 때, A사업장의 유휴인력을 해고하지 않고 다른 장소에 있는 B사업장으로 재배치한 경우 이러한 인력조정이 법 논리적으로 인력재배치를 통한 고용유지조치에 해당하지 못할 리가 없다고 본다. 다만, 과거 사외파견지원금이 1998년 신설되었다가 2001년 폐지된 경위, 인력재배치지원금의 업종전환 요건이 2001년 강화된 배경, 전직의 제한 법리 등을 고려할 때 인력재배치 규정에 대해서는 보다 치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는 인력재배치지원금의 취지와 관련된 문제다. 현행 법령상의 인력재배치지원금은 업종전환을 전제로 기존 피보험자의 50% 이상을 새로운 사업에 재배치하는 경우 그 비용을 지원하는 것인데, 이 경우 기존 피보험자를 고용조정하지 않고 그대로 모두 재배치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업종전환을 해야 할 정도면 기업의 재정 상황이 매우 심각하여 여력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판례가 사업의 전환에 종전 사업의 폐지가 전제된 것으로 본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인력재배치지원금의 저변에 깔려 있는 취지는 피보험자 모두의 고용을 계속 유지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적당히 인력조정을 한 후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근로자만 고용유지하라는 의미가 더욱 강한 것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업종전환은 개별 기업 내의 노동력 조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차원의 구조조정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력재배치지원금은 고용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사업주의 업종전환에 따른 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성격이 더욱 강하기 때문에 이를 산업구조조정의 차원에서 보아 고용유지지원금의 범주에 둘 것이 아니고 별도로 산업구조조정 지원이라는 별개의 제도로 구성하는 것이 더욱 타당해 보인다. 왜냐하면 고용유지지원금의 근본 취지는 고용조정의 불가피성에도 불구하고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고 휴업․휴직․훈련․인력재배치 등의 수단을 이용하여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한 비용지원이기 때문이다.

 

 

 노호창(서울대학교 공익인권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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