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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의 판단

  1. 대구고등법원 2011.4.29. 선고, 2010누2549 판결
  2. 저자 구미영

[판결요지]

<1>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목적, 급여의 기본 원칙, 수급권자 범위 및 보장비용 징수 등 규정에 비추어 보면, 부양능력 있는 부양의무자가 어떠한 이유이든 실제로 명백히 부양을 기피하거나 거부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가 되기 위한 요건인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를 충족한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2> 부양의무자인 장남이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고 부양의무자 부양기준 초과를 이유로 사회복지서비스 및 급여 부적합 결정을 한 사안에서, 부양의무자 부양 여부 조사과정에서 경제적인 문제로 부자관계가 악화되어 연락 및 왕래가 끊겼고 경제적인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고 장남이 진술한 사실 등에 비추어 볼 때,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인 장남 부부가 부모에 대한 부양을 실제로 명백히 거부 또는 기피하고 있는 이상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및 그 시행령에서 정한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생계급여, 주거급여 등에 대한 수급권을 인정받으려면 최저생계비 이하라는 소득인정액 요건, 이 법의 부양의무자가 존재하지 않거나 부양능력이 없어야 한다는 부양의무자 요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데,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기피 또는 거부하는 경우(령 제5조제4호) 등에 해당할 때를 말한다(법 제5조제3항). 또한 부양능력을 가진 부양의무자가 있는 자에게 생계급여 등이 지급되었다고 확인된 경우에는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그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의무의 범위 안에서 징수할 수 있다(법 제46조). 그런데 부양의무자의 부양 기피 또는 거부 여부를 관련 행정관청이 까다롭게 심사한 결과 급여 신청자 중 28.1%가 부양의무자 요건으로 인해 기각당하고, 부양의무자 요건 미충족으로 인한 탈락자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여서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대상판결의 사건에서도 부양의무자인 장남에게 부양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사회복지서비스 및 생계급여 등의 제공 신청을 거부한 처분의 적법성이 다투어졌다. 1심에서는 부양을 기피하거나 거부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고 항소심인 대상판결에서는 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해당 구청에서 상고하였으나 심리불속행 기각되어 확정되었다. 1심에서는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원고에 대한 부양을 할 수 없다고 장남과 큰며느리가 작성한 사유서만으로는 부양을 기피 또는 거부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거부처분의 적법성을 인정하였다. 

반면에 대상판결에서는 “이 법의 목적, 급여의 기본 원칙, 수급권자의 범위 및 보장비용의 징수 등의 규정에 비추어 보면, 부양능력 있는 부양의무자가 어떠한 이유이든 실제로 명백히 부양을 기피하거나 거부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면 이 법에 따른 수급권자가 되기 위한 요건인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를 충족한다고 해석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 법과 시행령의 입법 목적과 체계, 문언을 보건대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거부 또는 기피하는 이유와 상관없이 부양 거부 및 기피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이다. 이에 덧붙여 부양능력 없는 부양의무자가 있는 “수급권자에게 보장비용을 지급한 보장기관은 이 법 제46조에 따라 부양능력을 가진 부양의무자로부터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부양의무 범위 안에서 징수할 수 있다”고 설시하였다. 법령에 정한 바에 따라 부양 거부 및 기피 여부를 판단하여 사회복지서비스 및 급여를 선지급한 후 거짓이 있다고 확인될 경우 부양의무자에 대해 구상하는 것이 이 법의 목적에 부합한다는 관점을 취한 것이다. 부양의무자 요건 판단에 관한 법리를 설시한 후 대상판결에서는, ①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원고에 대한 부양을 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장남 부부가 작성한 사유서가 사회복지서비스 및 급여제공 신청의 첨부서류로 사용된 사실, ② 부양의무자 부양 여부 조사과정에서 원고의 장남은 조사자에게 경제적인 문제로 원고와의 관계가 악화되어 연락 및 왕래가 끊겼고 경제적인 지원도 하지 않고 있다고 진술한 사실에 근거하여 이 법 및 그 시행령에 정해진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동일한 사실관계를 두고 판단함에 있어서 공공부조의 보충성의 원리뿐 아니라 이 법의 목적을 적극 고려하여 부양 거부 및 기피 여부를 심사했다는 점에서 대상판결과 1심 판결이 차이를 보인 것이다.

대상판결과 유사하게 부양의무자 요건에 대해 판단한 사례로는 부산지방법원 2012. 4. 5. 선고 2011구합4436 판결(확정, 이하 ‘부산지법 판결’)이 있다. 결혼한 딸의 재산이 부양능력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 해당 구청에서 소명을 요구하였으나 원고의 딸이 이에 답변을 하지 않은 사실 등을 이유로 감액 처분한 것이 문제된 사건이다. 부산지법 판결은, 이 법 “제34조는 수급자에 대한 급여를 정당한 사유 없이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수급기관은 법 제23조 및 제22조에 따라 수급자에 관한 광범위한 사항에 대해 조사를 할 수 있으며 필요한 자료의 확보가 곤란한 경우 법 시행규칙 제35조에 따라 수급권자 또는 부양의무자 등에게 필요한 자료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수급자나 부양의무자가 조사나 자료 제출 요구를 2회 이상 거부, 방해 또는 기피하는 경우에는 법 제23조제3항에 따라 급여 결정을 취소하거나 급여를 정지 또는 중지할 수도 있으므로, 수급기관이 수급자에 대한 급여를 감액하는 경우에는 위 각 규정에 따라 충실하게 조사를 하여야 한다고 해석”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해석론은 부양 기피 및 거부 여부를 우선 적극적으로 심사한 후 추후 조사나 구상권 행사 등을 통해 부정수급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본다는 점에서 대상판결과 비슷한 관점이다. 또한 수급자에 대한 급여를 정당한 사유 없이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다는 제34조 규정을 부양의무자를 이유로 한 감액처분의 정당성을 엄격히 심사하는 근거로 제시하였다. 

이러한 해석론에 바탕하여, 원고가 2004년 배우자와 이혼하였고, 원고의 딸이 2006년 국민기초수급권자 신청에 따른 생활실태조사 당시 연락처나 거주지를 부모에게 알려주지 않고 부모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고 진술한 사실, 원고의 딸이 현재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를 모시고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여 원고를 부양할 수 없다고 이 소송 과정에서 제출한 사실확인서를 보건대 부양의무자가 부양하지 않는 경우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위의 두 판결과 달리 부양의무자의 기피 또는 거부 여부에 대한 수급권자의 입증 부담을 강하게 요구한 판결로는 서울고등법원 2011. 1. 11. 선고 2010누21435 판결(이하 ‘서울고법 판결’)있다. 서울고법 판결도 부산지법 판결처럼 부양의무자의 새로운 소득 발견을 이유로 생계급여를 감액한 처분의 취소를 구한 사건이다. 서울고법 판결에서는 공공부조의 보충성의 원리를 강조하는 관점을 취하였다.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를 판단함에 있어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가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모두 부양을 기피 또는 거부하는 것으로 보아 수급권자로 인정해 준다면 이 법의 기본 원칙인 공공부조의 보충성의 원리에 어긋난다”고 판시하였다. 부양능력이 미약한 부양의무자가 있는 수급권자의 경우 생계급여에서 간주부양료를 감액하여 지급받는데, 부양능력이 있는 부양의무자가 있음에도 부양의무를 기피 또는 거부한다는 사정만으로 수급권을 온전히 인정받는다면 보충성의 원리 및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논거로 제시하였다. 따라서 “단순히 부양비를 지급하지 아니한 것을 넘어서서 부양의무의 임의이행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에 해당하는 경우로 한정 해석해야”고 하였다. 부양의무의 임의이행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로 부양의무자의 부양능력이 미약한 경우, 양부모 등 혈연관계가 아니거나 학대 및 방기 등으로 인해 부양을 기대하기 매우 어려운 경우 등을 상정한 설시이다. 서울고법 판결의 이러한 판시는 “어떠한 이유이든 실제로 명백히 부양을 기피하거나 거부하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면”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대상판결과 대조된다. 대상판결과 서울고법 판결의 이러한 차이는 보충성의 원리를 중심으로 이 법을 해석하는지, 최저생활의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을 중심으로 해석하는지 여부에 따라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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