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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법의 시행 이후 갱신기대권의 인정 여부

  1. 서울고등법원 2011.4.14. 선고, 2010누33971 판결
  2. 저자 김홍영

[판결요지] 

원고는 기간제근로자보호법 제4조제2항에 따라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경우 무기근로자로 전환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되자 같은 조 제1항 단서에 따라 2년의 기간을 초과하여서도 계속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할 수 있는 박사 등 자격 소지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전문직 근로자들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재계약을 거부할 것을 계획한 후 참가인에게 이 사건 재계약 거부를 하였는바,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재계약 거부의 합리적인 이유라고 볼 수 없고, 달리 참가인이 원고의 주장처럼 단순히 사이버교육 제도의 도입 및 구축을 위한 업무만을 위하여 일시적으로 채용되었다거나, 이 사건 재계약 거부 무렵에 원고가 참가인의 도움 없이 사이버교육 업무를 처리할 능력이 생겼다거나 또는 ‘전문직직원운영세칙’ 제10조제2항 각 호에서 정하고 있는 계약해지사유가 존재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기간제 근로자는 사업장에 일자리가 계속 유지되지만 자신의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되었다는 이유로 재계약이 되지 않을까 고용불안이 있다. 최근 판례 법리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무효라는, 이른바 갱신기대권 법리를 발전시켜 왔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기간제법에서는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2년을 초과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여(제4조), 2년까지는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를 제한 없이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도 널리 퍼져 있다. 그래서 판례가 인정하는 갱신기대권 법리가 기간제법 시행 이후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 점에 대해 앞서 최석환 박사는 노동판례리뷰에서 서울고등법원 2011. 8. 18. 선고 2011누9821 판결을 소개하면서, 기간제법 시행 이후 ‘신규로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의 경우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재계약 기대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법 잠탈을 위한 사용자의 명시적 시도에 대응할 수 없게 된다고 판결을 비판하였다. 이 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신규로 체결되는 기간제 근로계약은 근로관계가 2년의 기간 내에 종료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반면 근로자에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그 판결(편의상 ‘후판결’이라 말한다)을 내린 재판부(동일한 판사 구성)는 몇 개월 전에 입장이 다르게 보이는 판결(편의상 ‘선판결’이라 말한다: 서울고등법원 2011. 4. 14. 선고 2010누33971 판결)을 내린 바가 있다. 필자는 이 판결을 소개하면서 기간제법의 시행에 따라 갱신기대권 법리가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두 판결의 결론은 다르다. 선판결은 갱신기대권을 인정하고 정당한 기대를 위반한 부당해고라고 결론을 내렸으나, 후판결은 갱신기대권을 부정하였다. 두 판결은 사실관계도 다르다. 첫째, 선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전부터 고용되어 계속 갱신되어 오다가 기간제법이 시행된 후의 사용기간이 2년이 되는 시점에서 재계약을 거절하였으나(기간제법 시행 이후 계약기간은 2007. 7. 1.부터 2008. 6. 30.까지 1년 기간 재계약, 2008. 7. 1.부터 2009. 6. 30.까지 1년 기간 재계약), 후판결은 기간제법 시행 이후 신규로 채용되었다가 사용기간이 2년이 초과될 수 있는 재계약을 거절하였다(기간제법 시행 이후 계약기간은 2008. 6. 19.부터 2008. 12. 31.까지 약 반년 기간 신규계약, 2009. 1. 1.부터 2009. 12. 31.까지 1년 기간 재계약). 둘째, 선판결은 취업규칙 등에서 갱신 요건을 정하는 등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는 사실관계인 반면, 후판결은 취업규칙, 채용공고 등에서 2년 사용으로 무기계약으로 전환되지 않음을 명시하는 등 갱신기대권이 부인될 수 있는 사실관계다.

재판부는 후판결에서 사실관계 차이의 뒷부분을 강조함으로써 갱신기대권을 부인할 수도 있었지만, 앞부분의 차이를 중시하여 갱신기대권을 부인하였다고 보인다. 

선판결에서는 “재계약의 정당한 기대권은 채용의 근거가 된 계약이나 취업규칙의 재계약 관련 규정에서 발생하는 권리이고, 기간제근로자보호법 제4조가 그와 같은 재계약 관련 규정을 특별히 제한하는 규정이라고는 보이지 아니하므로, 기간제 근로자 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 근로자 등의 근로조건 보호 강화에 입법 취지가 있는 기간제근로자보호법의 시행을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오히려 기간제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재계약 기대권의 법리를 제한하여야 하는 사정 변경으로 볼 수는 없다”, “재계약 기대권이 인정된 결과 재계약이 체결되고 여기에 기간제근로자보호법 제4조가 적용되어 결국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시점에서 위 재계약이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면, 경우에 따라 계약 당사자가 의도하지 아니하였던 계약을 강제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으나, 무기계약 전환이라는 결과는 재계약 기대권 법리의 직접적 귀결이 아니라 기간제근로자보호법 제4조에 따른 것이므로, 그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미 발생한 재계약 기대권을 부정하거나 제한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기간제법이 시행되도 갱신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후판결은 “위 규정들의 입법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 근로자 지위의 안정화라는 목표와 사용자가 경기 변동에 따라 고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라는 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하기 위함이고, 이러한 입법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법 제4조제2항은 강행규정으로 봄이 타당하다”, “위 규정들의 내용과 체계 및 입법 취지, 기간제법이 기간제 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을 원칙적으로 2년으로 제한할 뿐 다른 나라의 입법례처럼 기간제 근로계약의 재체결에 정당한 객관적 사유의 존재를 요구하거나 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적 체결이 가능한 횟수를 제한하고 있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는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2년의 기간 내에서 계약기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음은 물론 동일한 내용으로 반복하여 체결할 수도 있지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때에는 해당 기간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서의 지위가 인정되므로, 기간제법 시행 이후에 신규로 체결되는 기간제 근로계약은 근로관계가 2년의 기간 내에 종료될 것이 예정되어 있는 반면 근로자에게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재계약이 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여 다른 논리를 편다.

후판결의 논리라면 앞으로는 점차 갱신기대권의 법리를 통해 고용안정을 ‘기대’함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과연 기간제법 시행 이후 ‘신규로’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이라는 것이 중요할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판결에서도 기간제법 시행 이후 두 번의 재계약 체결이 있었다. 갱신기대권의 인정은 그 전에 재계약되었던 적이 있었는지가 결정적인 것이 아니라, 최후의 계약이 체결될 때부터 갱신이 거절될 때까지 사이에 근로계약이 갱신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되었는지가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그러한 기대의 형성에 기간제법 시행은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해석하여야 한다. 기간제법 제4조제1항에서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규정이 강행규정이라 하여, 사용자에게 2년까지는 어떠한 제한도 없이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첫째, 기간제법 제4조 규정의 의미는 사용자의 기간제 사용을 제한하는 데에 있지, 기간제 사용의 자유를 보장하는 데 있지 않다. 사법관계에서의 강행규정성은 사인(私人) 간의 합의나 의사를 무효화하는 데에 있다. 동 규정의 강행규정성은 사용자에게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할 수 없다고 제약하는 데에 있지, 사용자에게 2년까지 기간제 사용을 제약하여서는 안 된다는 데에 있지 않다. 사용자가 취업규칙 등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1년까지만 사용하고 1년을 초과하여 사용하는 경우 무기계약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한다는 제약을 스스로 설정하여도 기간제법 제4조의 위반이 되지 않는다. 사용자가 취업규칙 등에서 재계약 요건 등을 규정함으로써 계약을 갱신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형성할 수도 있으며, 그것은 기간제법 제4조의 위반이 아니다.

둘째, 갱신기대권의 법리는 기간 만료의 법리보다 적용에 있어 상위의 위상을 갖는다. 기간의 만료로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됨은 근로계약에서 기간을 설정한 합의에 근거한다. 반면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면서 갱신 거절을 제한하는 법리는 갱신 거절이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고 평가하여 근로기준법 제23조제1항에 궁극적인 근거를 갖는다. 

셋째, 기간이 갱신되어 2년 이상 사용되는 경우 무기계약으로 전환되는 효과는 갱신기대권 법리의 적용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기간제법 제4조의 적용에 따른 결과다. 사용자는 2년 이상 사용될 갱신에 대하여는 갱신기대권이 형성되지 않도록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지, 기간제법 제4조가 존재함을 이유로 갱신기대권이 형성되지 않는다고 부인하거나 이미 형성된 갱신기대권을 적용할 수 없다고 부인할 수 없다.

비록 선판결과 후판결 모두 갱신기대권에 대한 최근의 대법원 판결인 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을 참조하지 못해 문구에 있어 다소 불충한 점도 보이지만, 위와 같은 논거에서 선판결이 선례로서 가치가 더 높다고 생각된다.

 

 

 김홍영(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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