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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 파업

  1. 대법원 2012-01-27 선고, 2009도8917 판결
  2. 저자 조용만

[판결요지] 

<1> 업무방해죄는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경우에 성립하며(형법 제314조제1항), ‘위력’이란 사람의 자유의사를 제압ㆍ혼란케 할 만한 일체의 세력을 말한다. 쟁의행위로서 파업(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제6호)도, 단순히 근로계약에 따른 노무의 제공을 거부하는 부작위에 그치지 아니하고 이를 넘어서 사용자에게 압력을 가하여 근로자의 주장을 관철하고자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중단하는 실력행사이므로, 업무방해죄에서 말하는 위력에 해당하는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근로조건 향상을 위한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지므로(헌법 제33조제1항), 쟁의행위로서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ㆍ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대법원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노조의 2008. 1. 23.자 파업은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쟁의행위의 진행 중 회사가 단체협약안을 부정하는 내용의 일방적인 성과급제를 실시하자 이에 반발하여 실시된 것으로, 노사 간의 단체협약, 성과급제 도입에 관한 그간의 노사 간의 입장차와 그 논의과정을 고려하면 위 파업의 목적 또한한 노조가 궁극적으로 관철하고자 한, 2007. 11. 22.자 쟁의행위의 목적인 단체협약의 갱신과 단절되고 관련 없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회사로서는 위와 같은 노조의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쟁의행위 중에 일방적으로 성과급제를 실시할 경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살펴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주도한 이 사건 파업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형법 제314조제1항 소정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은 2011. 3. 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2011년 전원합의체 판결’이라고 함)에서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 요소인 ‘위력’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였고(위 판결요지 1 참조), 이에 반하는 선례의 견해(즉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근로의 제공을 거부하여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운영을 저해하고 손해를 발생하게 한 행위가 당연히 위력에 해당하는 것을 전제로 노동관계 법령에 따른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아닌 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는 취지의 견해)를 변경하였다. 2011.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면, 파업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파업 개시의 전격성과 그에 따른 파업 결과의 중대성) 경우에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ㆍ혼란케 하는 위력에 해당한다. 2011. 전원합의체 판결은 근로자들의 집단적 작업 거부라는 부작위 형식의 단순파업도 위력에 해당할 수 있음을 인정한 점에서 한계가 있지만, 위력의 개념을 좁게 해석하여 업무방해죄의 적용 가능성을 축소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렇지만 2011. 전원합의체 판결 사건에서 노동조합의 파업은 구 노조법상 직권중재 회부에 따른 쟁의금지규정 등에 반하여 강행됨으로써 사용자가 이를 예측할 수 없었고, 파업의 결과 수백 회에 이르는 열차 운행의 중단으로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예기치 않은 중대한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인정되었다.

2011.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대법원은 2011. 7. 14. 선고 2009도11102 판결에서 노동조합 지회장이 평일 체육대회를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개최하였다고는 볼 수 없고, 그 체육대회로 인하여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였다고도 할 수 없으며, 조합원의 대다수가 체육대회에 참가함으로써 집단적으로 노무제공을 거부하였더라도, 이로 인하여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ㆍ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 환송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2011. 10. 27. 선고 2010도7733 판결에서 2008. 7. 파업으로 인한 각 업무방해 여부에 관련하여 근로자 182명 중 9명이 부분파업에 참여하는 등 그 파업 규모에 비추어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이나 막대한 손해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없는 사업장까지 업무방해죄의 피해 사업장으로 적시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이 부분 공소 사실에 적시된 사업장들 가운데 일부는 사용자의 사업 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ㆍ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여 업무방해죄를 인정한 원심 판결의 부분을 파기 환송한 바 있다.

대상판결은 업무방해, 노조법 위반, 집시법 위반 여부가 문제된 사안이다. 파업에 따른 업무방해와 관련하여 원심은 피고인들의 파업 주도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그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는 2011.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의 위력 업무방해죄에 관한 판례 법리에 근거한 판단이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사건 파업은 협약 갱신을 위한 쟁의행위 진행 중에 회사가 협약안을 부정하는 내용의 일방적인 성과급제를 실시하자 이에 반발하여 실시된 것으로 그 목적이 협약의 갱신과 관련 없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또한 회사로서는 위와 같은 노조의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쟁의행위 중에 일방적으로 성과급제를 실시할 경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파업은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위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원심과 달리 대법원은 2011.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판시된 새로운 법리에 근거하여 피고인들의 파업 주도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본 것이다(단, 원심이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잘못이나 무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하여 결과적으로 원심의 판단에는 위법이 없다). 대상판결은 2011.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 요소인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일련의 대법원 판결례 중 하나다. 특히 대상판결은 교섭 결렬, 조정 종료, 파업 의결 등 쟁의의 원인이 된 사항(예:이 사건 성과급제의 도입)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실시함으로써 그에 반대하는 노동조합의 파업이 개시된 경우 파업의 전격성(즉 업무방해죄의 위력 해당성)이 부정됨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유의미하다. 

 

 

 조용만(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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