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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위원회에서 징계사유의 추가와 소명권의 침해

  1. 대법원 2012-01-27 선고, 2010다100919 판결
  2. 저자 박수근

[판결요지]

인사규정에서 징계요구권자와 징계위원회가 구분된 경우라면 징계위원회는 징계의결이 요청된 징계사유에 대해서만 심리ㆍ판단하여야 하고 징계사유를 근본적으로 수정하거나 징계의결 요구 이후에 발생한 사정 등을 징계사유로 추가하여 징계의결을 할 수 없는데, 이 사건에서 징계위원회는 징계사유를 추가하였고 또한 징계대상자에게 출석하여 변명과 소명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여 징계절차를 위반하였으므로 징계해고는 무효다. 

 

피고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며, 원고는 피고의 행정직 3급으로 근무하다가 2009. 10. 29. 해임된 사람이다. 원고는 2회에 걸쳐 피고의 전 직원이 볼 수 있는 내부통신망의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행위로 징계에 회부되었고, 술을 마신 채 징계위원회에 출석하였고 징계해고가 통보되었다. 원고는 글을 게시한 행위는 인사규정에 위반되지 않으며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도 징계양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특히, 징계위원회는 징계권자가 요구하지 않은 징계사유를 추가하여 징계하였고 소명권을 박탈하는 등 징계절차를 위반하여 무효라고 주장했다). 피고는 징계위원회가 징계사유를 추가한 것이 아니라 징계양정으로 참작한 것에 불과하고 소명권을 침해한 바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원심법원은 “① 원고는 2009. 7. 17.자 게시글에서 저속한 표현을 쓰면서 근거 없이 피고의 방침을 비판한 점 및 2009. 7. 21.자 게시글에서 피고의 인사원칙에 따라 전보된 인력관리실장(소외인)이 인사상 특혜를 입었다는 취지로 표현하여 소외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피고의 인사정책을 왜곡한 점에서 피고의 인사규정을 위반하였다. ② 원고는 징계위원회에 술을 마신 채 출석하여 징계위원의 질문에 불성실하게 답변하였고 종전에도 징계처분을 받은 사실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징계양정도 타당하다. ③ 해임통지서에는 구체적인 징계사유로서 2회의 게시글 이외에 ‘음주 상태로 징계위원회에 참석하여 불량한 진술 태도를 보이며 개전의 정이 전혀 없는 점 등 직원으로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인정되어 인사규정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기재되어 있으나, 이것은 정식 징계사유로 판단된 것이라기보다는 징계양정 자료의 하나로서 참작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가사, 이것이 해임처분에서 정식 징계사유의 하나가 되었다고 하여도 원고가 징계위원회에 참석하여 친척 장례 문제 등으로 술을 마셨다고 설명하였으므로 충분히 진술과 반박의 기회를 가졌다고 할 것이어서 징계절차에서 원고의 소명권이 침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첫째, 원고의 게시글에 관한 것이다. 2009. 7. 17.자 글을 올린 행위는 피고의 인사규정을 위반하여 징계사유가 되지만, 2009. 7. 21.자 글에는 소외인의 개인적인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는 표현들이 있으나 전체적인 글의 취지는 피고의 이사장에게 전보인사의 원칙을 지켜 자의적 인사의 폐해를 방지해 달라고 건의하는 것이고, 그 내용도 전체적으로 보아 진실하므로 근로자의 정당한 활동 범위에 속하여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둘째, 피고로부터 징계의결 요구를 받은 징계위원회가 원고에 대한 구체적인 징계사유를 설명하면서 징계사유의 하나로 ‘진술시 품위손상’을 명시하고 있으므로 이것은 징계위원회가 징계의결 시 별도의 독립한 징계사유로 삼았다고 보아야 한다. 셋째, 징계위원회는 원고에게 ‘품위손상’이 징계사유로 된다는 점을 징계위원회 개최 중에라도 전혀 고지하지 않았으므로 원고가 음주 상태로 징계위원회에 출석하게 된 경위에 대해 답변하였다고 하여도 원고가 징계사유에 대한 변명과 소명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법률적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인사규정 등에서 징계요구권자와 징계위원회가 분리된 징계절차라면 징계요구된 사유에 한해서만 징계위원회가 심리할 수 있다. 이것은 징계요구권자와 징계위원회의 권한 범위 및 이에 관한 규정을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징계회부된 자의 보호를 위해서도 요청된다. 또한 징계요구권자 또는 징계위원회가 징계사유를 추가하려면 징계에 회부된 근로자의 변론 및 소명권을 보장하기 위해 그 사유와 내용을 명확하게 고지하거나 추후 징계위원회를 개최하는 등으로 징계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대법원이 원심판결을 파기한 것에는 법리적 쟁점 이외에 징계양정에 관한 특수성도 영향을 미쳤다고 추정된다. 즉, 징계의결이 요청된 2회의 글을 올린 행위에서 일부는 정당한 행위로 판단되어 그 나머지 행위만으로는 해임처분이 너무 과도하다는 점이다. 이런 점이 사실이라면 판결에서 법리적 해석과 사실관계는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게 됨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대법원이 징계사유의 추가와 소명권의 보호에 관해 원심법원이 놓친 법리적 쟁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였으나 현실적으로 곤란한 점도 있다. 징계위원회의 심리 중에 징계사유를 구체화시킨 것에 불과한지 아니면 추가하였는지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징계회부 시 또는 징계회의 참석을 위한 통보 시에 징계사유를 법리적으로 정리하여 보내기도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추상적인 징계사유와 내용을 기재하고 징계위원회의 심리에서 더욱 구체화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피고는 규모가 큰 사업장인 관계로 인사규정에서 징계요구권자와 징계위원회 또는 징계절차가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으나 소규모 사업장이거나 인사규정에 징계절차가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라면 징계사유를 추가하였는지 또는 인사규정을 위반한 징계절차이었는지를 판단하기는 곤란할 수 있다. 

 

박수근(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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