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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지위 취득 전 담보물권이 설정된 채권과 임금채권 최우선변제권 간의 우열관계

  1. 대법원 2011.12.8. 선고, 2011다68777 판결
  2. 저자 노호창

[판결요지]

근로기준법 제38조제2항은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공익적 요청에서 일반 담보물권의 효력을 일부 제한하고 최종 3개월분의 임금과 재해보상금에 해당하는 채권의 우선변제권을 규정한 것이므로, 합리적 이유나 근거 없이 그 적용대상을 축소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 그런데 근로기준법 제38조제2항은 최종 3개월분의 임금채권은 같은 조 제1항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 또는 저당권에 따라 담보된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사용자가 그 사용자 지위를 취득하기 전에 설정한 질권 또는 저당권에 따라 담보된 채권에는 우선하여 변제받을 수 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최종 3개월분의 임금채권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사용자가 그 사용자 지위를 취득하기 전에 설정한 질권 또는 저당권에 따라 담보된 채권에도 우선하여 변제되어야 한다.

 

 

임금, 재해보상금 등 근로관계로 인한 채권과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설정된 질권 또는 저당권에 의해 담보된 채권 및 조세․공과금 사이에 있어서 우열관계에 관하여 근로기준법은 제38조에서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다. 동조 제1항은 임금채권 우선변제를, 동조 제2항은 임금채권 최우선변제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퇴직금에 관해서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12조 제1항과 제2항에서는 근로기준법과 동일하게 우선변제, 최우선변제를 각각 규정하고 있다(이하 임금, 재해보상금, 퇴직금을 포함하여 ‘임금채권’이라 한다). 이에 따라 변제의 우열관계는, ‘최종 3월분의 임금, 재해보상금, 최종 3년간의 퇴직금’—‘질권ㆍ저당권부 채권에 우선하는 조세ㆍ공과금’—‘질권ㆍ저당권부 채권’—‘나머지 임금채권’—‘조세ㆍ공과금’—‘일반채권’ 순서로 정리된다.

그런데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질권ㆍ저당권에 의해 담보된 채권과 근로자의 최종 3월분의 임금채권 사이의 변제에 있어서 우열관계는 이 순서가 언제나 관철되는 것이 아니라 그 전제가 되는 사정이 어떠냐에 따라 다르게 판단되어 왔다. 예컨대 사용자가 재산을 특정승계 취득하기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부 채권에 대해서 종전 판결들은 임금채권의 최우선변제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여 그 경우에는 담보물권부 채권이 오히려 우선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사용자가 재산을 특정승계하기 전에 담보물권이 설정된 경우 이외에는 그 우열관계가 어떻게 되는가? 대상판결은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한 가지 사례로서 임금채권 최우선변제권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사용자가 그 사용자 지위를 취득하기 이전에 설정된 담보물권부 채권에 대하여 우선한다고 판시하였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부동산 소유자가 신용협동조합의 대출금 채권에 대하여 자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이후 사업체를 설립하여 사용자가 되었다가 경영악화로 폐업하게 되자 근로복지공단이 근로자들에게 최종 3월분의 임금을 체당금으로 대신 지급하였고 이후 부동산 경매절차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최종 3월분의 임금채권을 대위행사하여 담보물권부 채권과의 우열관계가 문제되었다. 

대상판결에서 대법원은 임금채권 최우선변제에 관하여, 근로자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자 하는 공익적 요청에서 일반 담보물권의 효력을 일부 제한하는 것을 인정한다는 취지에서 합리적 이유나 근거 없이 법률 명문 규정의 그 적용대상을 축소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지극히 당연하게 보이는 판시를 하고 있다. 이는 특히 우리 근로기준법에서 임금채권 최우선변제와 관련하여 특별히 명문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즉 임금채권 최우선변제와 관련해서는 근로자의 최저생활 보장이라는 공익적 요청 내지 사회정책적 목적 달성을 위하여 거래의 안전이 일정부분 희생되는 것을 감수하도록 우리 입법자가 이미 예정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임금채권 최우선변제의 대상이 되는 ‘사용자의 총재산’은 다른 채권과 변제 청구가 경합하는 것을 당연히 예정하고 그 시점을 기준으로 사업주인 사용자에게 속하는 모든 재산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위 변제청구 경합 시점을 기준으로 임금채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의 재산에 속하는 한, 사용자가 그 재산을 취득하기 전에 그 재산에 담보물권이 설정되어 있었다거나 혹은 사용자 지위 취득 전에 담보물권이 설정되었다 하여 사용자의 총재산에서 제외시켜 임금채권의 최우선변제 효력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임금채권 최우선변제권에 대하여 종래 대법원도 지속적으로 사회정책적 관점에서 파악해 왔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상법상의 선박우선특권 있는 채권과 임금채권 최우선변제의 우열관계가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각 우선특권의 입법 취지를 비교해 볼 때 임금채권 최우선변제권이 우선한다고 판시한 바 있고, 근로복지공단이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라 근로자에게 최종 3월분 임금 및 최종 3년간 퇴직금 일부를 체당금으로 지급한 후 배당절차에서 최우선변제권이 있는 근로자의 나머지 임금 등 채권과 근로복지공단이 대위하는 채권 사이의 배당 순위가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최우선변제권이 있는 근로자의 나머지 임금 등 채권이 공단이 대위하는 채권에 대하여 우선변제권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처럼 임금채권 최우선변제와 관련하여 종래 대법원이 사회정책적 관점에서 파악해 왔고 임금채권 최우선변제의 대상이 되는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이 “사용자가 재산을 특정승계하기 이전에 설정된 담보물권부 채권에 대해서는 임금채권 최우선변제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종전 판결들을, 단지 이 사건에 원용될 수 없다고만 하고 있을 뿐 폐기하지는 않았다는 점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종전 판결들은 특정승계의 경우에 임금채권 최우선변제를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담보권자가 담보권 설정자가 아닌 담보 목적물 양수인이 지는 부담에 의하여 담보권을 침해당할 수 없다”고만 언급할 뿐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고 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상판결은 문제된 사안의 경우 “담보물권이 설정된 재산이 이전되지 않고 단지 사용자 지위의 취득시기가 담보물권 설정 후인 점”에서 종전 판결들의 사안과 구별된다고 하였을 뿐이다. 그런데 과연 종전 판결들의 사안과 대상판결의 사안이 본질적으로 다른 것인지 의구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종전 판결들에서 임금채권 최우선변제를 부정하는 근거는 사용자가 특정승계한 담보물권부 채권에 대해 임금채권의 최우선변제권 발생을 허용한다면, 이는 우연한 사정에 의해 담보물권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입히기 때문이라고 읽혀지고 있는데, 이는 대상판결의 경우에도 부동산 소유자가 사용자 지위를 취득한다는 것 역시 예측할 수 없는 우연한 사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즉 담보물권자의 예측 가능성을 판단기준으로 삼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게다가 임금채권 최우선변제권은 소액임차인에게 인정되는 최우선변제권과의 우열관계가 문제될 때 배당에 있어 상호 동등한 순위의 채권으로 취급되고 있는데 영세임차인을 위한 소액보증금 최우선변제권에 대하여는 소액보증금이 다른 어떠한 권리에도 우선하여 변제받게 되는 반면, 근로기준법상의 임금채권 최우선변제권에 있어서는 경우를 나누어 사용자가 재산을 특정승계 취득하기 전에 설정된 담보물권에 대하여 임금채권의 최우선변제권을 부인하는 것은 서로 균형도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임금채권 최우선변제권이나 소액보증금 최우선변제권이나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 보호라는 사회정책적 목적은 일치하기 때문이다.

이미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어서 임금채무를 부담하고 있고 따라서 임금채권 최우선변제에 의하여 담보물권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담보물권을 설정하는 경우와, 근로자를 채용하고 있지 않아서 임금채무를 부담할 일이 없는 사람에게 담보물권을 설정하는 경우에 있어서, 담보물권자의 예측 가능성은 분명히 다르다. 특히 후자의 경우에 담보물권 설정 이후 담보물권 설정자가 사업을 시작해서 사용자의 지위를 취득하여 임금채무를 부담하게 된다면 담보물권자에게 더욱 큰 불측의 피해가 생길 수 있으므로, 종전 판결들의 논리로 보자면 오히려 최우선변제가 제한되어야 하는 것이 타당하게 된다. 즉 담보물권자의 예측 가능성이라는 판단기준에서 보자면 종전 판결들은 대상판결에 원용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논리적으로는 타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상판결은 임금채권 최우선변제의 입법 취지를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종전 판결들을 폐기했어야 한다. 종전 판결들이 전제하고 있는 담보물권자의 예측 가능성 여부는 임금채권 최우선변제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으로서 적절하지 않다. 

종전 판결들이나 대상판결이나 공통적으로 논거 제시가 거의 없거나 제시된 논거가 짧아서 밝히고자 하는 바의 근거가 불분명하고 명쾌하지 못한 면이 있다. 다만 대상판결이 최종 3월분의 임금채권이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하여 사용자가 그 사용자 지위를 취득하기 전에 설정한 담보물권에 의해 담보된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되는가에 대하여 적어도 담보물권자의 예측 가능성을 그 법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지 않은 점에서는 타당한 판결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대상판결이 종전 판결들을 부정하는 데에는 이르지 않았지만 적어도 근로기준법의 명문 규정의 해석 방향에 대한 일종의 지침을 내려주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 밖에 최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임금채권에는 최종 3월분의 임금, 재해보상금, 최종 3년간의 퇴직금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에 그 액수가 적지 않고 또 이러한 권리는 근로자의 배당 요구 당시 사용자와의 근로관계가 이미 종료된 자에게도 인정되기 때문에 그만큼 다른 권리자에게 불측의 손해를 줄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다른 권리자와의 적절한 이익조정을 위해서 추후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예를 참조하여 최우선변제권이 인정되는 범위를 사용자의 총재산 가액의 일정 범위 내로 줄이거나, 최우선변제의 대상이 되는 사용자의 총재산을 일정한 범위로 한정하는 방법 등 입법적 개선이 요구될 수 있겠다.

 

 

 노호창(서울대학교 공익인권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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