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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한 단체협약에 대한 행정기관의 시정명령

  1. 대전지방법원 2012-01-18 선고, 2011구합183 판결
  2. 저자 강선희

[판결요지] 

해고자 조합원 자격 조항이 해고된 자에 관하여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만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고 정하지 아니하고 법원에 소를 제기하여 해고를 확정하는 대법원의 판결이 있기 전까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한다고 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를 노조법 제2조제4호 라목에 위반된다고 보아 시정을 명할 수 없다.

 

 

고용노동부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장(피고)은 (주)나스테크 등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소속 7개 지회와 (주)나스테크 등 7개사가 체결한 단체협약 내용 중 해고자 조합원 자격 조항 등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라 함)에 위반된다고 2010. 9. 6.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위한 의결을 요청하였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10. 10. 19. 단체협약의 내용 중 한 개의 조항을 제외한 모든 조항이 노동관계법령에 위반된다고 의결(충남2010의결8~14)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는 2010. 11. 11. 단체협약에 대한 시정을 명하였다. 금속노조는 단체협약 시정명령 취소소송을 제기하였고, 대전지방법원은 시정명령의 일부를 취소하는 판결하였다.

이 사건에서 시정명령의 대상이 된 단체협약의 조항을 보면,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자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나 소송을 제기하였을 때 최종 판결 시까지 조합원 자격을 보유하며, 회사는 사내 조합 활동과 회사 출입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취지의 약정은, (구)노조법 제3조제4호 라목 단서에 있었던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자를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하여서는 아니 된다”라는 규정이 1996. 12. 31. 개정을 거치면서 현행(“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하여서는 아니 된다”)과 같이 제한되자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종전 법규정과 같은 내용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다. 충남지노위는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자의 조합원 자격을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확대하거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여부를 명시하지 않거나, 막연히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자로 규정하여 사실상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로 확장하였으므로 근로자의 조합원 자격 유지기간과 요건을 규정한 노조법 제2조제4호 라목에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하였다. 반면 위 대전지방법원은 “노조법 제2조제4호 라목 단서는 사용자와 직접 근로관계를 맺고 있는 근로자를 구성원으로 하는 기업별 노동조합을 전제로 하여 둔 규정으로서, 원고처럼 원래부터 일정한 사용자에의 종속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산업별 노동조합의 경우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므로, 위 해고자 조합원 자격 조항이 노조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위 판결요지와 같이 판단하였다.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자에 대한 조합원 자격유지 및 조합활동 보장 조항에 대한 행정관청의 시정명령은 위법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전지방법원과 결론을 같이하나 그 논거는 다르다. 

첫째, 노조법 제2조제4호는 ‘노동조합’에 대한 정의규정으로서 노동조합의 설립단계에서 근로자가 아닌 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한 경우에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규정이다. 그러나 위 조항은 對사용자관계에서 적법하게 조합원이었던 자가 이 협약체결 주체인 사용자로부터 해고된 경우 최종 판결 때까지 해당 사용자가 단체교섭․쟁의행위 등을 포함한 조합활동 및 조합사무실․회사 출입 등을 침해하지 않고 이를 보장해 준다는 취지의 약정이다. 따라서 협약체결 주체인 사용자가 노조법 제2조제4호 라목 단서에서 정한 규정보다 조합원 자격인정 기간을 늘려 대법원 확정판결이 있을 때까지(잠정적인 기간 동안) 제반 조합활동 및 회사 출입을 제한․방해하지 않겠다고 약정한 것은 협약자치의 영역에 속한다 할 것이므로 이에 대한 시정명령은 위법하다고 본다.

둘째, 지노위․행정관청은 위 노조법 규정을 강행규정으로 보고 양면강행성을 갖는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 위 노조법 규정은 노동조합 설립단계에서 별도의 약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의 설립 및 존립에 사용자에 의해 부당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그래서 별도의 약정은 조합원 자격유지 기간을 단축할 수는 없어도 연장하는 것은 가능하다. 시정명령의 대상은 위법한 단체협약의 내용에 국한된다. ‘위법’은 노동관계법령에 규정된 강행법규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단속규정이나 임의규정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 노조법 제3조제4호 라목 단서를 위반한 경우에 대해 노조법은 별도의 형사처벌을 예정하고 있지 아니하나 행정관청의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아닌 형사처벌(노조법 제93조의 벌칙 :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결국 행정관청이 처벌하기 위한 구성요건을 창설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설사 노조법 제2조제4호 라목 단서를 양면강행성을 가진 강행규정으로 보고 이에 대하여 형사처벌을 부과하였다고 하더라도, 이의 위반은 실제 해고된 자가 발생하여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에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고 위와 같은 취지의 단체협약을 현실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경우라야 ‘법위반’이 확인되어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해고된 자가 발생하지 않아 위와 같은 취지의 단체협약의 실제적 적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위반행위가 없음) 단체협약에 위법한 내용이 있다는 것만으로 시정명령의 대상이 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행정형벌을 부과하는 것은 행정형법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 

넷째, 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조합원 자격요건 또는 조합임원 자격요건의 결정은 노동조합이 그 재량에 따라 규약으로 정할 문제이고 행정당국은 노동조합의 이러한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어떠한 개입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보고, 우리 정부에 해고근로자 및 실업자에 대한 조합원 자격 부인하는 노조법 제2조제4호 라목 등의 폐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 권고의 취지에 비추어 보아, 행정관청은 시정명령제도를 활용하여 노동조합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서 조합원 자격유지 조항에 대한 시정명령은 행정관청의 권한 남용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지적은 비단 단체협약 내용 중 조합원 자격유지 기간 및 조합활동 보장 조항에 대한 시정명령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조항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운 행정관청에 의한 단체협약의 시정명령제도는 협약자치를 존중하는 단체협약 법체계에서 볼 때 협약자치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행정관청은 이러한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강선희(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학술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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