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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된 경우 업무상 재해의 인정 여부

  1. 대법원 2022-05-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2. 저자 조재호

【판결 요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본문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망’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하여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하여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아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망인은 출장 후 복귀하기 위해 업무용 차량을 운전하던 도중 중앙선을 침범하여 반대편에서 진행하던 트럭과 충돌하여 사망하였다. 망인의 중앙선 침범 이유가 무엇인지는 규명되지 않았고, 혈액감정 결과 망인의 음주운전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수사기관은 사고의 원인을 졸음운전으로 추정하였고, 망인은 1992.3.20.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교통법규 위반 내지 교통사고 전력은 없었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이 중앙선 침범에 따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의 범죄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하였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 

대상판결의 제1심은 「산재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범죄행위는 고의ㆍ자해행위에 준하는 행위로서 산재보험법과 산재보험수급권 제한사유의 입법취지에 따라 해석ㆍ적용되어야 하고, 중앙선 침범 등 교통사고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하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범죄행위에 당연히 포함된다고 할 수 없으며 위반행위와 업무관련성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면서 망인의 과실로 사고가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출장 후 복귀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항소심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범죄행위는 형법 등에 위배되는 모든 범죄행위를 의미하고 고의ㆍ자해행위에 준하는 경우로 한정하여 해석할 수 없는데, 망인의 중앙선 침범 행위는 범죄행위로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정당하다고 하여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대상판결은 망인의 사망이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망인의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큼에도 불구하고,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 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이 범죄행위로 인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는 근거는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제재를 통해 공동체의식을 보호하는 데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이 문제되는 경우는 출퇴근 도중 또는 운전 과정에서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도로교통법위반죄 중 상당수는 법정형이 높지 않고 통고처분의 대상이 되어 실제로 형사처벌까지 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이러한 경우에도 재해를 당한 근로자에게 징벌적 제재를 가하는 것이 산재보험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다. 

범죄행위로 인한 보험급여 제한은 그동안 주로 건강보험법상 급여제한과 관련하여 논의가 되어 왔는데, ‘범죄행위’는 형사범죄 또는 법정범만 해당한다고 하여 범죄행위를 축소 해석하는 견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범죄행위에 한하여 급여 제한이 가능하다는 견해 등이 있다. 근로자의 고의ㆍ자해행위에 준하는 범죄행위에 한하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을 적용하자는 견해도 있다. 한편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범죄행위를 한정하여 해석할 근거는 없으므로 범죄행위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판단하여 업무상 재해를 넓게 인정하자는 견해도 있다. 

대상판결의 제1심과 원심의 판단이 달라진 것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범죄행위의 개념에 대한 해석이 달랐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의 원심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의 범죄행위는 형법 등에 위배되는 모든 범죄행위라고 판단하여, 고의ㆍ자해행위에 준하는 범죄행위에 대해서만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이 적용된다는 제1심과는 다른 판단을 하였다. 대상판결은 이 부분에 대한 원심 판단을 문제삼지는 않고 있어 범죄행위의 해석은 원심과 동일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

다만 대상판결은 범죄행위로 인해 산재보험의 급여가 제한되는 것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재해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하면서,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망인의 중앙선 침범으로 사고가 일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망인의 사망이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되어 발생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하여 원심과 결론을 달리하였다.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되어 재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은 근로복지공단이 증명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대상판결에 따르면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되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이 명확히 증명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해당 사고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는 이상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서 범죄행위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해석론으로서는 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하여 근로자의 도로교통법위반 행위가 개입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산재보험제도에 따른 보호에서 제외하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대상판결은 범죄행위를 한정적으로 해석하지는 않으면서도, 업무상 사유로 인한 재해로 인정된다면 범죄행위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 판단을 통해 업무상 재해의 배제 범위를 최소화하려 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상판결의 취지에 따라 추후 업무상 재해의 인정 범위가 최대한 확대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조재호(법무법인(유한) 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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