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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씨 사망사건에 대한 제1심법원의 판결은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웅변한다

  1.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22-02-10 선고, 2020고단809 판결
  2. 저자 심재진

【판결 요지】 

1.구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23조 제1항)와, 근로자의 사망 시 이 의무 위반에 대해 가중하여 처벌하는 조항(구 법 66조의2)은 사업주가 소속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안전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어야 한다. 태안발전소를 운영하는 서부발전과 피해자를 비롯한 운전원들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서부발전을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사업주라고 볼 수 없다. 이를 전제로 하여 근로자의 사망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상 가중처벌조항 위반은 인정하기 어렵다. 

2.도급계약의 경우 원칙적으로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없지만,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ㆍ감독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사고방지에 필요한 안전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 서부발전은 이 사건 컨베이어벨트를 비롯한 발전소 내부에 있는 설비의 소유자로서 설비에 관한 주요 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면서 설비 운전 및 운전원들의 작업에 관하여 구체적, 직접적 업무지시를 하고 감독을 하였으므로 운전원들의 안전을 보호할 주의의무를 부담한다. 그러나 서부발전의 대표이사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회사의 기술안전본부장이나 태안발전본부장을 철저하게 지휘ㆍ감독하여 컨베이어벨트 등에 방호조치를 하게 하고 2인 1조 근무를 정한 작업매뉴얼 준수를 점검하게 하여, 나아가 설비개선과 인력증원을 통해, 안전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이 판결은 한국전력공사에서 분사하여 설립된 한국서부발전(주)(이하, 서부발전)의 태안발전소에서 협력업체 직원으로 일하던 김용균 씨가 2018.12.10. 홀로 발전소 석탄연료를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가 협착되어 사망한 것과 관련하여 서부발전 및 해당 협력업체와 그 간부들을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업안전보건법)과 업무상 과실치사죄 등으로 기소한 것에 대해 제1심법원(이하, 이 사건 법원)이 내린 결정이다. 이 사망 사고 이전에도 사업장에서의 사망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의 개정ㆍ강화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지만, 특히 김용균 씨 사망을 마지막 촉매로 해서 2019.1. 산업안전보건법이 대폭 강화되는 방향으로 전면적으로 개정되었고(이하,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 2020.1.부터 시행되었다.  

검찰은 전부개정 이전의 구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여 이 법상의 안전조치 의무(제23조 제1항, 현재는 제38조 제1항) 위반으로 김용균 씨가 사망해서 가중처벌조항(제66조의2, 현재는 제167조)을 위반한 것으로 서부발전에 대해서는 대표이사와 기술안전본부장(전 태안발전본부장, 서부발전 안전보건관리책임자), 태안발전본부장(태안발전소 산업보건관리총괄책임자)을,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대표이사와 태안사업소장(안전보건관리책임자)을 기소하였고 이 가중처벌조항 위반에 대한 양벌규정을 적용해 서부발전과 협력업체를 각각 기소하였다. 그리고 이들 모두와 하위 직급의 중간관리자(서부발전 6인, 협력업체 4인)에 대해서는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하여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적용하여 기소하였다. 

위와 같은 기소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통상적인 기소와 다르다. 우선 이 사건에서는 통상 행위자로 기소되는, 사고가 발생한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이 사건의 경우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장)와 협력업체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 사건의 경우 태안사업소 사업소장)뿐만 아니라 서부발전과 협력업체 대표이사까지 기소되었다. 이 사건의 특성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대표이사까지 기소하게 된 것은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의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다른 점은 외견상 도급사업주인 서부발전이 수급인인 하청업체 근로자의 사망에 대하여 도급사업주로서가 아니라 서부발전이 직접 고용한 근로자가 사망한 것과 동일하게 안전조치 의무(구 법 제23조 제1항) 위반으로 가중처벌조항을 적용하였다는 점이다. 서부발전은 구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사업주에 해당하지만,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제29조 제3항)가 적용되지 않는다. 구 법상 이 의무는 수급인 근로자가 붕괴, 화재, 폭발, 추락 또는 낙하 위험이 있는 장소 등 산업재해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일할 때, 동일장소의 도급사업주에게 발생한다. 그런데 구 법상 산업재해발생위험이 있는 장소는 22개의 장소(시행규칙 제30조 제4항)로 한정되는데, 컨베이어 협착의 재해발생 위험이 있는 장소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더구나 구 법상으로는 도급사업주의 이러한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인한 수급인 근로자의 사망에는 가중처벌조항(제66조의2)이 적용되지 않았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원청업체인 서부발전을 구 산업안전보건법상 가중처벌조항으로 기소한 것은 서부발전과 수급인인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 사이에 ‘실질적인 지휘ㆍ감독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렇게 함으로써 서부발전 소속 근로자가 아닌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사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서부발전이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와 동일하게 사망한 김용균 씨에 대해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주로 본 것이다. 이렇게 볼 수 있었던 법적인 근거는 형식에 관계없이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에 근로의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근로자로서 사업주의 안전조치 의무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보는 대법원의 판례법리인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법원은 이 판례법리를 인용하여 서부발전과 사망한 김용균 씨와 같은 협력업체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는지를 먼저 판단하였다.  

그러나 법원이 참조로 인용한 대법원 판례가 보여주는 실질적 고용관계법리는 지휘ㆍ감독관계만 인정되면,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 책임을 사업주에게 확대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지휘ㆍ감독의 요소까지 포함하여 종속적인 관계에 있을 때만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로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취해야 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것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피해자인 김용균 씨는 분할하여 민영화된 다른 발전회사들의 다수 사업장에도 유사한 업무를 위탁받아 독립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 협력업체에 소속되어 있었기 때문에 원청업체인 서부발전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준할 정도로 실질적 고용관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사건 법원이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위 실질적 고용관계에는 근로자 파견과 유사한 관계도 포함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사건 법원이 이 사건 협력업체 근로자에 대해 서부발전과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데에, 협력업체 업무의 독자성과 전문성, 업무의 비혼재성, 업무지시의 일상성 및 구속성, 근로자 작업배치권의 유무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판단기준은 이 사건 법원이 명시적으로 참조하지는 않았지만, 위의 실질적인 고용관계법리보다는 도급과 구별하여 근로자 파견을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대법원의 판례법리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 결론적으로는 원청업체 대표이사까지 기소하는 검찰의 적극적인 의지에도 불구하고, 위 판결요지1과 같이 이 사건 법원은 서부발전과 사망한 협력업체 근로자 사이에 실질적인 고용관계가 없다고 보고, 가중처벌조항위반죄로 기소된 서부발전 대표이사 등 3인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 

필자는 이 사건 법원의 결정은 구 산업안전보건법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이 사건 법원의 결정은 구 산업안전보건법이 협력업체 근로자인 김용균 씨 사망을 예방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법이 아니고, 따라서 사업장과 설비에 대한 지배력이 있고, 구체적으로 업무를 지시했던 사정도 인정되는 원청업체인 서부발전의 임원이나 중간관리자에게 아무런 책임도 부과할 수 없는 법이었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같은 장소에서 일을 하는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도급인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는 특정한 위험이 있는 22개의 장소에 한정되는 제한 자체를 폐지하였다(제63조 참조). 그리고 이러한 도급인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사망의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 가중처벌이 되도록 개정되었다. 따라서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하였다면, “실질적인 고용관계”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의 필요 없이 원청업체인 서부발전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가중처벌조항 위반으로 기소가 가능하였을 것이다. 현실에서도 협력업체 근로자인 김용균 씨 사망사건을 마지막 촉매로 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개정되었지만, 내용상으로도 이 사건 법원의 결정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개정이 될 정도로 강화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얼마나 정확하고 정당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서부발전 임원 등 9인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죄에 대해서 이 사건 법원은 위 판결요지 2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서부발전 기술안전본부장 이하 8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지시ㆍ감독하였다는 사정을 인정하여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아 업무상 과실치사죄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였으나 서부발전의 대표이사는 구체적인 업무상 주의의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는 이 사건 법원이 기존의 판례법리 즉 “도급계약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도급인에게 수급인의 업무와 관련하여 안전조치 의무가 없지만, 도급인이 공사의 시공이나 개별작업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지시ㆍ감독하였다는 사정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도 안전조치 의무가 있다.”에 따라 이 사건 협력업체에 구체적으로 지시ㆍ감독한 것을 사실로 인정하여 업무상 주의의무를 인정한 것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 법원은 서부발전 대표이사가 협력업체의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고, 비슷한 유형의 기존 재해사고가 있었고, 2인 1조 근무 등의 대책을 보고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이사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하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 법원은 이러한 보고로 대표이사가 안전관리를 강화해야겠다는 인식 또는 협착의 위험성이 있는 설비를 찾아내어 개선해야겠다는 일반적인 주의의무를 가지게 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이러한 일반적, 추상적 의무를 부담하는 것을 넘어서 구체적,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안전관리ㆍ안전사고에 관한 사항과 용역계약의 변경 등에 관한 사항은 대표이사의 직접적인 결재가 아니라 하위직급자의 전결로 처리하였다는 점 등을 이유로 이 사건 법원은 대표이사에게 구체적,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 사건 법원의 판단기준에 따르면, 서부발전의 임원 등에 대해 구 산업안전보건법상 가중처벌조항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서부발전의 대표이사에 대해 이 조항 위반죄가 적용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가중처벌조항을 대표이사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대표이사가 개별적ㆍ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향후 그러한 작업이 계속될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서도 이를 그대로 방치하고, 이로 인하여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사건 법원은 대표이사에게 이러한 미필적 고의의 인식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협력업체와 관련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 의무의 행위자로 위 법리에 따라 통상 기소되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인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장에게 유죄를 인정하고, 전임으로 태안발전본부장을 하다가 본사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기술안전본부장까지 유죄가 인정된 상태에서, 업무상 구체적 주의의무가 없다고 보는 이유와 유사하게 이 사건 법원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을 것이라고 인식할 수 없었다고 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원청업체인 서부발전의 대표이사가 유죄가 인정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중대재해 사고와 관련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행위자로서 대표이사의 처벌의 어려움은 미필적으로도 고의를 요건으로 하는 해당 죄의 법리 그 자체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필자는 김용균 씨 사망사건에 대한 이 사건 법원의 판결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ㆍ보건조치 의무와 다른 것으로 최고경영자에게 일정한 안전ㆍ보건 확보 의무를 부과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는 것이 정당했음을 또한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서부발전의 대표이사는 유사사건이 이미 발생하였고, 대안으로 2인 1조의 작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 대표이사에게 이미 보고되었던 이 사건에서 서부발전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의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것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제4조 제1항 1호, 2호, 4호 참조). 

 

심재진(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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