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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비위행위인 경우 징계사유에 대한 서면통지 요건과 징계사유의 확정

  1. 대법원 2022-01-14 선고, 2021두50642 판결
  2. 저자 강선희

【판결 요지】 

성비위행위의 경우 각 행위가 이루어진 상황에 따라 그 행위의 의미 및 피해자가 느끼는 수치심 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는 해고 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각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 유형 및 구체적 상황이 다른 행위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는 특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여 복수의 행위가 존재하고 해고 대상자가 그와 같은 행위 자체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해고사유의 서면 통지 과정에서 개개의 행위를 모두 구체적으로 특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1. 사건의 개요와 쟁점

근로자X는 여자고등학교에 기간제교사로 입사하여 체육교사로 근무하던 중 성 관련 비위행위로 해고되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초심ㆍ재심 모두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정하였다. 그러나 행정법원과 고등법원은 재심 판정을 취소하였는데, 행정법원은 해고의 서면통지 요건은 갖추었으나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부당하다고 판단한 것에 비해 고등법원은 해고의 서면통지 절차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해고의 서면통지 요건은 갖춘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결국 파기환송심은 징계사유의 존부 등 징계의 정당성에 대해 다시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은 「근로기준법」(이하, 근로기준법) 제27조 해고의 서면통지 절차에서 성 관련 비위행위(이하, 성비위행위)의 경우 해고사유가 되는 구체적인 비위행위를 어느 정도로 특정해야 하는지에 있고, 부수적으로 징계사유(대상)의 확정 여부와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에 있다. 

이와 관련된 사실관계를 보면, 근로자X가 담임교사로 있는 학급의 학생들이 학급회의를 하면서 근로자X가 학생들에 대한 신체접촉 등의 부적절한 행위를 하였다는 내용으로 논의하였고, 학급회의가 종료된 후 근로자X는 이 학급의 회장 등과 면담하였으며, 며칠 뒤에는 이 학급의 학생들과 대화하였다. 학생들과 대화한 다음 날 사용자는 이 학급의 학부모로부터 근로자X의 신체접촉 등에 대해 제보를 받고, 같은 날 근로자X를 조사하면서 진술서를 징구하였다. 근로자X의 진술서에는 학급회의에서 논의되거나 문제제기된 근로자X의 구체적 언행과 소명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근로자X는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가 개최되기 전 학교 교장 등과의 면담에서 ‘불쾌한 신체접촉, 그리고 상처 주는 언어표현’을 하였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팔을 꼬집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하였으며, 또한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에서 학생들의 팔을 꼬집거나 손목을 잡고 데리고 간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였다. 그후 근로자X는 몇몇 선생님들과의 면담자리에서 자신의 행위(배를 콕콕 찌르며 배에 살이 쪘다는 등의 행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사용자는 근로자X가 사직하지 않으면 해고하기로 결정하면서 근로자X의 성비위행위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하기로 하였고, 2018.8.16.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기명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며, 2018.8.17. 근로자X에게 해고통지서를 내용증명으로 보냈다. 해고통지서에는 해고사유로 “근로자X의 담당 학생들에 대한 부적절한 신체접촉 및 발언으로 다수의 학생들이 불쾌감이나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고 있다. 이에 사용자는 근로계약 제12조제1항제3호에 따라 근로계약을 해지한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2. 심급별 엇갈리는 판단 

 

1심ㆍ2심 및 대법원이 원용한 판례는 ‘대법원 2011.10.27. 선고 2011다42324 판결’과 ‘대법원 2014.12.24. 선고 2012다81609 판결’로 같은데, 이는 법원이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하여야 하지만,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위 조항에 위반한 해고통지라고 할 수는 없다.”라는 견해를 취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입법취지는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하고, 해고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쉽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며,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징계사건의 경우 서면통지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의 핵심은 근로자가 해고에 대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는지 여부에 있다. 특히 성비위행위인 경우 가해자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신고한 사람에 대한 2차 가해 우려가 있고, 더욱이 이 사건과 같이 피해자가 불특정 다수인 경우에는 성비위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는 것이 곤란하거나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비위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로 지목된 근로자에게 소명할 기회를 주어야 하고, 근로자가 소명할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적어도 문제가 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는 알아야 한다. 만약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소명할 기회를 제대로 부여하지 않았다면 방어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 

1심 서울행정법원은, ‘부적절한 신체접촉 및 발언’은 근로자X가 징계사유로 삼은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통지문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27조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으나, ‘볼 등을 만진 행위 등 그 밖의 행위’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것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면서도 ‘부적절한 신체접촉 및 발언’의 경우 근로자X가 그와 같은 언행을 한 날짜, 장소, 행위의 대상이 된 학생이 특정되어 있지 않았음을 근거로 ‘해고의 징계사유는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하여 근로자X의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위법’하여 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징계해고사유 자체가 특정되지 않아 해고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만약 방어권 행사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였다면 행정법원은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했어야 한다. 위 행정법원은 해고의 서면통지 요건, 징계대상의 확정 및 징계사유의 존부 등을 구별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고, 상호모순이다. 

원심과 대법원 모두 위 【판정요지】의 전문(前文)에 설시하였듯이 “성비위행위의 경우 각 행위가 이루어진 상황에 따라 그 행위의 의미 및 피해자가 느끼는 수치심 등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원칙적으로는 해고 대상자의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각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 유형 및 구체적 상황이 다른 행위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는 특정되어야 한다.”라고 밝히면서도 사실관계에 대해 판단을 달리하였다. 먼저 원심은 해고사유로 주장하는 성비위행위들이 포괄적으로 행위 유형 및 대상 신체부위만이 나열되어 있을 뿐 각 행위별로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 유형 및 구체적 상황이 특정되어 있지 않는 등 해고사유가 되는 구체적 비위행위가 기재되어 있지 않아 근로자X로서는 해고사유가 되는 비위행위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해고의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원칙적으로 ‘각 행위의 일시, 장소, 상대방, 행위 유형 및 구체적 상황이 다른 행위들과 구별될 수 있을 정도로는 특정’되어야 하나, 예외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여 복수의 행위가 존재하고(and) 해고 대상자가 그와 같은 행위가 성희롱 등인지(즉 징계사유가 존재하는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와 같은 행위 자체’가 있었음을 인정하는 경우에는 근로자가 징계사유로 삼은 내용을 충분히 알고 있었으며 이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보아 개개의 행위를 모두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시하였다.  

 

 

3. 해고의 서면통지 요건, 징계대상의 확정 및 징계사유의 존부 

 

징계해고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따라 서면으로 통지된 해고사유가 축약되거나 다소 불분명하더라도 징계절차의 소명 과정이나 해고의 정당성을 다투는 국면을 통해 구체화하여 확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할 것이므로 해고사유의 서면 통지 과정에서까지 그와 같은 수준의 특정을 요구할 것은 아니다. 징계사유의 존부를 판단하기 위해 우선 해고의 서면통지 절차를 준수하였는지 여부를 따져야 하고, 해고통지서에 기재된 징계혐의사실 및 사유를 통해 사용자가 징계사유로 삼은 대상이 무엇인지 확정해야 한다. 해고통지서에 기재되지 않은 징계혐의사실 및 징계혐의사유 등은 그것이 사실로 입증되더라도 해당 징계해고의 대상이 아니다. 이를 인정한다면 사용자의 자의적 의사에 따라 사후적으로 징계사유가 선택되는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유형의 예를 들어보도록 한다. 

①사용자가 징계의결을 요구하면서 관련 증빙 자료를 근로자에게도 보내는 등 징계혐의사실에 대해 사전통지도 하였고, 이에 대해 근로자가 소명서를 제출하는 등 소명의 기회를 가졌다면, 해고통보서에 사유에 대해 다소 추상적으로 기재되어 있더라도 근로자는 인사위원회 개최 전에 해고사유 및 해고혐의사실을 구체적으로 알았을 것으로 보이고, 이후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는 등 적절히 대응하였다면 해고사유의 서면통지 요건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②근로자를 해고하면서 해고사유를 추상적으로 기재(예컨대 ‘복무기강 및 성희롱 진정 건’)하면서 징계위원회 출석통지서, 징계의결서, 징계처분사유 설명서, 징계위원회 회의록 등 어디에도 징계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인 사실 또는 비위 내용이 기재되지 않은 경우에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③한편, 해고혐의사실이 5가지이고 이에 대해 사전통지 및 소명기회를 부여하였으나 최종적으로 해고통보서에 3가지만 기재한 경우 해고 다툼에서 나머지 2가지 또는 그 외의 사유를 다시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같은 경우는 해고 서면통지 절차 준수 문제가 아니라 징계대상의 확정 문제인데, 해고통보서에 기재되지 않은 징계혐의사실을 징계사유로 인정하게 되면 근로기준법 제27조에 정한 서면통지를 근거로 위 징계혐의사실이 해고사유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신뢰한 근로자의 방어권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므로 징계대상은 해고통보서에 기재한 3가지 사유이고, 이것이 징계사유로 인정될 것인지 여부는 그다음 단계에서 판단되어야 하고, 이는 입증상의 문제가 될 것이다. 징계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는 먼저 징계대상이 확정된 다음에 이루어지는 과정으로 해고의 서면통지 절차와는 다소 결을 달리한다. 

 

강선희(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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