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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역업체 등의 변경 시 관행 등을 근거로 한 고용승계기대권 및 두 가지 의문

  1. 대법원 2021-06-04 선고, 2020두45308 판결
  2. 저자 강선희

【판결 요지】
도급업체가 사업장 내 업무의 일부를 기간을 정하여 다른 업체(이하 ‘용역업체’라 한다)에 위탁하고, 용역업체가 위탁받은 용역업무 수행을 위해 해당 용역계약의 종료 시점까지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여 왔는데, 해당 용역업체의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새로운 용역업체가 해당 업무를 위탁받아 도급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한 경우,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여 새로운 근로관계가 성립될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에게는 그에 따라 새로운 용역업체로 고용이 승계되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 이와 같이 근로자에게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근로자가 고용승계를 원하였는데도 새로운 용역업체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효력이 없다. 이때 근로자에게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는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기로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계약내용, 해당 용역계약의 체결 동기와 경위, 도급업체 사업장에서의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고용승계 관련 기존 관행, 위탁의 대상으로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자들의 인식 등 근로관계 및 해당 용역계약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1. 사건의 개요 및 쟁점

 

고용승계기대권을 명시적으로 인정하는 최초의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1.4.29. 선고 2016두57045 판결, 이하 ‘대법원 2016두57045 판결’이라 함)이 나온 지 한 달여 만에 위 대법원 2016두57045 판결과 근거를 달리하여 고용승계기대권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우선 사실관계를 살펴보자. 근로자A는 2009.10.1.부터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이하 ‘장성광업소’라 함)에서 장성광업소와 선탄관리작업 용역계약을 체결한 여러 용역업체에서 선탄작업을 수행하였다. 근로자A의 근무이력은 아래와 같다.

 

 

근무기간

2009.10.1.~

2011.9.30.

2011.10.1.~

2015.3.31.

2015.4.1.~

2017.3.31.

2017.4.1.~

2018.3.31.

2018.4.1.~

2018.12.31.

소속 용역업체

U

W

X

Y

X

 

용역업체X(원고)는 2018.3.29. 장성광업소와 선탄작업관리 용역계약(계약기간:2018.4.1.~ 2018.12.31.)을 체결하고, 종전 용역업체Y에서 근무하던 18명(선탄작업 근로자 11명) 중 근로자A를 제외한 17명(선탄작업 근로자 10명)과 새롭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기존과 같은 근로조건으로 근무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용역업체X는 위 표에서 보았듯이 2015년에 장성광업소와 선탁작업관리 용역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고, 그 당시에도 용역업체W로부터 근로자A의 고용을 승계한 사실이 있다. 근로자A는 종전 용역업체Y에서 근로하던 2017.12.경 손가락 골절상의 업무상 재해를 입고 치료를 받던 중 2018.3.경 용역업체Y로부터 향후 용역업체가 변경될 예정이라는 연락을 받고 출근하였다. 용역업체X는 2018.4.2. 근로자A에게 다친 손가락에 대한 의사 소견서 제출을 요구하였고, 근로자A는 2018.4.3. ‘일상 직업 복귀에 지장이 없는 상태’라는 내용의 의사 소견서를 제출하였다. 근로자A는 용역업체X의 요구로 2018.4.8. “다친 손가락에 관해 용역업체X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라는 취지의 각서 및 인감증명서를 제출하였다. 근로자A가 속한 노동조합은 용역업체X에게 “근로자A가 장성광업소의 작업장에 2018. 6.1.부터 출근할 수 있게 해 달라.”라는 취지의 문서를 보내자 용역업체X는 2018.5.31. 근로자A가 속한 노동조합에 “근로자A의 고용계약을 승계할 의사가 없다.”라는 내용의 문서를 송부함으로써 해고하였다. 이에 근로자A는 용역업체X가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있는데도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라며 구제신청을 하였고, 노동위원회를 거쳐 위 대상판결의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용역업체X에게 고용승계의무를, 근로자A에게 고용승계기대권을 인정하는 판정 및 판결을 하였다. 용역업체X는 부가적으로 근로자A가 종전 용역업체Y와 체결한 기간제 근로계약의 기간이 만료되었고, 갱신기대권도 없다고 주장하였다. 부가적 주장에 대해 원심 고등법원은 사실상 무기계약 법리(대법원 2007.9.7. 선고 2005두16901 판결)를 원용하여 종전 용역업체Y 등과 근로자A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에서 정한 기간은 단지 형식에 불과하므로 근로자A는 사실상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은 이 글에서 다루지 않는다.

 

 

2. 고용승계기대권을 인정한 논거

 

대상판결은 위 대법원 2016두57045 판결(위 【판결요지】와 같은 내용)을 전제로 아래와 같이 판단한 원심(서울고등법원 2020.7.9. 선고 2019누59402 판결)과 같은 이유로 근로자A에게 새로운 용역업체인 원고에 고용이 승계되리라는 정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논거1:근로자A는 2009.10.1. 이래 여러 차례 용역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도 근로기간의 단절 없이 고용관계의 승계를 인정받아 계속 근무하였고, 특히 “근로자A는 2015년 용역업체X에 고용승계 되어 근무한 적도 있으므로 용역업체X가 근로자A와 용역업체Y 사이의 고용관계를 승계하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판단된다.”라고 판시하였다.

○논거2:용역업체X는 이전 용역업체Y의 선탄작업 근로자 11명 가운데 근로자A를 제외한 10명에 대한 고용을 모두 승계한 사실에 비추어 기존 용역업체의 근로자에 대한 고용승계의무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논거3:2009년부터 장성광업소의 용역업체에서 근로하면서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고용승계가 거부된 근로자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선 대법원 2016두57045 판결은 위 【판결요지】에서 “새로운 용역업체가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한 고용을 승계하기로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지 여부를 포함한 구체적인 계약내용”에 해당하는 ‘용역계약서 및 청소용역시방서’를 근거로 고용승계의무를 인정하였다. 대상판결은 위와 같이 고용을 승계하기로 하는 명시적인 약정이 없이 관행 등을 근거로 고용승계의무를 인정하였다. 필자는 대법원 2016두57045 판결에 대한 평석에서 과연 대법원이 고용승계에 관한 명시적 약정이 없더라도 관행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고용승계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표명하였는데, 위 대상판결로 그러한 우려는 일부 덜어낸 듯하다.

 

 

3. 두 가지 의문

 

대상판결과 앞선 대법원 2016두57045 판결의 사안에서 공통점이 있다면 새로운 용역업체가 예전에도 도급업체 사업장에서 용역을 받은 적이 있어 고용승계 관행을 알았고, 근로자들이 장기간(9년 정도에서 17년가량) 근무하였다는 사정이다. 여기서 두 가지 의구심이 있는데, 하나는 같은 사업장에서 장기간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갱신하거나 체결하면서 오랫동안 근로한 근로자와 그렇지 않은 근로자 사이에 고용승계기대권의 인정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이고, 다른 하나는 고용을 승계하는 관행만(‘도급업체 사업장에서의 용역업체 변경에 따른 고용승계 관련 기존 관행’)으로 새로운 용역업체에게 고용승계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첫 번째 의문을 먼저 살펴보면, 예컨대 근로자들(10여 명)이 용역업체의 변경에도 같은 사업장에서 같거나 유사한 업무를 하며 근로자1은 20년간, 근로자2는 10년간, 나머지는 짧게는 3개월에서 많게는 5년을 계속 근무한 경우 10년 내지 20년간 근무한 근로자1ㆍ2의 입장에서는 계속해서 변경된 용역업체에 승계되어 같은 사업장에서 근무하였기 때문에 새로운 용역업체에 승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길 수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고용승계기대권은 근로자 개별이 갖는 ‘주관적 기대’가 아니라 ‘해당 근로관계 및 해당 용역계약을 둘러싼 여러 사정’(위 【판정요지】의 밑줄 친 부분)을 통해 인정되는 ‘객관적 기대’이므로 일부 근로자가 단기간 근로하였더라도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았을 때 고용을 승계하여 새로운 근로관계가 성립될 것이라는 신뢰관계가 객관적으로 형성되었다면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으로 근로자의 일부가 장기간 근무한 사정만으로 새로운 용역업체에게 근로자의 고용을 승계할 의무를 인정하기 어려울 수 있고, 장기간 근무한 해당 근로자에 대해서만 고용승계기대권을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고용승계기대권 인정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해당 근로관계’뿐만 아니라 ‘해당 용역계약’을 둘러싼 여러 사정을 고려해야 하므로 용역업체의 변경에 따라 고용변동이 발생하는 해당 업체의 근로자 전체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다만, 고용승계기대권을 부인할 만한 ‘특별한 사정’(“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에게는 그에 따라 새로운 용역업체로 고용이 승계되리라는 기대권이 인정된다.”)이 있는지 여부는 해당 근로자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근로자별로 고용승계기대권 인정 여부를 달리 판단할 수 없으나 일단 고용승계기대권이 인정된다면 이차적으로 근로자 개별에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해당 근로자에게 고용승계기대권이 부인될 수 있다. 그러나 근무기간이 짧다는 사실은 고용승계기대권을 부인할 특별한 사정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두 번째 의문의 경우 대상판결은 도급업체 사업장에서 용역업체 변경에 따라 고용을 승계하는 기존 관행만으로 고용승계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살펴본 논거 세 가지 및 판정요지의 내용(‘새로운 용역업체와 근로자들의 인식’)에 비추어 보면 대상판결은 새로운 용역업체가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종전 용역업체의 고용을 승계하는 관행이 있는 것을 알았거나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용역업체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어떠한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일응 수긍이 간다.

지난번 글에서도 밝혔듯이 용역 및 도급계약 등에 고용승계를 명시하도록 관련 지침 내지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최소한 용역 및 도급계약 입찰 공고 시 고용승계를 조건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로써 용역업체 등의 변경 시 고용을 승계하는 관행이 사회 전반에 형성되어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어 고용승계기대권 인정 여부를 법적으로 다투지 않는 그런 때가 오길 기대한다.

 

강선희(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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