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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이하 사업장에서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의 법리 적용과 해고제한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06-25 선고, 2019가합586061 판결
  2. 저자 장영석

【판결 요지】

 기간제근로자의 갱신기대권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경우 그러한 신뢰에 기초하여 인정되는 것으로서, 근로기준법상 해고 등 제한 규정과 취지 및 요건이 동일하다고 볼 수 없고,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기간제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 형성이 제한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피고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원고에게는 갱신기대권에 관한 법리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1. 사건 개요

 

원고 A변호사는 기간제근로자이고, 피고 법조윤리협의회(변호사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단체)는 상시 4인 이하 근로자 사용 사업장이다. 원고는 근로계약기간을 2017.3.6.부터 2018.3.5.까지로 정한 근로계약 및 연봉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의 사무국장 겸 상근관리관(계약직)으로 근무하였다. 이후 원고는 근로계약기간을 2018.3.6.부터 2019.3.5.까지로 정한 근로계약 등을 다시 체결하고 사무국장으로 계속 근무하였다. 그러다가 피고는 2019.3.5.자 기간만료로 종료되면 재계약할 의사가 없음을 원고에게 전달하고,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이에 원고는 계약갱신의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갱신 거절의 무효확인(해고무효확인)을 구하는 소 제기를 하였다. 피고는 먼저 피고 협의회는 해고제한 등 규정(「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이하 해고를 중심으로 살피므로 ‘해고제한 규정’이라고만 한다)이 적용되지 않는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이므로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적용되지 않고, 나아가 원고에게는 갱신기대권도 인정되지 않거나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대상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였고, 현재 항소심(서울고법 2021나2024149)이 진행 중이다.

 

 

2. 대상판결의 내용과 의의

 

1)대상판결은, 원고는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정당한 기대권을 가지고 있고, 나아가 피고의 갱신 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하였다.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근로자에게 인정된다면, 사용자가 부당하게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는데, 그러한 갱신기대권은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거나 그 내용으로 편입되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피고 협의회의 계속 존속 가능성, 원고 직책의 상시성과 연속적 보장 필요성, 원고에 대한 지난 계약갱신의 형식성, 피고 협의회 설립(2007년) 이후 갱신 거절 사례의 부존재, 근무성적 우수 직원의 정규직 전환 규정과 실제 전환 사례로부터 계약갱신 거절의 재량이 제한될 수 있다는 신뢰 형성, 원고에게 계약기간 만료일 이후까지 수행될 것이 예정된 업무 지시 또는 외부출강 승낙 사실을 종합하면, 원고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나아가 무단지각 등 피고가 제시한 갱신 거절의 사유는 합리적 이유가 될 수 없고 달리 합리적 이유의 증거가 없다며, 피고의 갱신 거절은 무효라고 하였다. 대상판결의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와 같은 판단은 타당하다고 보인다.

2)대상판결은,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에도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에 관한 법리는 적용된다고 하였다. 기간제근로자에게 정당한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데에 있다. 그런데 상시 4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에게도 그러한 취지의 적용을 부정할 이유는 전혀 없다. 해고제한 및 노동위원회 구제신청(「근로기준법」 제28조) 규정이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상시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관련 사례만 많다 보니, 마치 갱신기대권의 법리는 상시 5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이해가 피고와 같은 주장을 만들어낸 것은 아닌가 싶다. 어쨌든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거나 그 내용으로 편입된 이상,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에도 갱신기대권의 법리가 적용된다는 대상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다.

3)판례에 따르면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등에 해고제한의 특약 등 그 정함이 있으면 그에 따라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에서도 근로계약해지(해고)를 제한할 수 있다. 대상판결은 거기에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를 더하였다.

 

 

3.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에서 해고제한

 

한편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에 해고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하여 사용자가 민법의 고용계약 규정에 기대어 그 사유를 불문하고 언제든지 근로자를 해고(근로계약해지)하여도 괜찮은 것인가? 판례는 그렇다고 한다. 그러므로 대상판결에 관한 논의를 넘어 상시 4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 일반에 대한 해고제한을 생각해 본다.

1)상시 4인 이하 사업장에서 특수형태의 해고제한으로는, 다른 근로관계법에서 연령이나 장애, 성별, 노동조합활동 등을 이유로 한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등 불이익 제한을 하고 있는 경우,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 해고제한의 특약 등 그 정함이 있거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 등 각종 기대권(무기계약(정규직) 전환기대권, 고용승계기대권 등)이 인정되는 경우 등이 있다.

2)그런데 위 1)은 특수형태의 해고제한일 뿐 상시 4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 일반에 대한 해고제한은 아니다.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에서 근로계약해지(해고)도 신의성실 원칙이나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적용에서 벗어날 수 없고, 강행법규나 공서양속 위반 등 그 목적의 적법성과 사회적 타당성에 어긋나서는 안 될 것이다(일반조항의 적용). 물론 노동법 체계에 일반조항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일반론에서 또는 개별 사안의 적용에서 논란(특히 일반조항의 적용으로 노동법 체계를 무너뜨리거나 권리주체에 따라 적용 요건이 달라짐 등 부작용 우려 측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근로계약관계는 일반적인 계약관계와 달리 계약 당사자의 대등성이 전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근로자보호의 이념이 강조되고, 근로기준법의 해고제한 취지도 사용자에 의한 근로관계의 부당한 종료를 방지하고 근로관계의 존속을 보장함으로써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부당한 근로계약해지(해고)에 따른 근로관계의 종료로부터 근로자보호의 필요성은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고 할 때, 일반조항의 적용을 통한 근로자보호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멀리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한편 상시 5인 이상 사업장의 해고제한에서 정당한 사유를 어떻게 한계짓기 하느냐에 따라 그 실질적 효과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계약해지(해고)에서 권리남용 등의 한계짓기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그러한 한계짓기는 앞으로 많은 논의와 사례를 쌓아가며 점차 구체화해 나가야 할 것이지만, 그때 근로계약관계의 특수성(근로자의 종속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보호 이념과의 정합성 여부, 근로조건의 대등결정과 균등대우(근로기준법 제4조와 제6조) 등의 원칙은 반드시 고려 또는 관철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상시 근로자 수에 상관없이 추구되어야 하는 인간존엄에 상응하는 근로자보호 이념과는 거리가 있는 민법의 고용계약 규정만이 남게 되고, 일반조항의 적용을 통한 근로자보호의 가능성마저도 사실상 무의미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그러나 위 1)과 2)만으로 근로계약해지(해고)로부터 상시 4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 일반을 보호하기는 부족하다. 해고제한 규정의 적용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이 시급하다. 해고는 근로관계의 존속 그 자체를 좌우하는 근로조건의 핵심적 부분이고 근로자보호의 본질적 부분과 관련되어 있으므로, 부당해고 제한은 사회통념에 비추어 책임 있는 사유가 없음에도 근로자를 해고하는 경우를 예방하고 사용자의 주관적・자의적 해고대상 선정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그리고 해고제한 규정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만을 제한하는 것이지 해고의 자유를 일절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의 영세함이 그 적용 여부에 결정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해고제한 규정을 4인 이하 사업장에 적용하지 않는 것은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고, 한편 사용자의 이익만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이다. 다만 상시 4인 이하 사업장의 경제적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면, 5인 이상 사업장보다 완화된 해고제한의 기준을 정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상시 4인 이하 사업장 근로자 일반에 해고제한 규정의 전면 적용이든 완화된 기준의 적용이든 근로기준법 개정이 시급히 요구된다.

 

장영석(전국언론노동조합, 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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