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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휴가에서의 증명 책임

  1. 대법원 2021-04-08 선고, 2021도1500 판결
  2. 저자 김근주

【판결 요지】

여성 근로자로 하여금 생리휴가를 청구하면서 생리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생리휴가 청구를 기피하게 만들거나 청구 절차를 어렵게 함으로써 생리휴가 제도 자체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여성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해당 여성 근로자가 폐경, 자궁 제거, 임신 등으로 인하여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관하여 비교적 명백한 정황이 없는 이상 여성 근로자의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근로기준법」상 휴식제도 중에서 생리휴가는 법률 분쟁이 자주 발생하는 제도는 아니다. 근로관계에서의 휴식제도는 ‘사용자의 지휘ㆍ명령권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법률상의 권리를 총칭하는 것으로, 근로시간 면제 등 비근로시간을 청구하는 ‘쉴 수 있는 권리’가 본질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휴식제도에 관한 법률 분쟁은 주로 임금성(유급성)에 대하여 발생하는데, 생리휴가는 무급휴가이므로 관련 판례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 생리휴가를 둘러싼 주요한 사건들은, 생리휴가를 청구한 날에 근로자가 출근하여 근로하는 경우의 가산임금 지급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유급휴가에서 무급휴가로 변경된 이후, 학설상의 논의와는 별개로, 판례에 의하여 생리휴가가 다루어진 사건은 거의 없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생리휴가 신청 거절에 대한 「근로기준법」 위반을 다룬 사건으로, 생리휴가 청구에서의 증명 책임에 관한 법리를 다루고 있다.

항공운수서비스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였던 피고는 2014년5월1일경 소속 근로자인 여성 승무원 A가 생리휴가를 신청하였으나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생리휴가를 주지 않은 것을 비롯하여 약 1년간의 기간인 2015년6월25일경까지 여성 승무원 15명에게 총 138회에 걸쳐 생리휴가를 주지 않은 혐의로 2017년 기소되었다. 이에 대하여 1심에서는 ①생리현상의 존재 여부 및 그 증명 책임의 문제, ②죄수 판단의 문제, ③의무의 충돌 문제, ④적법행위에 대한 기대 가능성 문제 등이 다루어졌으며, 주된 쟁점인 생리현상의 존부 여부 및 그 증명 책임에 관해서는 “여성 근로자로 하여금 생리휴가를 청구하면서 생리현상의 존재까지 소명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해당 근로자의 사생활 등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생리휴가 청구를 기피하게 만들거나 청구 절차를 어렵게 함으로써 생리휴가 제도 자체를 무용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여성 근로자가 생리휴가를 청구하는 경우, 해당 여성 근로자가 폐경, 자궁 제거, 임신 등으로 인하여 생리현상이 없다는 점에 관하여 비교적 명백한 정황이 없는 이상 여성 근로자의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를 부여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하였다. 이후 이 판단은 대법원까지 유지되었다.

「근로기준법」 제73조는 “사용자는 여성 근로자가 청구하면 월 1일의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은 2007년 4월 개정된 것인데, 2003년 9월 개정 이전에는 근로자의 청구와 관계없이 월 1일의 유급생리휴가를 주도록 하고 있었다. 학설은 생리휴가에 대한 증명 책임을 근로자가 부담한다는 견해와 사용자가 부담한다는 견해로 대립되어 왔다. 전자의 견해에서는 지정된 휴가일이 생리휴가일에 해당한다는 사실과 생리 유무 자체에 대한 증명 책임과 관련하여, 구법에서는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월 1일의 유급생리휴가를 주어야 할 사용자의 의무가 확정되어 있었으나 현행법에서는 청구권의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청구하는 근로자가 그 기초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반면, 후자의 견해에서는 인권적 측면에서 근로자 본인이 생리휴가를 받을 자격 내지 생리 기간임을 증명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으므로, 그 증명 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대상판결은 후자의 견해에 따라 ‘명백한 정황이 없는 이상’ 여성 근로자의 청구에 따른 생리휴가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생리현상이 없었다는 점에 대한 명백한 정황과 관련해 그 증명 책임을 사용자가 부담하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생각건대, 구법에서도 사용자가 자의적으로 생리휴가를 부여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므로 굳이 구법과 현행법상의 증명 책임이 다르다고 판단할 바는 아니다. 더 나아가 「근로기준법」이 생리휴가를 규정한 이유는 여성의 생리를 원인으로 발생하는 정신적ㆍ육체적 이상 상태를 완화하기 위하여 휴식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생리가 원인인 된 이상 반드시 휴가가 ‘생리 기간’에 구속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월경 전후에도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의 통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월 1회의 생리휴가 청구권은 ‘생리휴가를 받을 자격이 없음’을 사용자가 확실하게 증명하지 않는 이상 반드시 부여해야 하는 휴가라고 하는 법원의 판단은 타당하며, 노사 당사자들은 이 법리를 명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근주(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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