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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근로시간 산정에 관한 월 단위 상계약정의 효력

  1. 대법원 2020-11-26 선고, 2017다239984 판결
  2. 저자 김 린

【판결요지】
[1]연장근로에 대하여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도록 한 근로기준법 규정은 연장근로에 대한 임금산정의 최저기준을 정한 것이므로, 연장근로에 대한 가산임금 산정방식에 관하여 노사간에 합의한 경우 노사합의에 따라 계산한 금액이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에는 그 부분만큼 노사합의는 무효이고, 무효로 된 부분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기준에 따라야 한다.

[2]단체협약 등에서 주간근무일과 연장근무일의 임금 산정시간을 각각 9시간과 5시간으로 정하고(이하 ‘보장시간’이라 함) 각 일별 실제 근로시간이 이에 미달하거나 이를 초과하더라도 보장시간의 월간 합계와 비교하여 월 단위로 상계하기로 정하였다면(이하 ‘월 단위 상계약정’이라 함), 이는 임금산정의 대상이 되는 근로시간이 소정근로시간인지 또는 연장근로시간인지를 구분하지 않은 채 전체 근로시간만을 단순 비교하여 연장근로시간을 계산하는 것으로서 그 결과 실제 연장근로시간 중 소정근로시간과 중첩되어 상쇄되는 부분이 발생하는 경우, 그 부분에 대해서는 통상시급에 해당하는 금액만이 임금으로 산정되므로,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산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56조 제1항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게 된다.
[3]비록 이 사건 단체협약 등에서 야간근로수당과 관련해서는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보다 근로자를 유리하게 대우하였다고 볼 수 있고, 월 단위로 합산한 실제 근로시간이 근무일수에 따라 계산한 이 사건 보장시간의 월간 합계에 미치지 않는 달에도 피고가 근로자들에게 이 사건 보장시간에 해당하는 임금을 모두 지급한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연장근로수당에 관한 이 사건 월 단위 상계약정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는 결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상판결 사안의 피고는 서울시내버스 운송업체이고 원고들은 그 소속 운전기사이다. 원고들은 월 단위 상계약정으로 인해 1일 실제 연장근로시간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전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1일 실제 연장근로시간을 기초로 재산정한 연장근로수당 중 미지급된 부분 및 이를 고려하여 재산정한 평균임금에 따른 퇴직금 중 미지급된 부분의 지급을 구하였다.

민법상 상계란 당사자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한 채무를 서로에 대해 부담하고 있는 경우에 그 쌍방의 채무의 이행기가 도래한 때에는 각 채무자가 대등액에 관하여 맞비겨 해당 범위에서 채무를 소멸시키는 의사표시를 말한다(민법 제492조 제1항 참조). 이 사건 월 단위 상계약정은 합의의 문언상으로는 시간, 즉 ‘보장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 시간’과 ‘보장시간을 미달하여 근무한 시간’을 서로 맞비겨 최종적으로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할 임금을 계산하자는 취지라 할 수 있다. 교통사정에 의해 들쭉날쭉한 근로시간으로 인한 실무적 어려움이 동기가 되었을 것이라 추측된다. 그런데 상계는 채권ㆍ채무에 대해서만 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월 단위 상계약정’과 같이 일을 더 한 시간과 덜 한 시간 그 자체를 맞비기는 것은 엄밀하게는 상계라 할 수는 없다. 근로시간은 노동법적으로 여러 기능을 수행하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임금계산이다. 이 사건 상계약정은 임금을 산정하는데 필요한 월 단위의 근로시간을 계산해 내는데 그 목적이 있으므로 이 사건 상계약정에 의해 맞비겨지는 대상은 ‘시간’ 그 자체가 아니라 시간에 의해 산정되는 ‘임금채권’인 것이다. 즉, 이 사건 상계약정은 법적 관점에서 ‘보장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 시간’에 대한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보장시간을 미달하여 근무한 시간’에 대하여 사용자가 지급을 면하는 임금채권을 퉁쳐 계산의 편의를 도모하는 효과를 가진다.

시간을 매개로 맞비긴다는 점에 착목하면 이 사건 상계약정은 얼핏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법적 효과를 염두에 두고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즉, ‘보장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 시간’에 대한 근로자의 임금채권은 1일 8시간을 초과하여 한 근로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서 근로기준법 제56조 제1항의 가산임금이 추가되는 임금이나 ‘보장시간을 미달하여 근무한 시간’의 경우에는 미달한 시간에 따라서는 가산임금이 추가되지 않고 시간급 통상임금으로만 산정되는 시간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근로자가 상계를 통해 상실하는 임금청구 가능시간은 가산임금부 근로시간인데 반해, 사용자가 상계를 통해 지급을 면하는 임금면제청구 가능근로시간에는 가산임금부 근로시간도 있지만, 단순 근로시간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예시를 통해 보면 더 분명해진다. 근로자가 월 단위 상계가 적용되는 월 중 어느 하루의 주간근무일에 보장시간인 9시간을 2시간 더 초과하여 근무하였으나 그 기간 중 어느 주간근무일에 7시간만 근무하고 퇴근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시간만 놓고 보면 2시간 더 일하고, 2시간 덜 일했으니 월 단위로 통산하면 보장시간에 맞게 일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근로자가 더 일한 2시간은 모두 연장근로인데 반해, 사용자가 조퇴를 이유로 공제한 2시간 중 1시간은 1일 1시간으로 예정된 연장근로이나 나머지 1시간은 1일 8시간의 근로기준법 상의 한도 내에서 근로시간이다. 이 근로자의 시간급 통상임금을 1만 원이라고 가정하면, 근로자가 2시간을 연장근로한 것에 대한 대가는 3만 원(=2시간×1.5×1만 원)이나 사용자가 지급을 면제받는 대가는 2만 5천 원{=(2시간×1.5×1만 원)+(1시간×1만 원)}이다. 월 단위 상계약정이 없었다면 근로자는 3만 원을 지급받고 2만 5천 원이 감액되어 5천 원의 차액을 월급일에 지급받아야 하는데, 상계약정의 효과에 의해 ‘시간’이 맞비겨지면서 5천 원의 임금채권을 덜 받게 된다. 즉, 연장근로에 대한 사용자의 가산수당지급 의무를 면탈할 수 있도록 하여 근로기준법이 정한 최저기준에 미달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대상판결은 바로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이 사건 상계약정이 무효라고 판시하였는바 일응 타당한 결론이다.

종래 임금계산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근로시간 법제의 느슨한 적용을 도모한 대표적인 관행으로 이른바 포괄임금제가 있다. 판례는 40여년 전 포괄임금제의 유효성을 판단함에 있어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제반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이를 무효라고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대법원 1982.3.9. 선고 80다2384 판결 등), 이 사건의 경우 직접적으로 포괄임금이 문제된 사안은 아니나 임금산정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근로시간 산정을 ‘퉁’ 친다는 의미에서 포괄임금제와의 유사한 면이 있다. 포괄임금제의 유효성 판단에 관한 위 판례법리의 특징은 ‘제반사정’을 고려한다는 점이라 할 수 있는데, 제반사정에는 사용자의 대상조치 등이 포함될 수도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이 사건 상계약정의 무효를 선언하면서 판시[3]과 같이 근로자에게 유리한 즉, 상계약정으로 인해 근로자가 입을 불이익을 만회할 만한 제반사정의 존재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선언하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대상판결의 판시는 포괄임금제에 관한 위 대법원 80다2384 판결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대법원이 관련 법리를 다듬어 가던 끝에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앞서 본 바와 같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법정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0.5.13. 선고 2008다6052 판결)라고 판시한 것과 맥이 닿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요컨대, 엄격한 근로시간 법제 적용의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한편, 대상판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접근도 가능하다. 이 사건 상계약정은 마치 탄력적 근로시간제(근로기준법 제51조)와 유사한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점이다. 즉, 보장시간의 월 단위 합의범위 내에서 일 단위 근로시간의 조절이 가능한 것이다. 이 사건이 발생한 시내버스업종의 경우 근로자가 격일로 하루 18시간가량 일하는 방식이 수십년간 활용된 바 있다. 주간근무일 2일의 보장시간의 합은 공교롭게도 9+9, 즉 18시간이다. 극단적인 적용이기는 하나 월 단위 상계약정하에서는 사용자의 배차명령에 의해 사용자는 특별한 금전적 추가부담 없이 격일제 근무로의 전환도 가능한 것이다.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에 대한 규율은 주 40시간, 일 8시간을 한도로 하면서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2018년 법개정으로 이제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의 한도 내에서만 허용된다). 이러한 원칙에 대한 예외는 제59조(특례업종)와 제63조(적용제외)에 한정되며, 근로시간 법제의 원칙을 완화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의 유연근로시간제는 엄격한 요건을 갖춘 경우에 한하여 인정될 뿐이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2주 단위는 취업규칙에, 3개월 단위는 근로자대표와 일정한 사항에 대한 서면합의가 있어야 하고, 2020.12.9. 국회를 통과한 개정법에 의해 추가된 최대 6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에는 2주전 근로일별 근로시간 고지, 연속 11시간의 휴식시간 부여 등을 해야 하는 등 요건이 까다롭다. 즉,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법제는 매우 엄격한 바, 이 사건 상계약정은 이러한 엄격성에 대한 도전으로 읽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대상판결은 이 사건 상계약정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근로기준법에 의하는 경우보다 금전적으로 불이익을 입는다는 점만을 무효의 논거로 제시했지만,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 사건 상계약정이 근로시간 법제의 큰 들을 일탈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점도 무효의 논거로 제시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장시간 노동이 만연한 데에는 시간을 돈으로 무제한적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노사간의 암묵적 합의가 근저에 있는바 이를 바꾸지 않고는 장시간 노동의 고리를 끊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로시간 법제의 원칙 그 자체를 훼손시킬 위험이 있는 노사간 합의는 금전적 불이익 여부를 떠나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보아 무효로 인정하는 법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김  린(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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