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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폐 재해위로금의 성격과 산정기준

  1. 대법원 2020-10-15 선고, 2019두61717 판결
  2. 대법원2020-10-15 선고, 2019두60523 판결
  3. 저자 전형배

【판결요지】
진폐증의 특성을 기초로 관련 규정의 내용과 폐광대책비 일환으로 지급되는 재해위로금의 입법목적을 종합하여 보면 폐광된 광산에서 진폐로 인한 업무상 재해를 입고 장해등급이 확정된 근로자가 개정 산재보험법 시행일 이후에 사망하여 그 유족이 유족급여가 아닌 진폐유족연금을 받게 되었더라도 석탄산업법령에서 규정한 유족보상일시금 상당액의 재해위로금 지급대상에 해당한다.

 

 

망인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무연탄 광업소에서 채탄부 광원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하였고 광업소는 1991년 폐광되었다. 망인은 광업소 근무 중인 1987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진폐증으로 장해등급 11급 판정을 받고 장해보상일시금을 지급받았다. 이후 진폐증은 계속 악화되어 2005년 장해등급 9급 판정을 받고 장해보상일시금을 지급받았으며, 2008년에는 장해등급 5급 판정을 받고 장해보상연금을 지급받았다. 그 후 망인은 2016년 진폐로 인하여 사망하였고 원고는 망인의 배우자로서 2016년부터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진폐유족연금을 지급받았다. 한편, 원고는 2017년 석탄산업법령에서 정한 재해위로금을 청구하여 한국광해관리공단으로부터 약 1억 2백만 원을 지급받았다. 이 재해위로금은 망인 및 원고가 지급받았던 장해보상일시금 및 장해보상연금을 기초로 산정되었다. 그러나 원고는 유족보상일시금과 성격이 동일한 장해보상연금만을 기초로 산정한 재해위로금 약 2억 5천만 원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행정법원에 재해위로금 부지급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판결의 쟁점은 구 석탄산업법 시행령(1993.3.6. 대통령령 제1387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1조 제3항 제5호의 해석이다. 법률 해석에서 문리적 의미를 중시할지 아니면 그 취지를 강조하여 목적론적 해석을 할 것인지라는 고전적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이를 통하여 진폐증이라는 채탄산업 종사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악성 질병의 성격과 이에 대한 보상의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사례이기도 한다.

구 석탄산업법 제39조의3 제1항은 “폐광대책비의 지급대상이 되는 광산의 석탄광업자가 당해 광업권·조광권 또는 계속작업권의 소멸등록을 마친 때에는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은 당해 광산의 퇴직근로자 및 석탄광업자등에게 다음 각 호의 금액을 폐광대책비로 지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그리고 제4호에서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폐광대책비를 규정한다. 이 위임조항을 받은 것이 구 석탄산업법 시행령 제41조 제3항 제5호이다. 규정은 다음과 같다. “폐광일로부터 소급하여 1년 이내에 업무상 재해를 입은 자로서 폐광일 현재 장해등급이 확정된 자 또는 재해발생기간에 불구하고 폐광일 현재 장해등급이 확정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지급하는 재해위로금의 경우 퇴직근로자가 지급받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조의5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장해보상일시금 또는 동법 제9조의6 제1항의 유족보상일시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한다.”

원고가 다투고 있는 것은 자신이 지급받을 재해위로금은 장해보상일시금을 기준으로 산정할 것이 아니라 유족보상일시금을 기준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유족보상일시금은 유족연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원고는 비록 자신이 유족연금이 아니라 장해보상연금을 지급받고 있지만 이것을 유족연금으로 취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근거는 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연혁상 양자는 동일한 연금이라는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2010년 개정(법률 제10305호)되기 전에는 진폐근로자는 다른 업무상 재해 근로자와 동일하게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장해보상일시금 또는 장해보상연금), 유족급여(유족보상연금 또는 유족보상일시금), 상병보상연금, 장의비 등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당시 규정에 따르면, 진폐근로자는 휴업급여와 상병보상연금을 함께 지급받아 다른 재해근로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었고 아울러 진폐근로자나 유족이 장해급여나 유족급여를 일시금으로 지급받은 후 단시일 내 소진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면서 진폐근로자나 유족의 생활보장이라는 당초 보상제도의 취지가 유지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잇달았다. 이에 따라 2010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개정하여 보상 유형을 요양급여, 간병급여, 장의비, 직업재활급여, 진폐보상연금 및 진폐유족연금으로 변경하였다. 즉, 요양 중 받던 생활보장 목적의 급여를 모두 연금으로 지급하고 유형도 진폐보상연금과 진폐유족연금으로 단일화하였다. 망인은 생전에 장해보상일시금 또는 장해보상연금을 지급받았고, 2010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개정되고 나서 망인이 사망하자 원고는 법률 개정 전의 유족보상연금이 아니라 새로 도입된 진폐유족연금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원고가 소로서 구하는 재해위로금의 산정 기준을 제시한 구 석탄산업법령은 2010년 개정 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규정하였던 유족보상일시금을 산정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일 망인이 2010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 전에 사망하였다면 원고는 유족보상연금을 받게 되었을 것이고, 따라서 구 석탄산업법령상 재해위로금을 지급받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진폐유족연금은 2010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 전의 유족보상연금과 동일한 급여라고 보았던 것이다.

언뜻 보면 대법원의 판단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데 제1심과 제2심 법원은 모두 원고의 주장을 일치하여 배척하였다. 그 배경에는 재해위로금에 관련한 실무상 논쟁이 있다. 원고가 받을 수 있는 재해위로금은 2가지가 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한국광해관리공단이 지급하는 재해위로금의 지급을 구하고 있는데 진폐의 예방과 진폐근로자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도 재해위로금이 있다(제24조 제1항 제2호). 따라서 진폐근로자나 유족은 ‘진폐 진단시를 기준’으로 양 법률을 모두 적용받을 수 있는 경우에는 2가지 위로금을 모두 지급받을 수 있다. 원고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중복수급 문제를 해결하고자 석탄산업법 시행령이 2014년 개정이 되어(제25831호) 시행령 제41조 제4항 제5호 가.목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1조의2에 따라 진폐로 인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경우’를 재해위로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였다. 하급심이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던 것은 문리적 해석상 어려움이 있었던 것 이외에도 이미 진폐예방법을 통해서도 재해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정을 고려한 것 같다.

그렇다면 진폐증에 대하여 왜 이리 보상체계가 복잡한 것일까? 이유는 폐광에 따른 광산노동자와 그들의 가족생활의 현실, 그리고 진폐라는 질병이 갖는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광산노동자는 광산을 주변으로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살았다. 1980년 사북탄광 노동항쟁을 찾아보면 그 당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광산이 폐광을 한다는 것은 해당 공동체를 통째로 허물어버리는 것이다. 따라서 폐광에 따른 포괄적인 사회적 대책이 필요했는데 금품 지급만을 고려하면 폐광대책비가 대표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진폐근로자에게는 치료와 생활보장을 위한 법제도적 지원이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진폐예방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었다. 여기에는 일반적인 산재보상과 달리 위로금이라는 금원이 특별히 제도화되었다. 아울러 가족의 일자리 지원을 위해서 정선하이원 리조트 같은 폐광지역 사업을 전개한 것이다. 정선하이원 리조트와 그 협력업체에는 폐광지역 주민들이 다수 취업해 있다. 아울러 진폐증은 현대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다. 경과관찰에 따른 대증요법이 요양 중 치료의 다수를 차지한다. 상당수의 질환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상이 심해지며 사망에 이르거나 거동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중증환자의 경우 정신질환이 발병하여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다. 법원은 일찍부터 이러한 자살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

대상판결은 이렇게 한국의 석탄산업과 진폐증에 관한 한국 산업사 혹은 노동사에서 잊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장면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비록 법리적으로 큰 논쟁의 주제를 던지지는 않지만 노동법학을 하는 우리에게 잠시 과거를 생각해보고 오늘의 문제를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전형배(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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