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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소환된 위장도급으로서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1. 대법원 2020-04-09 선고, 2019다267013 판결
  2. 저자 권오상

【판결요지】

형식적으로 피고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소속 근로자인 원고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자신의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고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이고, 오히려 피고가 원고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피고가 원고를 직접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런데도,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G 등’이 사업주로서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존재가 형식적ㆍ명목적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었다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제1심판결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외형상 도급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그 수급인의 근로자와 명목상의 도급인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여야 할 근로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있다.

 

 

근로자파견계약은 외부의 노동력을 마치 자신이 직접 고용한 근로자처럼 사용하기 위해, 즉 파견근로자와 사용종속관계를 설정하고 노동력을 제공받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 도급계약은 ‘일의 완성’ 즉 노무제공을 통한 일정한 결과의 발생을 목적으로 하는 점에서 구분된다. 그런데, 이러한 본질적인 차이에도 불구하고 노동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원하청관계에 대해 적법도급, 위장도급, 근로자파견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1998.7.1.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이라 한다) 시행 이후 불법파견 문제가 소송상 많이 다뤄져 왔는데, 일반적으로 하청업체가 사업주로서의 독립성을 결여한 원청업체의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해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원청업체의 사이에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하는지 또는 설령 묵시적 근로관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원청업체, 하청업체 및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 사이의 실질은 근로자파견에 해당하므로, 파견법이 정한 바에 따른 고용의무를 부담해야 하는지 여부가 소송에서의 주된 쟁점이자 다툼이었다.

대법원은 현대미포조선 사건(대법원 2008.7.10. 선고 2005다75088 판결)을 통해서 위장도급으로서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의 성립 인정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위장도급으로서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에 대해 ①하청업체가 사업주로서의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여해 원청업체의 노무대행기관과 동일시할 수 있는 등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②사실상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은 원청업체와 종속적인 관계에 있고, ③실질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자도 원청업체이고, 근로제공의 상대방도 원청업체여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과 원청업체 간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다고 평가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①하청업체가 형식적으로는 원청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자신의 사업을 수행한 것과 같은 외관을 갖추고 있지만, ②실질적으로는 (i)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ii)원청업체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고 (iii)오히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결정했다면 해당 하청업체 근로자들과 원청업체 사이에는 직접 원청업체가 해당 근로자들을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대법원 2008.7.10. 선고 2005다75088 판결). 외형적으로는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사이에 도급관계의 형식을 취했지만 하청업체의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불과하여 사업주로서의 실체가 인정되지 않는 상태, 즉 하청업체의 법인격을 부인할 정도에 이르렀다면,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해당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보게 되어 하청업체가 고용한 근로자와 원청업체 사이에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이 현대미포조선 사건 판결 이후 원청회사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사이의 묵시적 근로관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를 찾기 어려웠으나, 대상판결은 종래의 위장도급으로서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성립 인정 기준 내지 판단 법리를 변경한 것은 아니지만, 원청업체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사이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의 판단 법리가 아직도 유효하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대상 판결의 기초사실을 살펴보면, 피고 주식회사 웰리브(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는 대우조선해양 주식회사의 자회사로,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단체급식, 수송, 시설물유지관리, 경비업 등 업무를 도급받아 수행해 왔고, 2007.1.1. 피고 회사의 직원이었던 D가 ‘웰리브투어’를 설립하고 사업자 등록을 마치자 같은 날 웰리브투어에 수송 업무를 맡기는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원고 A는 2007.2.22. 피고 회사의 하청업체인 웰리브투어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그때부터 통근버스 운행 등 수송 업무를 수행해 온 근로자로 피고 회사의 근로자임을 확인해달라는 주위적 청구와 함께 피고 회사가 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는 예비적 청구를 제기하였다.

1심과 2심은 “웰리브수송 등이 사업주로서 독자성이 없거나 독립성을 결하여 그 존재가 형식적, 명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아 피고 회사와 원고 A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하였다거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파견에 해당하여 피고 회사에게 원고 A를 고용할 의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판시하여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성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상판결은 ①피고 회사는 직원 정보 전산망에 웰리브투어 대표 D를 수송지원팀장으로 표기했고, 웰리브투어에 입사한 원고 A는 피고회사의 ‘수송지원팀’ 소속으로 표기되었으며, D는 피고 회사의 우수사원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던 점, ②심지어 피고 회사는 2014.12.31.경 D의 정년퇴임식을 열어줬고 이후 촉탁직으로 채용하기도 하였는데, 피고 회사의 전산망에는 D에 대하여 ‘입사일:2015.1.1, 호칭:대표, 보직:대표, 부서명:수송관리팀’으로 표기되었던 점, ③D는 2015.11.1. 피고 회사의 직원이었던 F에게 웰리브투어를 양도할 때까지 계속 피고 회사의 직원으로서 웰리브투어를 운영하였으며, D가 웰리브투어를 피고 회사의 다른 퇴사 직원 F에게 양도하면서 업체가 ‘웰리브수송’ 등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바뀐 업체 대표 역시 사실상 피고 회사의 직원으로 업무를 담당했으며, 원고 A 역시 그 과정에서 근로계약이 새로 바뀐 회사로 계속 승계된 점, ④웰리브수송에 지급한 도급계약 금액은 대부분 노무비이고 웰리브수송 소속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금액을 세부적, 구체적으로 나누어 정하고 있고, 피고 회사와 웰리브수송 간 취업규칙도 전체 내용이 매우 유사하며, 피고 회사가 웰리브투어 직원에게 출장비 등 일비를 직접 지급하기도 했던 점, ⑤피고 회사가 웰리브수송을 포함한 협력업체 직원 채용을 안내하기도 하고 교육도 통합하여 실시하기도 하였고, 웰리브수송 근로자들이 피고 회사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상조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피고 회사의 인사팀 직원이 웰리브수송의 대표나 직원의 문의에 대해 구체적으로 안내하기도 하였던 점, ⑥웰리브수송의 사무실은 소유권이 대우조선해양에 있고 피고 회사가 이를 임차한 다음 웰리브수송에 재임대해 제공하였고, 웰리브수송의 핵심인 수송업무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차량도 대우조선해양이나 피고 회사 소유물이어서 사업경영상 필요한 물적 시설이나 자산 대부분을 독자적 또는 독립적으로 갖추지 못하였던 점 등을 들어 “웰리브수송 등은 실질적으로는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피고 회사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하거나 노무대행기관의 역할을 수행하였을 뿐이고, 오히려 피고 회사가 원고 A로부터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받고, 임금을 포함한 제반 근로조건을 정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 A와 피고 회사 사이에는 직접 채용한 것과 같은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면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였다.

원청업체와 하청업체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법리를 회피하기 위해 여러 장치들을 마련해 두는 경향이 있고, 실제 최근 법원이 하청업체에 최소한의 인적ㆍ물적 독립성이 구비되어 있는 경우에는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성립을 인정하는 데 소극적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를 사용자로 내세워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되게 함으로써 노동법상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사례가 증대하고 있는 현실에서 실질적 고용관계의 형성 및 묵시적 근로계약관계 인정 여부를 좀 더 면밀하게 살펴 하청업체 근로자에 대한 노동법적 보호를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권오상(노무법인 유앤 공인노무사, 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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