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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예고수당의 적극적 수령과 퇴직합의

  1. 서울행정법원 2020-03-13 선고, 2019구합4899 판결
  2. 저자 박은정

【판결요지】
1) 사용자의 출근명령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은 것이 노사간 퇴사합의를 인정하게 할 만한 사정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2) ‘해고예고수당을 받았다’는 사실은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 의사로 근로자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하였다는 사실과 얼마든지 양립하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사정을 들어 노사간 퇴직합의를 인정할 수는 없다.

3) 해고된 후 다른 회사에 취업하였다가 자신이 퇴사하게 될 것임을 예상하여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더라도 그것이 노사간 퇴사합의가 있었다고 인정할 사정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1. 사실관계와 노동위원회의 판정

 

근로자는 A회사에 입사하여 B회사 대표이사 C의 수행기사로 근무하던 중 2018.9.28. C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았다. 근로자는 해고통지를 받은 다음 날인 2018.9.29.부터 출근을 하지 않고 있던 중, 2018.10.10. B회사로부터 출근을 하라는 연락을 받았지만 출근하지 않았고, 2018.10. 10. 지방고용노동청에 회사를 상대로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을 이유로 한 진정을 제기하는 한편, 2018.10.19. D회사에 입사를 하였다. 입사 전 근로자는 회사와 통화하면서 4대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일을 2018.10.15.로 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구체적 상실사유는 ‘개인사유’로 기재하였다. 진정사건과 관련하여 B회사는 ‘퇴직위로금’이라는 명목으로 해고예고수당에 상당하는 금품을 2018.11.9. 근로자에게 입금하였고, 근로자는 ‘합의, 해고예고수당 지급받음’을 이유로 진정을 취하하였는데, 2018.12.24. 근로자는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는 한편, D회사에서는 2019.1.4. 퇴사하였다. B회사는 다시 근로자에게 출근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2019.2.1. 발송하였지만, 근로자는 이를 수령한 후 원직복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출근하지 않았다(당초 근로자는 B회사 대표이사의 주소지인 서울 서초구에서 근무하였지만, 복직명령에 따른 출근장소는 전북 김제시였다).

근로자의 부당해고구제신청에 대하여 초심지노위(서울지노위 2019.2.19. 2018부해2990)는 해고가 존재하였음을 인정하고 해고사유와 시기의 서면통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구제신청을 인용하였고, 중노위(중노위 2019.5.21. 중앙2019부해333)는 근로자와 사용자 간의 근로관계가 합의종료되었음을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는 재심판정을 하였다. 중노위는 회사의 권고사직 이후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은 점, 회사의 출근명령에도 응하지 않은 점,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일자를 조정하려고 한 점, 회사로부터 퇴직위로금을 받은 점 등에 기초하여 근로자가 해고된 것이 아니라 권고사직에 응한 근로계약관계의 합의해지라고 판단하였다.

 

 

2. 대상판결의 요지

 

검토대상판결은 중노위 재심판정을 취소하였다. 근로자의 근로관계가 B회사 대표이사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종료되었고, 근로자가 B회사의 출근명령에 불응한 사실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사정이 퇴사합의를 인정하게 할 만한 사정에 해당하지 않으며, 특히 새로운 출근장소가 기존의 출근장소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점, 근로자가 지방고용노동청에 제기한 진정은 해고예고수당을 받기 위한 것이었고 실제 이를 통해 근로자가 해고예고수당을 받기는 하였지만 그 사실은 해고의 사실과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어 해고예고수당을 받았다는 것으로부터 근로자의 퇴직합의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점을 이유로 하였다. 나아가 법원은 B회사로부터 해고된 후 D회사에 재취업한 것이 근로자가 B회사의 퇴사에 합의했다고 인정할 만한 사정이 아니라고 하면서,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급하게 다른 기업에 입사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 아니고, ‘새로운 직장을 찾은 이상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기존 직장에서의 해고를 다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는 일 또한 이례적인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새로운 직장이 자신에게 맞지 않아 퇴사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지난 직장에서의 해고를 다투기로 마음먹는 일’ 또한 얼마든지 가능”하므로, 그러한 사정이 있다고 하여 지난 직장에서의 해고가 퇴사합의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로 변하게 되는 것 또한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법원은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한 해고에도 불구하고 해고사유와 해고시기에 대한 서면통지가 없었음을 이유로 이 사건 해고가 무효라고 보았다.

 

 

3. 검 토

 

상당한 지면을 들여 이 사건의 사실관계와 노동위원회 및 법원의 판단 내용을 살펴본 것은 이 판결이 갖는 세 가지의 의미를 말하고자 함이었다. 첫째는 사용자의 복직명령에도 불구하고 부당해고를 인정하였다는 점이고, 둘째는 근로자의 적극적인 해고예고수당 청구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근로계약의 합의해지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해고 후 새로운 직장에 취업한 것이 근로관계의 종료에 대한 합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 점이다.

첫 번째의 점과 관련하여, 근로자의 부당해고구제신청이 지방노동위원회 단계에서 각하되는 적지 않은 경우는 근로자의 부당해고구제신청 후 사용자의 복직명령이 있을 때이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근로자가 부당전보 내지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전보명령과 해고처분의 효력을 다투던 중 사용자가 그 전보명령과 해고처분을 철회 내지 취소하고 근로자를 복직시켰다면, 근로자로서는 구제를 구하는 사항이 위 복직 등에 의하여 실현됨으로써 구제신청의 목적을 달성하였으므로, … 더 이상 구제절차를 유지할 필요가 없게 되어 구제이익은 소멸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2.2.8. 선고 2000두7186 판결). 특히 노동위원회의 구제신청제도는 “구제명령을 통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된 근로자를 신속하게 원직에 복직시키는 데 그 의의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한 근로자에게 사용자가 복직명령을 한 경우에는 해고의 철회 내지 취소 효과가 발생함에 따라 구제신청의 목적이 달성되었고, 이에 따라 구제신청의 이익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부당해고구제신청 후 이루어지는 사용자의 복직명령은 부당해고구제신청에 대응하기 위한 진정성 없는 복직명령이라는 주장이 근로자 측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그러한 주장이 쉽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의 복직명령은 구체적인 근로조건이 밝혀지지 않은 채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한 사정이 복직명령의 진의를 판단하는 데 쉽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일단 사용자의 복직명령으로 근로자에 대한 해고의 철회 내지 취소 효과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있게 된다면, 근로자의 부당해고구제신청의 구제이익은 사라지게 되는 것으로 판단해 왔다. 그리고 사용자의 복직명령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출근을 하지 않으면서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91.2.22. 선고 90다카27389 판결 참조). 명확하게 사용자의 복직명령 후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것이 근로계약의 합의해지를 의미하는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밝힌 바 없지만, 사용자의 해고취소와 복직명령 후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고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출근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이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인지, 혹은 ‘근로자의 귀책사유’라는 것은 결국 복직명령에 불응하여 출근하지 않으면 그것이 근로자의 무단결근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인지, 그래서 사용자는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하지 않으면서 무단결근에 따른 새로운 징계해고를 강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검토대상판결은 먼저, 근로자가 사용자의 복직명령에 응하지 않은 것이 근로계약의 합의해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였다. 법원은 근로자가 출근명령에 불응한 이유, 즉 출근지의 변경이라는 근로조건의 변경 측면에 대해서도 언급하여 “새로운 출근장소로 지정된 김제시가 기존 출근장소였던 서울 서초구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근로자가 출근명령에 응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하였다. 복직명령 시 합의되지 않은 근로조건의 급격한 변동은 복직명령에 대한 사용자의 진의를 의심하게 할 수 있고, 근로조건의 급격한 변동에 근로자가 동의하지 않은 것이 근로계약의 합의해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인바, 복직명령에 응하지 않고 근로자가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이어가는 경우 부당해고구제신청의 구제이익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의 복직명령이 ‘원직복직’이 아니면서 근로조건의 합의되지 않은 변경을 가져오는 경우, 근로자는 부당해고구제신청을 이어갈 이익을 갖게 되고, 사용자의 복직명령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에 대한 부당해고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므로 근로자의 출근의무 불이행은 무단결근이 아니게 되며, 원직복직을 하지 못하고 있는 기간에 대해서는 부당해고에 따른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 또한 사라지지 않게 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검토대상판결이 사용자의 근로조건 변동을 전제한 복직명령과 근로자의 복직명령 불응은 근로계약의 합의해지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지금까지 다소 부족했던 해석의 공백을 채우는 의미를 갖는다.

두 번째 점과 관련하여, 통상적으로 근로자가 해고예고수당 등 근로관계의 종료에 따른 금품에 대한 청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경우, 근로자가 근로관계의 종료에 합의를 한 것으로 인식되기 쉽다. 특히 그 권리의 행사가 고용노동청에 대한 진정의 제기를 통해 이루어지고, 진정이 제기된 후 진정취하를 위한 사용자와의 합의 시 부제소합의를 덧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제소합의로 인해 근로관계종료에 대한 합의의 의사가 추정되기도 한다. 부제소합의의 대상이 해고예고수당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해고 자체에 대한 부제소합의가 되거나, 그렇게 해석해버리고 마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부제소합의의 효력과 합의문 자체에 대한 법률적 판단을 충분히 할 수 없는 근로자들이 진정 취하와 그것을 위한 합의문 작성으로 예기치 않게 권리구제수단의 상실이라는 피해를 받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노사간 해고를 둘러싼 부제소합의문을 작성하는 경우 그것이 근로관계의 종료에 대한 합의인지, 아니면 특정 금품에 대한 합의인지를 명확하게 하는 것에 대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데(이 주의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진정사건을 다루는 근로감독관에게도 요구된다), 해고예고수당에 대한 부제소합의는 해고에 대한 부제소합의가 아니라는 것, 특히 검토대상판결에서 법원이 말하고 있는 것과 같이 근로자의 해고예고수당에 대한 적극적 청구와 해고는 양립할 수 있는 사실이라는 것에 대한 인지가 요구된다. 엄밀하게 말하여 해고예고수당은 「근로기준법」 제26조에 따라, 해고에 대한 30일 전의 예고를 대신하는 금품일 뿐이다. 해고예고 후 30일이 지나 해고가 되었다고 해서 그것이 해고가 아닌 것이 되는 것은 아닌 것과 같이, 해고예고수당이 지급되었거나 혹은 즉시해고된 근로자가 지급받았어야 할 해고예고수당을 적극적으로 청구하였다고 하여, 또한 해고예고수당을 청구하는 고용노동청에 대한 진정의 접수를 사용자와의 합의하에 취하하였다고 하여 그 해고가 해고 아닌 것이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검토대상판결에서 법원이 “근로자가 해고예고수당을 받기는 하였지만 그 사실은 해고의 사실과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은 적절하였다.

한편, 이 판결에서는 해고 후 새로운 직장에 취업한 것이 근로관계의 종료에 대한 합의라고도 보지 않았다. 특히 금전보상명령의 독립적 구제이익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0.2. 20. 선고 2019두52386 판결)에 따라, 복직의 가능성이 없더라도 부당해고구제신청의 구제이익을 인정할 수 있게 되었는데, 검토대상사건에서 근로자는 다른 회사에 잠시 취업을 하였다 퇴사를 앞두고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다. 다른 회사에 취업한 것이 곧 이전 회사와의 근로관계의 합의해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아 온 것이 지금까지의 경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인데, 검토대상사건에서 법원은 근로자의 사정을 들어 부당해고를 당했더라도 재취업할 수 있다는 것, 또 재취업을 했다가도 자신과 맞지 않아 퇴사를 결정하면서 이전 회사에서의 부당해고를 다투기로 마음먹는 일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보면서, 이러한 사정이 있다고 하여 지난 직장에서의 해고가 퇴사합의에 의한 근로관계 종료로 변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필자가 최근에 읽은 판결문 가운데 근로자 측의 사정을 가장 적극적으로 해석한 판결이었다. 특히 부당해고구제신청은 원직복직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금전보상명령을 목적으로 할 수도 있는바, 해고 후 재취업이 부당해고구제신청에 대한 구제이익을 결정하는 요인이 될 수 없음은 당연하고, 설사 금전보상명령을 목적으로 하는 구제신청이 아니더라도 재취업회사와의 근로관계를 종료한 후 원직복직될 수도 있음을 전제해야 할 것이다.

근래 법원이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구제신청에 대한 구제이익의 범위를 점차 정상화시켜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서 예를 든 금전보상명령의 독립적 구제이익의 인정이라든가, 이에 따라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라도 기간 종료 후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든가, 지금의 검토대상판결에서와 같이 기존의 사례들에 기초한다면 아마도 해고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하게 만들었을 사정들을 근로자 편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함으로써 구제이익을 인정하는 등으로 말이다. 구제이익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노동분쟁해결전문기구인 노동위원회의 해석이 법원에 의해 이끌려지고 있다고 느껴지는 점은 다소 유감스럽다. 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구제신청에 있어서 구제이익에 대한 접근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지는 앞으로 노동위원회에 맡겨진 과제이다.

 

박은정(인제대학교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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