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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가 취득 요건 결여를 이유로 한 징계해고의 유효성

  1. 서울행정법원 2020-02-06 선고, 2018구합75504 판결
  2. 저자 정영훈

【판결요지】
임금협정서 제7조 제2항 제2호는 ‘몸이 아파 승무가 불가능하여 의사의 진단서 및 소견서를 제출’하면 30일까지 정당하게 결근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만 취업규칙 제40조 제1호 본문에서 ‘종업원이 질병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결근을 하고자 할 때에는 24시간 전에 결근계를 제출하여 회사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취지로 정하고 있다. 원고 회사는 위 취업규칙 조항을 근거로 참가인 근로자는 원고로부터 병가 승인을 받았어야 함에도 그러하지 아니하고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단결근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 회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임금협정서의 내용보다 취업규칙의 내용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고, 원고 소속 택시 운전기사들이 병가신청을 할 때 원고로부터 승인을 받아 왔다는 사정 또한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원고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어 무단결근의 징계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원고 회사는 참가인 근로자의 병가 신청이 허위라고 주장하지만, 참가인 근로자가 병원에 정기적으로 방문하지 않았고 병가 중 다른 노동조합의 집회 현장에 2회 방문하였다는 것만으로는 병가신청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원고 회사의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코로나19사태로 인하여 업무외의 사유에 의한 병가를 법제도적으로 도입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적인 정책의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병가는 적지 않은 기업에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을 근거로 인정하고 있지만 병가가 사법적인 방식으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어떠한 조건하에서 병가가 인정되는 것인지는 역시 당해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의 구체적인 문언을 보아야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병가의 인정 여부를 둘러싸고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판결의 사안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사건의 취업규칙과 임금협정을 보면, 어디에도 명문으로 ‘병가’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다. 취업규칙 제40조는 제1항에서 “결근”이라는 표제하에 “종업원이 질병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결근을 하고자 할 때에는 24시간 전에 결근계(별지 5호 서식)를 제출하여 회사의 승인을 득하여야 한다. 단, 급박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유선 또는 구두, 대리로 전달하되, 사후 즉시 문서화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고, 제2항에서는 “질병으로 인한 결근이 3일 이상인 때에는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어서 제42조에서는 “무단결근”이라는 표제하에 “종업원이 제40조의 규정에 의하여 24시간 전에 결근 신고 또는 허가를 받음이 없이 결근하였을 때는 회사는 무단결근자로 처리한다.”고 하고 있다. 회사의 승인을 받는 방법에 대해서는 인사복무규정 제18조가 정하고 있는데, “질병 또는 부득이한 사유로 결근하고자 할 때는 24시간 전에 결근계를 제출하여 총무과장 및 담당 부장의 결재를 득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건의 임금협정과 단체협약은 병가를 결근의 예외로서 취급하는 방식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의 취업규칙과 인사복무규정에는 질병으로 인한 결근에 대해서 유급 여부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유급 여부에 대해서는 단체협약인 임금협정서에 규정되어 있는데, 임금협정서 제7조(“기본급”)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① 기본급은 …… 산정하며, 이에는 주휴수당이 포함된 것으로 하고 정당한 사유로 결근한 자는 기본급 전액을 지급한다.
② 정당한 결근자라 함은 다음 각 호에 의한다.

   1. …
   2. 몸이 아파 승무가 불가능하여 의사의 진단서 및 소견서를 제출하였을 때(30일까지). 단, 연 2회를 초과하거나 자해사건은 제외하며 연간 2회라 함은 최초발생일로부터 연간 2회로 한다.

 

이 사건에서 참가인 근로자는 2017.6.1. 모 정형외과에 내원하여 병가를 위한 진단서를 발급받아 원고 회사에 제출하면서 병가를 요청하였는데, 이 진단서에는 ‘향후 2주간의 가료가 필요하다는 취지’가 기술되어 있었다. 이에 원고는 병가를 확인하고 병가에 따른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진료내역 등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제출하라고 구두로 요구하였으나 참가인 근로자가 이에 불응하였다. 참가인 근로자는 2주간 결근하였는데, 원고 회사는 2017.7.3. 참가인 근로자에게 진료 내역서를 제출하면 영수증 등과 함께 검토하여 참가인 근로자에게 6월분 급여에서 병가를 반영하여 지급하겠다고 통보하였다. 하지만 참가인 근로자는 이에 불응하였고 원고 회사는 2017.7.17. 참가인 근로자에게 이미 제출한 진단서와 함께 치료를 받은 내역서를 제출하라는 취지를 다시 통보하였다. 참가인 근로자가 역시 이에도 불응하였고, 이에 원고 회사는 2017.7.27. 참가인 근로자에게 병가신청취소를 통보하였다. 그리고 원고 회사는 참가인 근로자가 2017.6.1.부터 2017.6.14.까지 무단결근을 한 것으로 판단하여 인사복무규정 등에 따라서 징계해고 사유에 해당한다고 하여 여타의 사유와 함께 징계사유로 삼아 참가인 근로자를 징계해고하였다. 참가인 근로자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대해서 초심은 신청을 받아들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 회사의 재심 신청을 기각하였다.

이 사건 판결의 핵심적 쟁점은 위 기간 동안의 결근이 무단결근에 해당하는지에 있다. 이 사건 판결은 취업규칙 제40조 제1호의 승인 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고 회사의 주장을 배척하고 임금협정서 제7조 제2항 제2호를 적용하면서 병가 신청도 허위가 아니라고 하여 위 결근이 무단결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이 사건 판결은 매우 간단하게 판단하고 있지만, 쟁점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병가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고, 둘째로는 그 법적 근거에서 정하고 있는 병가의 요건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이다.

이 사건 판결은 병가의 법적 근거를 임금협정에서 찾았다. 그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임금협정 제7조 제2항에서 정당한 결근자가 누구인지를 규정하고 있는 이상 단체협약인 임금협정이 취업규칙보다 우선한다는 관점에서 임금협정의 우선 적용을 긍정한 듯하다. 이 사건 임금협정서 제7조 제2항 제2호는 취업규칙에서 정하고 있는 병가에 대해서 그것이 유급이라는 취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유급 병가’를 그 요건과 함께 규정하고 있다는 취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해석은 타당하다. 다만, 이 사건 판결이 ‘원고 회사가 소속 근로자가 병가신청을 할 때 원고 회사로부터 승인을 받아 왔다는 사정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는 것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임금협정을 우선하여 적용한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다시 ‘병가신청을 할 때 회사로부터 승인을 받아 왔다는 사정’이 있는지를 검토하는 것은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즉, 이 사건에서 쟁점은 ‘회사의 승인’이라는 절차가 필요한지 여부이고, 승인이 불필요하다는 것의 근거를 이 사건 판결은 임금협정서 제7조 제2항 제2호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병가의 법적 요건에 대해서 이 사건 판결은 임금협정서는 병가 요건을 ‘몸이 아파 승무가 불가능할 것’과 ‘의사의 진단서 및 소견서를 제출할 것’만을 정하였고, 병가 중에 병원을 정기 방문해야 한다는 요건은 정하지 아니하고 있다고 하고 있다. 특히 ‘몸이 아파서 승무가 불가능한 상태’로 인정되기 위하여 반드시 주기적인 병원 방문이 필요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집에서 요양하며 병을 치료하는 경우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보면 이 사건 임금협정과 동일한 문언하에서 병가 취득 여부에 있어서는 의사의 진단서나 소견서가 가지는 의미가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몸이 아파 승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하는 요건의 충족 여부는 독자적으로 의미를 갖기 매우 어렵게 된다. 이 사건에서 원고 회사는 참가인 근로자가 병가 기간 중에 다른 노동조합의 집회 현장에 2차례 다녀갔었다는 점 등을 들어서 참가인의 병가신청이 ‘허위’였다고 하여 ‘몸이 아파 승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해서 이 사건 판결은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승무가 가능한 상태’였는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하고 있다. 나아가 원고 회사가 ‘참가인 근로자가 농성하는 것을 목격했다’라는 취지의 확인서를 증거로 제출한 것에 대해서도 그 진술 내용만으로는 당시 참가인 근로자의 몸 상태를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고 하고 있다. 이로부터 보면 ‘몸이 아파 승무가 불가능할 것’의 판단은 그것이 법규범적 관점에서의 판단이라고 할지라도 실질적으로는 주로 의학적 판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병가를 그 취득 목적 이외로 사용한 경우에 대한 법적 평가는 남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쟁점이 되지는 않았지만, 병으로 인하여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경우에만 가능한 병가를 얻었음에도, 그에 따른 가료 등을 하지 아니하고 농성을 하여 병가를 본래의 목적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은 질서유지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한 하급심 판결도 있다.

 

정영훈(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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