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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운전기사의 노조법상 근로자성

  1.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9-11-14 선고, 2019가합100867판결
  2. 저자 남궁준
【판결요지】
대리운전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원고들과 동업계약을 체결한 피고 대리운전기사들이 ‘부산대리운전산업노동조합’이라는 지역단위노동조합을 설립하여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은 후 원고들에게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들은 이에 불응하면서 피고를 상대로 근로자지위부존재확인을 구한 사안에서, 피고들은 노동조합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판결.

 

 

대상판결은 대리운전기사(이하 “기사”)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다. 이 판결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혹은 그보다 넓은 개념인 이른바 ‘특고’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과 구별되는)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긍정하는 최근 판례의 경향을 따르고 있다. 이하에서는 대상판결의 주요 사실관계, 판단기준, 사건에의 적용 및 함의를 간략히 살펴본다.

 

1. 사실관계

 

(1) 이 사건 원고들은 (다른 대리운전 업체들과 함께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의 대리운전 요청 정보를 공유하고 기사 배정을 공동으로 한다. 원고들은 각자 기사를 모집하고 동업계약을 체결한 후, 기사의 휴대전화에 동 프로그램을 설치해 주고 프로그램 접속에 필요한 운전기사 ID를 발급해 준다. 대리운전 영업이 이루어지는 방식은 일반배정과 우선배정으로 구별되는데 그 내용은 각각 다음과 같다.

일반배정의 경우 고객이 대리운전을 요청하기 위해 원고들이 운영하는 각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콜센터 직원은 이 프로그램에 고객의 위치와 목적지 및 원고들이 결정한 요금을 입력한다. 프로그램은 고객과 일정한 거리 내에 있는 기사들에게 이 정보 중 일부를 자동으로 전달하고, 기사들은 이 정보를 기초로 배정을 받을지 여부를 결정한다. 우선배정은 대리운전기사가 금요일을 제외한 평일 20:30경부터 다음날 01:30경까지 4회 이상, 금요일 20:30경부터 다음 날 02:30경까지 5회 이상의 대리운전을 각 수행한 경우, 이후 대리운전 배정을 우선하여 주는 방식이다. 우선배정을 받지 못하면 실질적으로 대리운전 배정을 거의 못 받게 된다.

기사들은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 원고가 마련한 가상계좌에 돈을 미리 예치해야 한다. 원고들은 거기서 대리운전보험료 명목의 일정 금액, 프로그램 접속․사용료 명목의 1일당 500원, 관리비로 1일당 3,000원을 기본적으로 수취한다. 기사가 배정 요청에 응한 경우 1회당 3,000원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배정 요청에 응하여 고객 정보 전체를 확인한 후 이를 취소한 경우에는 1회당 500원의 취소 수수료를 지급하게 된다. 기사들은 대리운전 후 고객으로부터 현금 또는 신용카드를 통해 대리운전비를 받는데, 후자의 경우 원고들 등 대리운전업체로부터 가상계좌로 받게 된다.

 

(2) 원고들과 피고들이 체결한 동업계약에 따르면 기사들은 직접 대리운전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제4조②), 정장 또는 그에 준하는 복장 착용, 안전운행, 교통범칙금 7일 이내 납부, 기사매뉴얼․고객응대요령 준수 등(제4조③-④), 원고들이 정하는 정책, 규칙, 업무지시를 따르고 (비)정기 교육에 참가해야 한다(제4조⑤). 대리운전 요금 수수료는 원고들이 정한다(제4조⑥). 한편 기사들은 출근 여부(제4조⑦)와 근무시간(영업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고(제6조), 쌍방은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제7조).

 


2. 판단기준

 

(1) 대상판결은 2018년 6월 선고된 ‘학습지교사 판결’에 의해 정형화된 최근 노조법상 근로자 판단기준의 법리를 그대로 인용한다. 즉 노조법상 근로자 정의규정과 실질판단의 원칙을 먼저 확인한다(“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타인과의 사용종속관계하에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기타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자를 말하고, 타인과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당해 노무공급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다”).

 

(2) 대상판결은 이어 근로자성 판단 요소로 ‘경제적․조직적 종속성’(①-③), ‘전속성․지속성’(④), 일정 정도의 ‘지휘․감독 관계’(⑤), ‘보수의 노무제공 대가성’(⑥) 등을 제시하며 6가지 징표를 예시한다. 구체적으로 ①“노무제공자의 소득이 특정 사업자에게 주로 의존하고 있는지,” ②“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③“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④“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⑤“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⑥“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 마지막으로 대상판결은 노조법과 근로기준법의 목적을 구별하며, 노조법상 근로자성 판단의 일반적 지침으로서 ⑦해당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의 관점에서 [근로자성을] 판단”할 것을 주문한다.

 

 

3. 사안에의 적용

 

(1) 대상판결은 앞에서 제시한 7가지 판단요소를 차례로 대상판결의 사실관계에 적용해 모두 적극적으로 판단한 후 피고들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즉 ①대리운전 업무의 실태(겸업의 현실적 어려움, 우선배정의 필요성 등), 사건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요건(복수 회사와 계약한 기사 배제) 및 수수료․대리운전비의 지급구조(원고들이 피고들에게 지급)를 감안할 때 피고들의 원고들에 대한 소득의존성이 있고 대리운전비는 피고들이 제공한 노무의 대가로서 원고들이 지급한 것이다(⑥). 또한 ②원고들이 일방적으로 피고들과의 계약조건(수수료․대리운전비 액수 등)을 정하며, ③ 피고들이 제공하는 대리운전 노무는 원고들의 대리운전 영업 영위에 필수적인 것이고, 피고들 등 기사들은 원고들 등 대리운전업체를 통해서만 대리운전영업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④원고들과 피고들 간 ‘동업관계’는 상당 기간 지속되었고 피고들은 원고들에 상당한 정도로 전속되어 있으며, ⑤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지휘․감독 사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을 정도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

 

(2) 마지막으로 대상판결은 전속성과 소득의존성을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활용하는 것에 신중할 것을 당부하며, 사건 ⑦“원고들의 사업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원고들과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는 피고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고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서 원고들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피고들에게 […] 집단적으로 단결함으로써 […] 원고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노무제공조건 등을 교섭할 수 있는 권리 등 노동 3권을 보장하는 것이 헌법 제33조의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4. 함 의 

 

대상판결은 법리적 측면에서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한 것이 아니며 사실관계도 비교적 명확하여 크게 쟁점이 될 만한, 즉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에 장애가 될 만한 사실적 요소도 선뜻 보이지 않는다. 다만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에 대해 최근 판례가 확립한 공식을 대리운전기사의 사례에 처음으로 적용해 그 적극성을 확인한 사례로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게다가 대리운전기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이 정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한 종류이고, 대리운전은 현실에서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서비스가 제공되기 용이한 업무 중 하나이다. 2018년 6월 이래 대상판결과 같은 법리가 적용된 직업 유형인 학습지 교사, 방송 연기자, 매점 운영자, 자동차 판매원과 비교해 대리운전은 디지털 플랫폼에 더욱 친화적이며, 대리운전기사는 플랫폼 노동 종사자로서 상대적으로 전속성과 소득의존성이 더 낮고 더 약한 정도의 지휘․감독을 받을 개연성이 높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상판결이 향후 전형적 플랫폼 노동 종사자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이 쟁점이 된 사건에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군준(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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