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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코리아 매장 직원의 출근은 몇 시인가:시업 전 준비시간의 실근로시간 해당 여부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11-07 선고, 2017가합562931판결
  2. 저자 이다혜

【판결요지】
근로기준법 제50조에서 말하는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데, 이는 근로자들의 과중한 근무시간을 제한하고자 하는 규정이므로 여기에서의 근로시간은 실근로시간을 의미한다. […] 인정한 사실들만으로 피고가 원고들에게 정규 출근시간 09:00보다 30분 일찍 출근하여 09:30까지 이 사건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 등을 완료할 것을 지시하였다거나 원고들이 피고들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 이 사건 청구기간에 매일 09:00경 출근함으로써 근로계약 등에서 정한 출근시간보다 상시적으로 30분씩 조기 출근을 하고 실제 근로를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1. 사건의 개요와 사실관계

 

대상판결은 샤넬코리아의 근로자 335명이 회사를 상대로 계약상의 정규 출근시각보다 일찍 출근하여 제공했던 근로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청구한 집단소송이다.

원고들은 전국 각 백화점의 샤넬 매장에 배치되어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근로계약, 취업규칙 및 단체협약에 기재된 정규 출근시각은 오전 9시 30분이고, 전국 백화점들의 매장 오픈시간은 대개 오전 10시 30분이다. 원고들은 매장에 최소 오픈 1시간 전까지 출근하여 환복, 휘장 걷기, 컴퓨터 시스템 로그인, 매장 청소, 백화점 행사 참여 등의 준비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회사가 제공하는 “그루밍가이드”(Grooming Guide, 이하 이 사건 “지침”)에 따라 오픈 전까지 각자의 메이크업도 완료해야 했다. 그루밍가이드에는 아이, 립, 네일 등 화장 부위별로 사용해야 하는 제품 종류와 화장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

원고들에 따르면, 피고 회사는 계약상 출근시각인 9시 30분보다 30분 빠른 9시까지 조기 출근하여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을 9시 30분까지 완료하도록 지시했다. 원고들은 지침에 따라 메이크업과 복장 등을 갖추는 것은 사용자의 지시에 의해 근로계약상의 업무 수행과 연결된 필수 불가결인 행위이므로 근로기준법 제50조의 근로시간에 해당하며, 사용자는 3년에 걸친 이 사건 청구기간(2014. 7월~2017. 8월)에 해당하는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근시각에 관하여 아래와 같은 사실들이 인정되었다.

 

①피고의 리테일 매니저인 甲 차장이 2015.7.1. 작성한 “매장관리 매뉴얼” 교육자료에는 “현재 적지 않은 수의 카운터 매니저들은 9시 30분이라는 시간에 강박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맞추어 출근하고 있습니다. 시차로 출근하는 시간도 마찬가지입니다. 9시 30분보다, 또는 11시보다 20~30분 더 일찍 출근하는 것이 아까운가요?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나요?”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매장관리 매뉴얼 발췌>

 

많은 사람들이 외부 공간을 수리하는 데에는 상당한 의욕을 보이면서도 자기 자신을 개선하는 일에는 매우 소극적이다. 마음의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니 계속 거기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개선한다는 진정한 의미의 자기 희생을 치른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의욕적으로 개선하려는 사람은 정신적, 물질적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므로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생각 한 번 해 봅시다~~!!

현재 작지 않은 수의 매니저들은 930분이라는 시간에 강박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맞추어 출근하고 있습니다.

930분보다, 또는 11시보다 230분 더 일찍 출근하는 것이 아까운가요!!?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나요!!?

 

②원고들 중 일부는 2017.1월경 리테일 매니저인 丙 차장에게 “차장님, 출근 보고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라는 출근 보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오전 09:00 이전에 여러 차례 발송한 바 있다.

③다수의 백화점 CCTV 영상에는 직원들이 9시 이전에 출근하여 그루밍가이드에 따른 메이크업 및 개점 준비 등을 하는 모습이 촬영되어 있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들에게 30분 전까지 출근해서 그루밍가이드에 따른 메이크업, 액세서리 착용 등을 완료하라고 명시 또는 묵시적으로 지시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정규 출근시각인 오전 9시 30분부터 백화점이 오픈하는 10시 30분 사이의 1시간은 매장 오픈 준비시간으로 충분하며, 원고들이 청구기간 중 매일 30분씩 초과근로를 했다고 볼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2. 판결요지

 

법원은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연장근로수당의 산정 기초가 되는 실근로시간의 개념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이라는 기존의 법리를 확인한 뒤, 사안에서 인정된 사실만으로는 지휘․감독하에 조기 출근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었다.

첫째, 甲 차장이 작성한 매장관리 매뉴얼(이하 “매뉴얼”)은 직원들이 “정규 출근시간보다 20~30분씩 일찍 출근하지 못하고 제시간에 출근하는 것을 질책하는 듯한” 것으로 보이나, 해당 문구 바로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볼 때 행사 준비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업무상 조기 출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해석되며, “업무에 철저히 임하라는 등 경각심을 일깨우는 내용”일 뿐이다.

둘째, 회사가 9시 정각을 기준으로 직원들의 근태를 관리하고 30분 조기 출근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가했다는 정황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조기 출근을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

셋째, 원고들 중 일부가 2017년 丙 차장에게 출근보고를 한 사실 외에 나머지 기간에도 상시적으로 9시경 조기 출근했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으며, 원고들이 9시 출근을 입증하기 위해 제출한 백화점 매장의 CCTV 영상, 교통카드 사용 내역 등은 불충분하다.

넷째, 원고들은 백화점 매장 출근 이후 오픈 준비에 총 90분 내지 100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주장하나, 지침에 따른 메이크업 등을 포함하여 개점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이 1시간을 명백히 초과하여 30분의 조기 출근이 불가피하다거나, 원고들이 조기 출근한 9시 이후부터 정규 출근시간인 9시 30분까지의 시간을 자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3. 쟁점과 비판적 검토

 

먼저, 그루밍가이드에서 지시하는 내용에 따른 화장 등을 하며 백화점 매장 오픈을 준비하는 것은 원고들의 주장대로 “근로계약상의 본래 업무 수행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필수 불가결한 행위”임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루밍가이드는 근로자들이 화장에 사용해야 할 샤넬 제품과 방식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있으며, 매장 오픈 전까지 마쳐야 할 다양한 준비 업무 중 화장 완료는 필수 사항이다. 화장품 판매 업무를 맡은 근로자가 회사 지시에 따른 방식으로 화장을 마치는 것은 공업 분야 근로자가 안전모나 장비를 착용하는 행위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가 전혀 없다. 근로계약에 따른 해당 업무 수행에 꼭 필요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에서도 원고들이 그루밍가이드에 따라 화장을 하는 행위 자체가 근로계약상 필수 불가결한 행위라는 점은 부정된 바 없다. 대상판결 선고 이후 “화장시간은 근로시간이 아니다”는 식의 헤드라인으로 보도된 일부 언론 기사들이 있었으나, 단지 관심을 끌기 위해 성차별적 편견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쓰인 기사들일 뿐 실제 판결 내용이나 논점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루밍가이드에 따른 화장 등을 포함한 오픈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이 피고 주장대로 60분으로 충분한지, 아니면 원고 주장대로 90~100분가량이 걸려 준비 완료에 부족한지가 문제된다. 이 점은 법리적인 쟁점이 아닌 사실관계 확정의 문제다. 원고들 주장이 기각된 주요 원인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원고들은 조기 출근을 입증하기 위해 9시 이전에 전송한 출근 보고 메시지, 출근 시 교통카드 사용 내역, 백화점 CCTV에 9시 이전 매장에서 일하는 모습이 찍힌 영상 등을 제출했으나 대상판결은 이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이 “매일” 9시경 출근하여 “상시적으로” 30분씩 더 근로를 제공한 것으로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이 판시내용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후술한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에 따르면, 샤넬코리아는 별도의 근태관리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근로시간 기록 시스템조차 구비하지 않은 기업의 문제가 소송에서 곧바로 근로자의 불이익으로 부담되는 것은 불합리하다.

결국 사안의 핵심 쟁점은 준비를 위해 9시까지 출근하라는 사용자 측의 요구와, 그에 따라 적어도 확인된 근로자들이 실제로 조기 출근해서 일했던 시간이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하는 실근로시간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즉 9시 출근이 완전히 자율적인 것이었는지, 아니면 사용자의 지휘․감독에 따랐던 것인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대상판결은 이에 대하여 ①매뉴얼의 내용이 20~30분씩 일찍 출근하지 않는 것을 “질책하는” 듯하다고 하면서도 이는 “기본에 충실하고 업무에 철저히 임하라는 경각심을 일깨우는 내용”일 뿐이라는 점, ②30분 조기 출근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가했다는 정황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점, ③원고들이 청구기간 중 “거의 모든 근무일마다” 30분 일찍 출근했다는 점을 인정할 출퇴근 기록이 남아 있지 않고, 일부 백화점 CCTV 영상에서는 9시 조기출근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증거를 종합해 볼 때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감독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결의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근로자들의 매장 준비 시간이 60분이면 족한지, 90분 이상이 필요한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곧 사용자의 지휘․감독이 없다고 단정 짓는 결론으로 연결되지는 않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초과근로를 했다는 사실이 성립하려면 ①사용자가 조기 출근을 지시했다는 점, 그리고 ②근로자가 지시된 시간에 실제 노무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있어야 한다. 대상판결은 ②에만 주목하며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을 뿐, 그보다 선행하는 ①의 문제, 즉 사용자가 직원들에게 조기출근을 요구한 것이 지휘‧감독에 이르는지 여부는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다.

대상판결은 문제의 매뉴얼이 조기출근을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보았으나, 매뉴얼의 해당 부분은 근로자에게 매우 강력하게 9시 30분이 아닌 9시까지 출근했으면 하는 화자의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작지 않은 수의 매니저들은 9시 30분이라는 시간에 강박증이라도 걸린 것처럼 맞추어 출근하고 있습니다… 20~30분씩 더 일찍 출근하는 것이 아까운가요!!?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나요!!?” (판결문에서는 이 문장 끝을 “?”로 인용해 두었으나, 실제 찾아본 매뉴얼의 해당 부분은 문장이 “!!?”로 끝나고 있었다.) 회사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근로자로서 이 문장을 읽고 사용자가 지금 순수하게 본인의 견해를 묻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회생활에서 많은 경우 지시는 질문이나 돌려 말하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문장이 ‘!’와 ‘?’로 끝나는 것은 그야말로 이 매뉴얼이 일찍 출근하라는 ‘지시’를 ‘반문’의 형태로 담고 있음을 방증한다.

매뉴얼은 더 일찍 나오라는 권유 정도를 넘어, 마치 지각하는 근로자를 꾸짖는 것처럼 들린다. 읽는 이에게 원래 마땅히 와야 할 시각은 9시 30분이 아닌 9시까지라는 인상을 준다. 이 사안처럼 근로계약이나 단협으로 정규 출근시각(시업시각)을 정해 두었지만 더 일찍 나올 것을 요구하고 초과근로수당을 주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는 1988년의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이 인용되고 있다. “시업시간 이전에 조기출근토록 하여 시업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것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여 임금이 지급되어야 할 것인가 여부는 조기출근을 하지 않을 경우 임금을 감액하거나 복무 위반으로 제재를 가하는 권리의무관계라면 근로시간에 해당될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근로시간에 해당되지 않는다.” (1988.8.30. 근기 01254-13305) 즉, 사용자가 요구하는 시업시각보다 이른 준비시각에 오지 않을 경우 명시적인 불이익을 받아야만 이것이 초과근로수당 지급 대상인 실근로시간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상판결은 조기 출근하지 않은 근로자들이 실제로 불이익을 받은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는 점에서, 위 행정해석과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에 놓인 시간 속에서 일했음을 입증하기 위해 반드시 명백한 제재를 받았음을 입증하게끔 하는 법 해석 방식은 의문과 비판의 여지가 있다. 위계질서, 상명하복이 명확한 일터를 전제한 1980년대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행정해석이 아닐까. 사안의 매뉴얼은 근로자 입장에서 읽어보기만 해도 “9시에 나오지 않으면 무언가 불리하겠다”는 인상을 충분히 주고 있다. 지휘‧감독은 근로계약상 사용자의 권한이기도 하지만 사실상의 힘(power)으로, 그 힘을 반드시 행사(exercise)하지 않고 유보(reserve)하고만 있어도 존재할 수 있다. 근로자가 매뉴얼을 읽고 그 내용에 따르지 않으면 불리하겠다고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며, 반드시 사용자로부터 실제로 처벌을 받지 않았어도 지휘‧감독은 얼마든지 성립할 수 있다. 초과근로수당을 받으려면 조기출근 지시를 따르지 않았을 때 벌을 받았음을 입증해야만 하는 노동법은 전근대적 경영 방식을 묵인, 방치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노동법은 명백한 권리 침해를 구제하는 것은 물론이며, 일터를 민주적인 곳으로 만들 소임 또한 있다. 그러므로 1988년의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과 대상판결의 내용은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사안에서 매뉴얼의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조기 출근에 대한 회사 측의 지시가 존재했다고 판결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더, 대상판결에서는 초과근로에 있어 ‘짧은 시간’과 ‘짧은 기간’을 간과하는 태도가 발견된다. 법원은 원고들이 청구기간 중 “매일” 9시경 출근하여 “상시적으로” 30분씩 조기 출근을 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근로자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이러한 판시 내용은 노동법 원칙에 어긋난 것이다.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초과근로의 개념은 법정근로시간을 넘긴 것으로, 단 하루를, 단 1시간을 초과하여 일했다 할지라도 원칙적으로 당연히 초과근로이며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권리가 성립된다. “상시적으로” 초과근로를 해야만 비로소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법리는 근로기준법 어디에도 없다. 대상판결이 “상시적”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은연중에 설령 이 사안이 초과근로가 맞다 하더라도 그 기간이나 시간이 비교적 적은 것은 그냥 묵인해도 된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그것은 사안을 판결한 판사의 관념일 뿐 노동법의 원칙은 아니다. 원칙에 기초하지 않은 이러한 생각이 바로 우리 사회 장시간 노동의 원인이다.

매뉴얼은 “20~30분씩 일찍 출근하는 것이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지나요!!?”라고 묻고 있다. 근로계약의 본질은 회사의 돈과 사람의 시간이 교환되는 것이다. 9시 30분 출근이 계약 내용인데, 대가를 받지도 못한 채 사용자 요구에 따라 9시에 나오는 것은 근로자 입장에서 당연하고도 명백한 ‘손해’다. 매뉴얼의 작성자는 대가 없는 조기 출근이 손해라는 점을 잘 아는 것으로 보인다. 이것을 정확하게도 “자기 희생”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9시 출근이 꼭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계약상 출근시각을 정식으로 고치고, 초과근로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면 될 일이지 근로자의 자기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매뉴얼은 자기 희생을 강요하는 한국의 일터 문화를 잘 보여준다. 강요된 희생이 얼마나 사람과 사회를 좀먹는지 우리는 잘 안다. 노동법이 막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상황이며, 근로시간과 관련된 사안을 마주하면 법원은 시간은 곧 돈이기도 하지만 근로자의 삶 그 자체라는 생각으로 판결할 수 있어야 한다.

대상판결에서 300명이 넘는 근로자들이 3년이라는 기간에 걸친 초과근로수당을 청구했을 때 모든 시간, 모든 사람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청구를 기각한 것은 잘못으로 보인다. 적어도 확실한 증거를 제출한 사람들에 대해서 우선 초과근로를 인정하고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서는 심리를 다시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근로자들이 항소를 택한다면, 다음에는 다른 내용의 판결을 보고 싶은 사건이다.

 

이다혜(서울대고용복지법센터 연구위원, 서울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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