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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전부 또는 다수인 분야에 대한 차별의 위법성 판단

  1. 대법원 2019-10-31 선고, 2013두20011판결
  2. 저자 구미영

【판결요지】
여성 근로자들이 전부 또는 다수를 차지하는 분야의 정년을 다른 분야의 정년보다 낮게 정한 것이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규정한 평등의 원칙 외에도 헌법 제32조 제4항에서 규정한 ‘여성근로에 대한 부당한 차별 금지’라는 헌법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해당 분야 근로자의 근로내용, 그들이 갖추어야 하는 능력, 근로시간, 해당 분야에서 특별한 복무규율이 필요한지 여부나 인력수급사정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상판결의 사건은 사실상 여성만을 뽑아 배치해 온 직렬의 정년 연령이 남성 집중 직렬에 비해 12년 낮게 설정된 것이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의 차별에 해당하는지 문제된 경우이다. 개괄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1980년대의 한국통신 전화교환수 정년 차별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기 때문에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9년의 시간이 걸린 것은 의아한 부분이다. 그러나 비교적 단순한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관점에서 고용차별 사건을 접근하는지에 따라 쟁점이 전혀 달라짐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남녀고용평등법의 입증책임 조항의 해석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국가정보원에 전산사식과 입력 직렬 10급 공무원으로 입사했던 원고들은 1999년 해당 직렬들이 폐지되자 연이어서 전임계약직 직원으로 채용되어 근무하였다. ‘국가정보원 계약직직원규정’은 전임계약직의 근무상한연령을 직렬에 따르게 다르게 규정하였다. 이에 따라 “1. 안전: 만 30세, 2. 상담, 전산사식, 입력작업, 안내:만 43세, 3. 의료기사, 간호사, 영양사, 영선, 원예 :만 57세, 4. 의사:만 65세, 5. 기타 분야:만 60세”로 정하며, 과거 10급 공무원에서 계약직으로 변경된 자 중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분야의 근무자는 만 45세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 이 연령규정에 따라 전산사식, 입력작업 직렬에 속한 원고1은 2010.12.31., 원고 2는 2010.6.30. 각 퇴직하였다.

이 소송에서는 원고들의 퇴직사유를 무엇으로 판단하는지에 따라 판결의 쟁점이 심급별로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피고 회사 측은 계약직 직원인 원고들에 대한 계약기간이 만료되었고 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이 퇴직사유이므로, 이 사건 연령규정은 퇴직사유와 무관하다고 주장하였다. 전산사식 및 입력 직렬에 대한 낮은 정년 규정은 퇴직사유가 아니므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여부가 다퉈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1심 판결은 두 가지 쟁점 모두에 대하여 판단하였는데, 계약기간 종료와 갱신거절을 퇴직사유로 보았을 때 원고들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이 사건 연령규정이 퇴직사유라 하더라도 “각 직렬의 기능과 특성을 고려하여 제반 규정을 정비한 결과이고, 과거에도 전산사식, 입력 등의 직렬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정년이 만 43세였으며, 남성이 주로 근무하는 안전 직렬의 정년이 30세이면서 간호사, 영양사는 57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연령규정이 여성을 불합리하게 차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2심 판결에서는 기간만료 및 갱신거절을 퇴직사유로 보았기에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고, 갱신기대권 주장을 배척하였다. 상고심인 대상판결에서는 이 사건 연령규정이 원고의 퇴직사유가 된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여부 판단에 초점을 맞추었다. 피고 측이 기간만료라는 형식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하였으나, 43세 또는 45세라는 특정 연령에 맞춰 갱신거절을 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연령규정이 퇴직사유라는 점은 당연한 결론으로 보인다.

고용차별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우선 판단해야 할 쟁점은 원고에 대한 비교대상을 누구로 설정할 것인가이고, 그 결과에 따라 차별 입증의 난이도가 좌우된다. 이 사건에서 전산사식 및 입력 직렬은 여성만이 채용, 배치되었고, 2000년도의 채용 공고에서는 ‘고졸 여성’으로 응시 자격을 명시한 바 있었다. 따라서 원고들이 소속될 직렬이 여성만으로 구성되었음에는 다툼이 크지 않았는데, 비교대상과 관련해서는 1심과 상고심의 판단이 달랐다. 1심 판결에서는 영선ㆍ원예 외에 안전 직렬도 비교대상에 포함하였고, 남성 직렬임에도 정년 연령이 30세로 더 낮다는 것을 차별을 부인하는 근거로 활용하였다. 반면에 상고심은 비교대상을 영선ㆍ원예 직렬로 한정하였다. 국가정보원이 작성했던 ‘계약직 정원관리 방안 하달’에 의하면,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영선, 원예 6개 분야를 단순기능분야 계약직으로 분류한 점을 근거로 하여 비교대상을 영선, 원예로 한정한 것으로 보인다. 비교대상에 비하여 정년 연령이 12년 이상 낮은 사실이 인정됨에 따라 상고심은 성별 등을 사유로 근로의 조건을 다르게 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조치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었다.

대상판결에서는 이러한 차등대우나 불리한 조치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판단하는 방법에 대해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여성 근로자들이 전부 또는 다수를 차지하는 분야의 정년을 다른 분야의 정년보다 낮게 정한 것이 여성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하는지는,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규정한 평등의 원칙 외에도 헌법 제32조 제4항에서 규정한 ‘여성근로에 대한 부당한 차별 금지’라는 헌법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해당 분야 근로자의 근로 내용, 그들이 갖추어야 하는 능력, 근로시간, 해당 분야에서 특별한 복무규율이 필요한지 여부나 인력수급사정 등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합리적 이유의 판단요소는 한국통신 정년차별 사건 판결에서 인용한 것이나, 평등원칙이나 여성에 대한 차별금지라는 헌법적 가치를 강조한 것은 대상판결이 추가한 부분이다.

합리적 이유와 관련해서 1심 판결은 과거에도 전산사식 분야의 정년 연령이 더 낮게 정해져 있었다는 연혁, 영선ㆍ원예 분야의 계약직직원 채용공고에서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에게 응시자격을 부여하였다는 점 등을 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근거로 인정하였다. 반면에 대상판결은 여성을 달리 대우하는 규정이 있었다는 연혁이 부당한 차별이 아니라는 근거가 될 수 없고, 영선, 원예 분야에서 자격증 소지 여부는 채용ㆍ선발 기준의 하나로 고려된 것일 뿐 단순기능분야 내에서 남녀의 근무상한연령에 현저한 차등을 두는 것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위법한 차별에 대한 합리적 이유를 판단함에 있어 사용자의 재량권을 일탈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닐 것을 요구하는 수준에 한정하지 않고, 성별에 따른 위법한 처분을 용인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합리성, 정당성이 요구됨을 보여준다.

또한 차별의 합리적 이유를 입증할 증명책임이 사용자에게 있음을 명확히 한 것도 대상판결의 의의이다. 대상판결은,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로 운영되어 온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로 운영되어 온 다른 분야의 근무상한연령보다 낮게 정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피고 측이 증명하여야 하고, 이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 사건 연령 규정은 당연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고용차별 사건 상고심 판결에서 남녀고용평등법의 입증책임 전환 조항의 해석론을 설시한 첫 사례이다.

마지막으로 대상판결은 공무원에 대해 남녀고용평등법과 「근로기준법」의 균등처우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국가공무원법」 등 공무원의 복무, 인사 관련 법령에 고용차별의 금지 및 피해구제 관련 규정이 없는 한 국가기관과 공무원 간의 공법상 근무관계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공무원 관련 법률에서 고용차별을 규율하는 조항이 없기에 공무원에 대해서도 적용된다는 것이 학계의 해석이었으나, 실제로 판결을 통해 확인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구미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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