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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계약을 통하여 승강기 정기안전점검을 수행하는 수급인 근로자의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

  1. 울산지방법원 2019-05-30 선고, 2018고단3335 판결
  2. 저자 심재진

【판결요지】
이 사건 승강기 및 승강기가 설치된 공장의 소유자로서 승강기 관리주체인 C는 법률에 따라 이 사건 승강기에 대한 정기적인 자체점검의무가 있는 반면, B는 C와의 대행계약에 따른 일시적 점검의무를 부담할 뿐인 점, 승강기 점검업무의 수급인에 불과한 B에게 도급인인 C의 공장 시설 일부인 승강로에 조명시설을 설치할 권한이나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이 사건 사고 후 C가 이 사건 승강로 하부에 안전보건규칙의 기준을 충족하는 조명을 설치한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 승강로에 대한 조도유지의무는 B가 아닌 C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이 사건 승강로를 B 근로자들이 상시 작업하는 장소라고 보기는 어렵다

 

 

「승강기 안전관리법」(이하 승강기 안전관리법)에 의하면 승강기의 관리주체는 승강기의 안전에 관한 자체점검을 월 1회 이상 하도록 되어 있다(법 제31조 제1항). 그런데 동법은 더 나아가 관리주체가 자체점검을 스스로 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이 법에 의거하여 등록된 승강기 유지관리업자에게 이를 대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법 제31조 제4항). 이 법 제39조 이하는 승강기 유지관리업의 등록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법 제39조~제45조).

이 사건에서 주식회사 B는 승강기 제조 및 설치, 보수 감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B는 C주식회사의 공장 내 화물용 승강기 2대에 대하여 유지관리업무를 도급받아 정기적으로 월 1회 이 승강기를 점검해왔다. B의 근로자인 D와 E는 역할을 나누어 E는 카상부의 점검용 카를 조작하고, E는 피트 내부에서 카가 이동할 때 반대로 움직이는 균형추의 높이, 가이드 레일 상태 등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였다. 그런데 작업장소가 어두워 E가 D를 발견하지 못하고 카를 올려 D가 균형추와 벽체에 협착하여 사망하였다.

이 사고로 인해 주식회사 B의 대표이사(안전보건총괄책임자) A와 주식회사 B는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다. A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일정 정도의 조도유지의무(제8조)와 기계의 검사와 관련하여 위험 우려 시 운전정지의무(제92조 제1항)를 위반하였다는 것이며, 주식회사 B에 대한 기소는 A의 위반을 전제로 하여 양벌죄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조도유지의무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와 제24조에 규정된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를 위임받아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정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는 사업주가 상시 작업하는 장소의 작업면 조도를 적어도 75럭스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사고 후 승강로의 조도는 25럭스이었다는 것이다.

법원은 승강기의 점검업무가 운전을 하면서 그 상태를 체크하는 것으로 보아 위의 운전정지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러한 판단은 타당하다고 보인다. 이 사건에서 논의가 더 필요한 것은 사업장 조도유지의무에 관한 것이다. 이 사건 법원은 B가 사업장의 조도유지의무의 주체가 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무죄라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 법원이 B가 의무주체가 아니라고 보는 이유는 승강기 안전관리법상 점검의무를 부담하는 주체는 주식회사 C이고, 수급인인 B는 대행계약에 따른 일시적 점검의무를 부담할 뿐이고, 도급인인 C의 공장 시설 일부인 승강로에 조명시설을 설치할 권한이나 의무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와 같은 판단을 통해 보면, 이 사건 법원은 사고가 난 승강로가 B근로자들이 ‘상시 작업하는 장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지적한 바와 같이 승강기 안전관리법상 승강기의 안전점검의 관리주체가 이 승강기를 공장 내에서 화물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C회사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서두에서 본 바와 같이 동법은 승강기 유지관리주체가 정기안전점검의무를 승강기 관리유지업자에게 대행하도록 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고, 승강기 유지관리업의 등록과 자격요건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만, 관리주체가 스스로 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것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약을 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C회사가 B에게 안전점검을 대행하도록 한 것은 위법한 것이 아니라, 동법상 관리주체의 판단에 따라 자유롭게 허용되는 성질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사건 법원이 판단한 대로 안전점검의 관리주체가 C회사인 것이 바로 승강로에 대한 조도유지의무의 주체가 C회사인 것으로 이어지는가 하는 점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와 제24조의 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에 대한 것이다. 만약 C회사가 승강로에 대한 조도유지의무의 주체라고 한다면, C회사는 대행계약을 통해 외주화하여 승강로에서 작업하는 자신의 근로자가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조도유지의무를 갖게 된다. 이러한 해석은 사업주가 자신과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에 대해 안전보건조치의무를 갖게 되는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타당하지 않다.

법원 해석의 불합리성은 승강기 유지관리업자의 의무에 대해서도 발생한다. 만약 승강기 안전점검의 관리주체인 것을 이유로 승강로와 관련된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장 조도유지의무가 이 관리주체에 있다고 하면, 대행계약을 맺은 모든 승강기 유지관리업자는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에 대하여 승강로와 관련된 안전조치의무가 없다는 것이어서 이 또한 대단히 불합리하다. 달리 말하면 법원의 해석은 안전점검에 대하여 대행계약을 허용한 입법취지가 해당 승강기 유지관리업자의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책임을 면제해준다고 보는 것으로 연결되는 점에서 대단히 불합리한 것이다.

명확하지는 않지만, 위와 같은 법원 판단의 근저에는 법조문의 해석상 승강로가 대행계약으로 승강기 점검업무를 수행하는 승강기 유지관리업자의 ‘상시 작업하는 장소’가 아니라는 생각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행계약으로 안전점검업무를 맡은 B는 일시적 점검의무를 부과받은 것일 뿐이라는 법원의 표현에서 그러한 생각의 단초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의 생각대로라면 승강기 유지관리업자는 대행계약을 통한 승강기 유지관리업무를 자신의 상시적 업무로 하면서도 자신의 근로자들이 ‘상시 작업하는 장소’가 존재하지 않게 된다.

이미 대법원은 사업장의 근로자 수와 관련하여 ‘상시(常時)’의 의미를 ‘상태(常態)’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승강기 유지관리업에서 작업하는 ‘상태’는 대행계약을 통해 타 회사의 승강기를 안전점검하는 것이다. 따라서 승강기 유지관리업에서 ‘상시 작업하는 장소’는 비록 대행계약이 짧은 기간에 한정된다고 하더라도 대행계약을 맺은 상대방 회사의 승강로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사건에서 B회사는 C회사와의 1년간의 대행계약을 통해 승강기 유지관리업무를 수행해왔던 것이므로 C주식회사의 승강로는 B회사 근로자들이 상태적 의미에서 ‘상시 작업하는 장소’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이 사건 법원은 승강로에 조명시설을 설치할 권한이나 의무가 B회사에 없는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그러나 사업주의 조도유지의무는 사업장에 영구적인 조명시설을 설치하여야만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B회사는 임시적인 조명장치를 마련하여 작업수행 중 이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거나 경제적으로 비용이 많이 든다면, C회사에게 대행계약을 통해 비용을 부담하게 하든가 혹은 다른 대안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회사는 이 사건 사망사고와 관련하여 책임에서 자유로운가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 점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가 C회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아서 판단하여야 한다. 현재 적용되는 산업안전보건법의 도급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이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전문분야 공사 전체를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제29조 제1항 2호)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는 경우’(제29조 제1항 1호)에 해당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자들이 일했던 ‘승강로’가 같은 장소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승강기 유지 관리업무’를 대행하게 한 것이 전부도급인지, 일부도급인지에 따라 적용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대법원의 이전 판례의 입장에 따르면, ‘승강기 유지 관리업무’를 하나의 사업으로 보아 이 전체를 도급을 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사업의 일부로 인정되어 도급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조도유지를 안전조치로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거나 승강기의 점검․수리에서의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도급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로 조도유지업무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산업안전보건기준 제162조 참조). 이 사건 사고에 대하여 도급사업주인 C회사에 대해 기소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이러한 사정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사업주의 안전조치의무를 적용하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승강로 등의 사업장을 지배하고 관리하는 권한이 있으며, 원래 승강기 관리유지의 주체인 도급사업주에게 아무런 안전상의 조치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대단히 불합리하다. 전면개정되어 2020.1.16. 시행을 앞둔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경우에는 안전조치의무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어(제63조), 현행 법과 같은 제한이 없다. 이러한 제한이 없어도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은 안전조치의무를 산업안전보건기준에서 열거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에 산업안전보건기준에서 도급사업주의 의무로서 승강로의 조도유지의무나 수급사업주에 대한 협조의무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으면 적용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열거적으로 나열하는 방식 자체가 점검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 사건은 또한 보여준다.

 

심재진(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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