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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 과정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에도 적용된다

  1. 대법원 2018-08-30 선고, 2017다218642
  2. 저자 김기선

【판결요지】

1.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 등에 비추어 보면,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차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와 같은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에게 그 주장․증명책임이 있다.

한편 노동조합의 존립과 발전에 필요한 일상적인 업무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서 노동조합 사무실이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단체협약 등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한 이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반드시 일률적이거나 비례적이지는 않더라도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정한 공간을 노동조합 사무실로 제공하여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는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면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는 물리적 한계나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노동조합 사무실을 전혀 제공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회사 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였다고 하여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

2.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만 노동조합 사무실을 제공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체결한 단체협약 및 교섭창구 단일화 이후에도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만 근로시간 면제를 인정하면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에게는 이를 인정하지 아니한 것은 모두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고, 사용자인 피고는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이유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의무를 부담한다.

 

 

‘공정’이 시대의 화두가 된 모양이다. ‘공정성장’, ‘공정채용’, ‘공정임금’ 등 여기저기에서 공정이라는 말이 들려온다. 공정의 사전적 의미는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한다. 공정이라는 단어는 노동관계법에도 등장한다.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함)에 복수노조에 따른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와 더불어 도입된 공정대표의무가 대표적이다.

공정대표의무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 사이에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을 의무를 말한다(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 교섭대표노동조합이 교섭을 요구한 모든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배타적 교섭당사자의 지위를 가지는 대신에 교섭참여 노동조합 및 그 조합원 간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지 않을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대상판결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공정대표의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다.
우선 대상판결은 공정대표의무가 적용되는 대상 내지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밝힌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하는 주체라는 것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공정대표의무의 대상이나 범위, 즉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공정대표의무가 단체협약의 내용이나 그 적용을 둘러싼 실체적 부분뿐만 아니라 단체교섭과정이라는 절차적 부분에도 적용되는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지 않다. “소수노조에게 잠정합의안에 대한 문제 제기나 찬반투표의 기회마저 제공하지 않는다면, 헌법에서 보장된 소수노조의 단체교섭권은 사실상 유명무실해질 수 있”고, 이러한 관점에서 “교섭대표노조가 단체협약의 효력을 받는 조합원의 총의를 수렴할 때에는, 수권적 동의 또는 조합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최소한 소수노조 조합원에게도 동등하게 위와 같은 절차에 참여할 권리가 부여”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 “교섭대표노조가 노동조합의 잠정합의안에 관한 찬반투표 과정에서 소수노조 조합원에게만 절차참여권을 부여하지 않은 것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한 하급심 판결이 있기는 하지만, 대상판결은 공정대표의무가 단체협약의 내용이나 단체협약의 이행과정뿐만 아니라 단체교섭의 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한편, 대상판결은 그 근거로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하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은 단체교섭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하지 못하는 등 단체교섭권의 심각한 제한을 받게 되는데, 공정대표의무는 이와 같은 제한이 단체교섭권의 본질적인 침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능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와 같은 논지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합헌성을 전제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소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하는 제도이기는 하지만 입법자가 그 제한에 따른 문제점의 상당부분을 제거 또는 완화할 수 있는 공정대표의무라는 수단을 마련하였기 때문에 헌법적 정당성을 수긍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위헌적이라는 견해에 의하면, 이 대목은 대상조치가 있다는 이유로 단체교섭권이라는 노동3권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비판을 받을 여지가 있다.
대상판결은 노동조합 활동과 관련된 사항, 특히 노동조합 사무실 제공과 관련하여 사용자가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노조사무실을 제공하였다면 일률적이거나 비례적일 것까지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소수노동조합에게도 상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정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공정대표의무의 내용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일시적으로 회사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사실이 차별을 정당화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하급심에서 소수노동조합에 대한 노조사무실 제공과 관련하여 판단이 엇갈리기도 하였는데,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논란에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노동조합 활동이 회사 내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노동조합 사무실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 일상적인 조합 활동조차 용이하게 진행하기 어렵게 되는 등 노동조합 사무실은 노동조합의 존립과 발전에 기본적인 요소라는 점, 필요할 때마다 회의실을 대여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는 소속 조합원이 안정적인 조합 활동을 하는데 충분하지 않다는 점에서 대상판결의 취지는 능히 수긍하고도 남는다.
한편, 현행 노동조합법은 어느 정도까지의 조치를 취해야지만 공정대표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 또한 법해석의 문제로 남겨져 있다. 대상판결이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는 점을 밝힌 만큼, 이후로는 교섭대표노동조합 또는 사용자가 단체교섭과정에서 어느 정도까지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 비로소 공정대표의무를 다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가 집중적인 논쟁의 대상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까지는 이와 관련한 명확한 판단기준이 정립되지 않는 탓에 하급심과 노동위원회 판정은 혼란스럽다. 다른 사정들이 감안되기는 했지만 교섭요구안 의제 선정에 있어서는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이 인정된다는 전제하에 확정요구안 결정에 있어 소수노동조합의 요구안을 배제한 것이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하급심 판결이 있는가 하면, “교섭대표노동조합은 교섭요구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에 대하여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고 협의할 뿐만 아니라 교섭요구안 결정 이유 등에 대하여 설명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생산직 위주인 이 사건 노동조합에게 다소 불리할 수 있는 ‘조합원 가입범위 제외자에 현장관리자(직․반장)를 포함’하는 내용에 대하여 사전에 알리거나 의견을 청취하는 등의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이 사건 사용자가 동 요구안을 제시한 지 불과 일주일만에 보충협약을 체결하였고, 체결 이후 이 사건 노동조합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이행하여야 할 절차적 합리성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본 중노위 판정 등이 존재한다. 서울고등법원 2017.8.18. 선고 2016나2057671 판결이 고백하는 바와 같이, “단체교섭이 상당한 기간에 걸쳐 이루어지는 점, 교섭대표노조와 소수노조의 관계, 다양한 단체교섭의 과정이나 형태 등을 고려할 때, 교섭대표노조가 ‘과연 어느 정도까지 필요한 조치를 취할 때 비로소 공정대표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있지만, 향후 이와 관련된 대법원의 판단기준 정립과 판례축적이 있기를 기대한다.

 

김기선(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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