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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근로자에게 지급한 노동조합 신분보장기금의 법적 성격

  1. 대법원 2017-11-09 선고, 2017두44244
  2. 저자 양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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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요지】

노동조합 활동으로 신분적ㆍ경제적 불이익을 입은 근로자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해고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신분보장기금은 그 동기 내지 목적을 보건대, 노동조합 활동을 하여 불이익을 입은 경우, 그 활동에 대한 사례로서 조합원에게 종전과 같은 생활수준을 보장해 주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의 사례금에 해당하므로 기타소득으로서 과세의 대상이 된다.

 

 

甲(원고)은 A주식회사의 기업별 노동조합인 B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 재직하다가 2007년 1월경 A회사로부터 해고되었다. 甲은 2007년 10월까지 B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 계속 재직하였고, 2009년 12월경까지는 산업별 연합단체인 전국화학섬유산업 노동조합의 지부장, 2012년 5월경까지는 상급단체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시(市)지부장으로 재직하였다. 

B노동조합은 조합 활동으로 인해 신분 또는 재산상 불이익을 입은 조합원에게 생계지원을 하는 신분보장규정을 규약으로 두고 있었다. 신분보장규정에 따라 원고는 5년 4개월(2007.1.∼2012.5)간 통상임금의 100% 등의 금액(월평균 약 743만 원)을 지급받았다. 이 금액은 B노동조합의 신분보장기금에서 지급되고, 신분보장기금은 정기적립금과 특별부과금으로 조성된다. 만일 해고근로자가 해고무효소송에서 승소하여 회사로부터 일시 보상을 받을 경우 그동안 받은 기금을 환불하여야 한다.

乙세무서(피고)는 甲이 지급받은 이 사건 금원을 기타소득 항목 중 사례금으로 보아 甲이 종합소득세를 신고ㆍ납부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甲에게 종합소득세 합계 139,068,060원을 부과하였다. 甲은 이에 불복하여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하였으나, 조세심판원은 甲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뒤이은 불복 소송에서 1심은 乙세무서의 처분을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으나, 원심(광주고등법원 2017.4.13. 선고 2016누5142 판결)은 본 사건 금원이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의 ‘사례금’이 아니라 ‘상호부조금’이라고 보아 乙세무서의 부과처분을 취소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금액의 성격을 “노동조합과 연관된 활동을 할 경우, 그 활동을 통하여 이 사건 노동조합에 기여한 것에 대한 사례의 뜻으로 해당 조합원에게 금원을 지급”(밑줄은 글쓴이 강조)한 것이며, 기금의 지급기간과 액수가 상호부조적 성격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하여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원심(광주고등법원)과 대법원의 결론이 달라진 것은 B노동조합이 지급한 신분보장기금의 법적 성격을 서로 다르게 보기 때문이다. 즉, 신분보장기금이 「소득세법」 제21조 제1항 제17호상의 ‘사례금’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먼저 사건 심판대상조항의 ‘사례금’의 개념에 대해서 알아보면 원심과 대법원이 동일하게 인정하는 바와 같이 ‘사례금’은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등과 관련하여 사례의 뜻으로 지급되는 금품을 의미하고,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당해 금품 수수의 동기․목적, 상대방과의 관계, 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밑줄은 글쓴이 강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9.13. 선고 2010두27288 판결 등).

원심은 甲이 받은 기금이 노동조합에 대한 甲의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이라고 볼 수 없고, 그 목적이 조합원 및 그 가족의 정신적ㆍ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점, 그리고 자영업 등 별도의 수입원이 있는 조합원과 소송 등으로 회사로부터 보상금을 받은 경우는 기금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재해 등을 당한 조합원들의 생계보장을 위한 성격의 상호부조금이라고 보았다.

생각건대 대법원은 기존의 판시가 정의한 ‘사례금’의 개념으로서 ‘사무처리 또는 역무의 제공’ 부분을 간과하고 ‘금품수수의 동기ㆍ목적, 상대방과의 관계, 금액 등’에 집중하여 소득에 대한 과세 정의에 집착한 면이 있다. 기존 대법원의 판시를 별론으로 하더라도 통상 ‘사례’라 함은 어떤 이의 노고에 대한 반대급부로서 그 노고에 대한 등가(等價)는 아니더라도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대가성이 있어야 한다.

즉, 甲이 받은 기금은 조합활동에 대한 신분적ㆍ경제적 피해에 대한 생계보장의 성격으로 일종의 공제조합과 같은 역할을 노동조합이 한 것이지 甲의 B노동조합에 대한 역무의 사례라고 볼 수는 없다. 이는 본 사안의 대법원이 기금의 성격이 노동조합에 대한 노무의 대가인 임금이 아니라고 한 점과 일치한다. 더불어 사무처리에 대한 금액을 그 위험이 제거되었다고 해서 되돌려 주는 것은 이 금액이 명백히 상호부조적 성격임을 밝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구체적인 설명 없이 ‘사례’의 개념 범위를 ‘역무 제공’에서 ‘기여’로 확장하여 기존의 설시와는 다른 판단을 내렸으며, 어느 정도까지 상대방에 ‘기여’하여야 받은 대가가 ‘사례’인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따라서 대법원은 원심이 밝힌 바와 같이 조세법률주의(헌법 제59조)에 따라 조세의 항목과 요건은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을 하여서는 아니됨에도 불구하고(대법원 2013.5.23. 선고 2013두1041 판결 등), 수입에 대한 과세라는 조세정의에 입각하여 무리한 법률 해석과 적용을 하였다. 만일 세무당국이 본 사안의 구제기금에 대해 적용할 수 있는 항목이 없다면 그것은 입법의 미비로 입법자의 활동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지 확장․유추해석으로 국민의 법적 신뢰를 침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유추하건대 대법원은 구제기금의 성질을 노동조합이 노조전임자에게 지급하는 금액과 유사하게 본 것이 아닌가 한다. 고등법원은 본 사건 구제기금의 임금성에 대해서 다루지 않았으나 대법원은 먼저 이것이 임금이 아님을 명확히 한다. 하지만 결국 그것이 사례라는 것으로 귀결되는 것을 보면 그 전제에는 노동조합이 활동가에게 주는 대가성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구제기금은 어떤 대가로 인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참고로 노조전임자에게 노조활동의 대가로 지급되는 급부로는 노동조합이 직접 지급하는 임금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 제4항에 따라 사용자가 지급하는 유급 ‘근로시간 면제’가 있다. 후자의 성격 역시 직접적인 노무제공의 대가는 아니지만 휴일근로에 대한 유급이 법률로 정한 임금이듯이 같은 성격의 임금으로 과세의 대상이 된다. 본 판결은 노동조합이 활동가에게 지급하는 금액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대법원이 설시한 ‘기여’의 의미가 불명확한 만큼 노동조합이 조합원에게 지급하는 모든 금원이 대가일 수도 있다는 우려를 일으킨다. 

 

양승엽(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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