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지난 20여년에 걸쳐 서구사회에서 파트타임 고용은 급속하게 증가하였으며, 이러한 증가추세는 향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파트타임 등
단시간근로의 확대는 일과 여가에 대한 개인의 선호 변화, 여성고용 확대, 고령화 추세와 고령노동의 증가,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등 다양한 측면
에서 그 필요성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에 기초하여 최근 OECD의 많은 국가들에서 활성화(activation)를 통한 고용률 제고 및
여성고용 확대를 위해 파트타임 일자리 확대와 고용 보호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고려하고 있다.
단시간근로가 근로시간의 절대적 양을 줄인 일자리 특성을 지칭한다면, 이와 함께 근로시간 측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근로시간의 유연성 또는 재
량성을 증대시키는 일자리 유형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9-to-5(6)의 전통적인 근무시간제 대신 시차출근제, 집
중근무시간제, 재택근무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하게 된다. 유연근무제로 표현되는 이 같은 근로형태의 확산 역시 근로시간의 유연성과 재량성을 확보함으
로써 일-가정 양립을 추구하려는 노동공급 측면의 요구와 함께, 급변하는 경제 환경 하에서 근로자의 창의성을 유발하고 생산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
한 노동수요 측면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근로시간 유연화를 축으로 하여 전개되는 전 세계적인 논의와 정책 변화의 추세에 비추어 우리나라에서 단시간근로 및 유연근무제에 대한 논의
및 도입 현황은 매우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전체 취업자 중 단시간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현재 8.8%에 불과하다.
OECD평균으로 16.1%인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여성에 한정하여 보면 한국은 12.3%로 OECD 평균 26.4%의 절반에도 미
치지 못 한다. 우리나라와 가장 비슷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진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여성 단시간근로 비중은 40.9%, 전체 단시간근로 비
중은 24.5%를 차지해 우리에 비해 단시간근로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연근무제의 도입 현황은 더욱 보잘 것 없다. EU 21개국을 대상으로 2004/05년에 실시된 ‘근로시간과 일-가정양립 실태조사
(ESWT)’에 따르면 10인 이상 기업의 약 50%가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는 데 반해(EU(2006)), 우리나라의 경우 유
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은 개개 유형별로 약 2-7% 수준에 그치고 향후 도입을 계획하는 있는 기업도 2%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김혜원 외(2007)).
단시간근로 및 유연근무제와 같은 근로시간 재배치(working-time arrangements; WTA) 정책은 일과 여가에 대한 의식이 빠르
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전체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일-생활 균형(work-life balance; WLB)의 관점에서 논의될 필요
가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청년층, 여성, 고령자와 같이 근로시간의 기회비용이 큰 인구계층의 고용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
정 계층을 타깃으로 한 정책적 관점에서도 유용성을 지닌다. 특히 여성의 경제활동 제고와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갖는데, 이는 ‘일-가정 양립’이
성 중립적인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여성에게 보다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달리 표현하면, 우리 사회에 단시간근로 및 유연근무제가 활성화되지 못하였다는 것은 청년층, 여성, 고령자와 같은 시간제약을 받는 계층의 고용기회
가 그만큼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근로시간의 유연성과 재량성을 제고하는 일-가정 양립형 근로시간 재배치 논의의 주요 쟁점을 분석하고 선진국 사례를 중심으로 제 유형
과 도입실태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에서 근로시간 재배치 논의를 활성화시키고 단시간근로 및 유연근무제와 같은 일-가정 양립형 고용 확대를 위한 바
람직한 정책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