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본 연구는 무역 및 투자 활성화와 중국의 산업발전, 그리고 일본의 경제 부활에 따라 동북아 지역의 분업구조가 심화되는 것이 고용관계와 어떻게 상
호작용하며, 그것이 한국의 노사정에 어떠한 과제를 제기하는지를 규명하기 위하여 수행되었다. 이는 소극적으로는 제조업 공동화 논의에 대응하고자 하
는 것이며, 적극적으로는 고용관계와 산업의 발전에 기초하여 일자리의 양과 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 방향을 탐색하기 위한 것이다.
글로벌 생산네트워크 이론, 제품 아키텍처 이론, 비교 고용관계 이론 등을 통합적으로 응축하여 제품, 작업장, 기업, 산업, 국가, 글로벌 시장
에 이르는 층위별 분석틀과 종합적 시각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다국적기업들의 투자 및 공정별 분업이 제품 아키텍처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
며, 특히 각국의 제도적, 시장적 환경이 여전히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특히 고용관계에 있어서는 경로의존성이 강하고 자본에 비하여 국제적 이동성
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국가 단위의 분석이 유효함을 주장하였다.
자동차산업과 전자산업을 사례 대상 산업으로 삼아 한중일 3개국의 수십 개 사업장을 방문조사한 것에 기초하여 그 내용을 정리·소개하였다. 자동차산
업의 경우 일본 자동차산업이 국제경쟁 심화의 영향을 받아 계약직,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을 대폭 늘려 왔으나, 일본식 생산방식을 유지하기 위하여
이들에 대한 훈련도 강화하는 등 나름대로의 대응책이 수반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더욱이 정규직의 경우는 여전히 일본식 고용관계의 특성이 유
지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기계나 자동화 설비보다는 숙련에 의존한 생산방식을 더욱 발전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하여 한국 자동차산업은
생산관리와 생산기술 측면에서 매우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으나, 노동배제적 자동화에 대한 의존이 높아 생산직에 대한 직종분리 모형과 결부되어 대립
적 노사관계가 구조적으로 배태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자동차산업은 다국적기업의 대거 진출과 민족계 기업의 독자모델 개발 노력으로 빠른 성
장을 보이고 있으나, 서구형 외부노동시장 환경하에서 통합형 제품 아키텍처에 걸맞는 기업내 농밀한 고용관계와 기업특수적 숙련을 형성할 수 있을지
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제기되었다.
전자산업의 경우 중국의 놀라운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핵심기술과 부품?소재는 일본과 한국, 여타 구미 선진국에 의존하면서 주로 노동집약적 공정
과 제품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모듈형 아키텍처에 걸맞는 일반적 숙련이 축적되고, 가격경쟁력을 토대로 국제시장의 점유율
을 높여 가고 있어, 특히 일본 전자산업에 심대한 타격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전자산업은 높은 기술 수준에도 불구하고 수익 모델을 창출하
는 데 실패하여 상시 구조조정의 압력을 받아 왔으며, 이에 따라 비정규직 활용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일부 제품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핵심 부품·소재와 설비 등을 일본에 의존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설비와 부품 국산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특히 생산관리와 생산기술에서 매우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여 중국에 대하여 가치사슬 측면에서 유리한 분업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
었다.
자동차와 전자산업에서 한국이 보유한 생산관리와 생산기술 측면의 뛰어난 역량은 중간관리자와 엔지니어에 힘입은 것이며, 그러한 점에서 이러한 인재
풀이 취약한 중국에 비하여 당분간 경쟁우위를 보일 것이다. 그렇지만 일본에 비하여 조직 내부에서 생산기능직을 포섭하고 통합하는 관리능력과 철학
이 부족한 것으로 보이며, 특히 생산부문의 높은 경쟁력이 장시간노동에도 의존한다는 점에서 고용관계 및 작업장 혁신을 통하여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그를 통하여 일자리의 양과 질을 높일 것이 제안되었다. 아울러 가치사슬에서 생산의 인접 영역인 연구개발과 디자인, 서비스산업 등으로의 구조 고도
화와 지식정보화로 나아갈 것도 대책으로 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