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1. 연구의 목적
현재 우리나라 고령자의 은퇴연령은 선진국에 비하여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이것은 주로 우리나라가 자영업시장의 비중이 크고 고령자의
절대다수가 농업부문에 종사하고 있다는데 기인하는 것이다. 반면에 경총이 2003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이 일반적으로 근로자를 퇴직시키는
연령은 45세 전후인 것으로 나타나서, 임금근로자의 퇴직연령은 선진국에 비하여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본 보고서의 문제의식은 어떻게 하면 중고령 임금근로자의 퇴직시점을 연기하여 개인에게는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을 가능하게 하면서 사회적으로도
부양부담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모아진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왜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퇴직시점은 이렇게 이른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여야 하는데, ?고령화 시대의 노동시장과
고용정책(I)?(한국노동연구원, 2003)에서는 임금근로자의 퇴직연령이 낮은 것은 연공급적인 임금체계와 서열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라는 두 가지
요인에 주로 기인하는 것으로 논의한 바 있다. 연공급적인 임금체계와 연령과 직급을 연계하여 인식하는 문화는 결과적으로 고령자의
임금노동시장에서의 배제라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모집?채용과 퇴직 등 인사관리의 전과정에 있어서 연령은 매우 중요한 변수로 고려되고
있으며, 특히 고연령 근로자를 배제하는 방식의 인사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고령화된 사회에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노동에 참여하고 고령자도 은퇴해서 사회적인 피부양자가 되는 시점을 연기하는 것이 국가 수준에서
바람직하다는 것은 널리 인정이 되지만, 이런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실제로 가능한 방법은 어떤 것이겠는가. 현실 수준에서 이것은 더욱 깊은
연구와 폭넓은 의견수렴을 요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고령자의 고용안정과 은퇴연기와 관련하여 경제학, 법학, 경영학적 연구를 종합하는
학제적 연구를 수행하였고, 그 결과를 가지고 정책적인 함의와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하였다.
2. 연구의 내용
제2장(김대일)은 성과 연령계층(15~34세, 35~54세, 55~64세)별로 노동력을 구분하고 각각에 대하여 수요 및 공급함수를 설정한 후,
연립방정식 체계로 노동수요 및 공급함수를 추정하였다. 이러한 추정결과를 토대로 향후 고령화가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였는데,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서 55세 이상 연령층의 취업자 규모는 증가하는 반면, 그 이하 연령층의 규모는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한편, 고연령층
남성의 노동공급 증가는 노동력간의 대체성에 따라 다른 유형의 근로자의 임금과 고용규모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으므로 정책입안에 있어서
노동수요의 상호 작용에 대한 검토작업이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제3장(신동균)은 국내외 문헌연구를 통하여 연령차별과 관련된 경제학적 이슈들을 정리하였다. 인적자본론, 장기인센티브계약론 등 많은 경제학
이론들은 연령차별의 문제를 특정 시점에서의 생산성 비교를 통하여 수행할 수는 없고 근로생애의 관점에서 분석해야 함을 시사한다. 연령에 근거한
비자발적 이직이라는 불합리한 관행을 근절시키는 연령차별금지정책은 단순히 고령자들에 대한 사회보장 수준이 낮은 현실에서 고용유지를 통하여
고령자들의 자기부양능력을 유지시켜 준다는 사회보장적 의의를 넘어서 보다 적극적으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함으로써 노동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시장론적인 의의를 갖는다.
제4장(조준모)은 우리나라에서 55세 정년제에 대한 암묵적 계약은 1970년대 고도성장기에 양질의 근로자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이 제의한
고용보장이라는 선물(gift)의 성격을 띠고 성립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정년제에 관한 암묵적인 계약은 인사적체형 인사관리, 속인적 임금체계,
폐쇄형 내부노동시장 구조, 그리고 경직적인 해고제도 등과 친화성을 갖는 것으로 설명된다. 따라서 연령 의존적인 인사관행을 벗어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 개별 근로자와 기업간에 정년연장을 위한 암묵적 계약의 재협상이 가능해지도록 인프라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협상인프라란
노동법상 정년연장에 관한 협상의 옵션을 명문화하고 정부지원을 통하여 정년연장과 임금조정의 재협상 가능성을 높이는 등의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의 한 유형이라고 볼 수 있는 ‘임금조정옵션제’를 제안하였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직무중심의 인사관리체제를
구축하고 성과주의 임금제도를 확산시켜 나가야 할 것으로 제안하였다.
제5장(조용만)에 따르면 연령차별금지법의 철학적 기초는 노령화에 따른 정신적이고 생리적인 퇴화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원칙이다. 2002년
12월에 개정된 ‘고령자고용촉진법’에 “사업주는 근로자의 모집, 채용 또는 해고를 함에 있어 정당한 사유없이 고령자 또는 준고령자임을 이유로
차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선언적인 금지에 머무를 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편, 국제기준을 살펴보면 ILO의 ‘고령근로자에 관한 권고(제162호 1980년)’에 따르면 회원국은 연령과 관계없이 근로자의 평등한 기회
및 대우를 촉진하는 국가정책과 이에 관한 법령 및 관행의 틀 내에서 고령근로자에 관한 고용 및 직업상의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제3조). 또 EU의 2000년 ‘고용과 직업에서의 평등대우에 관한 지침(제78호 지침)’은 연령을 차별사유로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이로써 EU 소속 국가는 2006년까지 관련 법령을 채택하여야 한다. 미국은 이미 1967년에 연령차별금지법을 제정하였다. 이러한
국제기준을 근거로 우리나라도 연령차별금지를 입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정년제를 두는 것 자체가 연령차별이 될 수 있으므로 정년제와
연령차별금지가 함께 가기는 어려우나, 미국의 연령차별금지법의 발달과정과 현재 아일랜드의 연령차별금지법의 사례에 따라 법적용대상이 되는 연령의
상한선을 설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당장 모든 정년제를 불법화함으로써 나타날 충격을 피해갈 수 있을 것이다.
제6장(김정한)은 보다 마이크로한 수준에서 기업의 인력관리와 보상체계의 문제를 다루는 연구이다. 임금피크제 모델을 정년보장형 모델과 고용연장형
모델로 분류하고 각각의 임금피크제 모델을 기업에서 도입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였다. 먼저 현행 정년보장형 임금피크제 모델에서는 임금
굴절연령, 임금감액률, 임금구성 항목의 조정방안을 제시하였다.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 모델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모델과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
모델로 구분된다. 노동조합이 가장 선호하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모델은 일본의 경우 1970년대에 정년연령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면서
55세부터 임금을 조정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모델에 대한 기업의 인식은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는 부정적인 것이 일본의
경우에도 현실이다. 따라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모델대신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 모델이 정년퇴직 후 근로자의 계속고용을 도모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안으로 도입되고 있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모델이든 고용연장형 임금피크제 모델이든간에 도입시 고려하여야 할 요인으로 적용대상자의 범위와
적용기준, 고용기간 및 최고 고용연령, 고용 및 근무형태. 정년 후 고용시 처우, 임금감액률 등을 일본의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3. 정책적 시사점
연령차별금지의 입법화는 모든 연구자들이 한결같이 동의하는 정책방향이다. 오직 연령을 이유로 정리해고 대상자나 명예퇴직 대상자가 되는 현상은
막을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서 45세 퇴직이라는 실질퇴직연령 하락 추세에 제동을 걸 수 있을 뿐 아니라, 직무에 따라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승진?임금 등 인사와 연동시키는 합리적인 인사관리 관행을 정착시키는 방향의 선순환을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 때 정년제는 연령차별금지법이 보호의 대상으로 하는 연령한계를 정하는 방식으로 당분간 유지해 갈 수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서
연령차별금지법은 국민연금의 수급개시연령 등을 염두에 두면서 지나치게 낮은 정년을 정할 수 없도록 유도해 나가는 제도적 수단이 될 수 있다.
기업이 정한 정년연령을 연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임금체계의 개선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기업 자신이 직무중심의 인사관리 원칙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하지만, 동시에 연공급적인 임금체계를 부분적으로 손보는 방식인 여러 가지 유형의 임금피크제를 활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 구체적인 모델의 개발과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법제적인 뒷받침은 정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