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진폐증은 단일직업병으로서는 가장 규모가 큰 산업재해 관련 질병이다. 1985년 진폐법이 제정 시행된 이후 2001년 7월까지 6,672명의 진폐
근로자가 진폐증으로 사망하였고, 1988년경부터는 진폐증으로 인한 사망자의 수가 광산재해로 인한 사망자의 수를 추월하기 시작하였다. 최근 노동부
는 전체 진폐근로자가 16,709명이며 입원요양 중인 진폐근로자는 2,825명이라고 발표하였다.
현재 진폐근로자와 그 가족들은 사회적 소외와 빈곤상태에 있다. 이들은 저학력, 고령, 질병으로 인해 경제적 능력과 일상생활 능력을 거의 상실하였
을 뿐 아니라 일부 진폐근로자는 심리적 불안과 스트레스로 인해 지나친 음주, 흡연 등의 불안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재가진폐근로자들은 병원
요양 진폐근로자들에 비해 의료적·경제적 보호를 적게 받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보호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1년 정부는 재활사
업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진폐근로자를 종합보호대책방안을 마련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진폐근로자의 상황 및 특성에 부응하는 재활프로그램을 개발할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세 가지의 연구물음을 제시하였다. 첫
째,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진폐증에 걸린 이유는 무엇인가? 둘째, 진폐증 환자들은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셋째, 진폐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것인가? 이러한 연구물음에 대해 본 연구는 진폐문제가 산업재해와 빈곤의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하고 노사관계와 사회정책의 차원에서 해결되어야
한다는 관점 속에서 해답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는 진폐근로자가 단순한 산재근로자이기보다는 노인, 빈민, 장애인의 특성을 고루 가지고 있는 사회
적 취약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폐증의 기원이 빈곤했던 광산근로자 개인에게 있기도 했지만, 1960∼70년대의 경제제일주의적 개발모델과 무기
력한 노동조합이라는 당시의 정치경제적 상황에 근거로 한 착취적 노사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폐문제는 직업병문제, 노인문제, 빈곤문제,
더 나아가 가족문제 등의 영역에 걸쳐 있는 사회정책의 문제이다.
본 연구는 태백시에 거주하며 진폐급수 1형 이상인 재가진폐근로자 61명을 대상으로 질적사례연구를 실시하였다. 그리고 태백탄전지역 재가진폐환자
507명과 지역 내 5개 일반·산재병원에서 요양 중인 환자 510명을 대상(총 1,073명)으로 양적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대상자들의 일반
사항, 광산근로자로서의 생활, 현재의 일상생활, 현행법에 의해 실시되고 있는 진폐보상에 대한 인식, 그리고 질병 치료 및 생활과 관련된 욕구 등
이다. 진폐문제 관련 기관 및 단체의 담당자들로 구성된 진폐근로자 재활프로그램 개발 연구위원회를 구성하여 진폐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론의 장
을 통해 재활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마지막으로 독일과 일본의 진폐재활프로그램에 관한 사례와 근로복지공사 직업병연구소, 가톨릭
의대 산업의학연구소 등의 연구소 중심 논문, 학위논문, 그리고 다양한 현장보고서를 근간으로 한 기존 연구를 고찰하였다.
조사결과에 의하면 진폐근로자들은 대부분 1940∼50년대부터 광산에 취직하여 약 30여 년 동안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높은 노동강도를 감수하
고 낮은 임금 속에서 빈곤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이들은 진폐증으로 인해 신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걱정, 비관, 불만 등 정서적으
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또한 진폐근로자는 광산노동의 후유증과 노인성 장애 등으로 인해 다양한 질병상태에 있으며, 노동능력의 상실과 대부
분 자녀들이 부양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빈곤상태에 있다. 한편, 본 조사에 의하면 재가진폐근로자와 병원진폐근로자 간에 생활 상태와 욕구가 상이했
다. 정부가 인정하는 합병증으로 인해 병원요양 중인 진폐근로자는 진폐특별법에 의하여 의료적 혜택뿐만 아니라 휴업급여를 받고 있는 반면, 재가진폐
근로자의 경우는 의료 혜택조차 휴업급여를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생계비의 측면에서 볼 때는 재가진폐근로자들은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사회복지제도
의 미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대상자에서 대부분 탈락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재가진폐근로자의 경우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러
한 생활환경으로 인해 병원요양 진폐근로자들은 병원의 장기입원과 병원 내의 시설 개선이나 프로그램 운영에 관심을 보이는 반면, 재가진폐근로자의 경
우는 병원 입원과 유족급여의 조기지급 또는 부검 없는 유족급여 지급을 강력하게 원하는 등 생계비와 관련된 사항의 개선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본 연구는 재활프로그램의 대상을 병원요양 진폐근로자와 재가진폐근로자로 구분하고 재활프로그램의 영역을 의료·생활·
심리재활로 구분하였다. 또한 각 대상집단의 상태와 욕구를 기초로 각각의 재활영역이 수행해야 할 내용을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확정하였다. 특히
본 연구는 재활프로그램이 대상자의 재활능력에 따라 진행되어야 함을 원칙으로 하여 각 영역을 재활준비단계, 기초재활단계, 자립생활단계, 경제적 자
활단계로 구분하였다. 각각의 단계마다 성취되어야 할 목표를 설정하였다. 정부는 재가진폐근로자들을 위하여 요양원 설립을 확정·발표하였다. 본 연구
는 요양원이 재가진폐근로자들을 위한 재활프로그램의 중요한 시설로 보고 요양원의 기능과 조직에 대한 연구결과를 제시하였다. 본 연구는 요양원에 대
한 세가지 Plan을 제시했는데, 우선 요양원은 생활시설로서 중증환자와 무주택·독거 진폐근로자의 요양 및 주거 생활을 가능케 하는 보호요양시
설(Plan A), 다음으로 생활과 이용시설의 기능을 복합적으로 수행하면서 중증진폐환자의 요양과 일반진폐근로자의 복지 및 재활, 나아가 진폐
관련 연구를 담당하는 복합기능 요양시설(Plan B), 마지막으로 일반 종합사회복지관과 같은 이용시설의 기능만을 수행하면서 모든 진폐근로자(재가
진폐근로자 포함)에게 사회복지와 의료재활서비스를 제공하고 프로그램 개발과 연구에 주력하는 진폐종합복지관(Plan C)이 그것이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진폐재활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재활프로그램을 실시하는 데 전제가 되는 인프라시스템 구축방법, 재활프로그램을 진
행함에 있어 실천의 주체와 방법에 대한 논의, 진폐문제해결을 위한 사회정책적 방안 등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