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우리나라에서 서비스산업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것에 비하여 서비스 노동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미개척 영역인 것으로 보인다. 작업장 혁신
을 비롯하여 고용관계 전반의 논의들은 제조업에서 출발하였거나, 암묵적으로 제조업 상황을 염두에 둔 경우가 많았다. 본 보고서는 서비스산업의 작업
장 혁신에 대한 선행연구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제조업에서 발달한 혁신 관련 논의가 서비스산업에도 적용 가능한지, 아니면 다른 접근법이 있는지 등
에 대한 탐색적 연구를 수행하였다. 이를 위하여 노동연구원 사업체패널 2007, 2009 자료와 2011년에 서비스 노동의 특성을 추가하여 새
로 조사된 2010 부가조사 자료를 연결하여 통계적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아울러 소매(유통), 병원, 호텔, 청소용역 등 4개 산업의 모델 기업
에 대한 국내외 사례를 모색해 보았다.
작업장 혁신에 대해 고성과작업장시스템(HPWS)이라는 보편론을 적용한다면 작업장 내 고몰입(high commitment) 혹은 고헌신(high
involvement)을 가능하게 하는 동기유발의 인적자원관리 기법과 참여를 유인하는 작업장 운영 기법들, 그리고 작업자의 역량 개발을 지원하
는 인적자원개발 및 이들 세 가지 요인들과 상호작용하는 집단적 노사관계의 파트너십 여부가 부각되게 된다. 그러나 고성과작업장시스템이라는 용어 자
체가 내포하고 있듯이 좋은 성과를 올린 기업의 HRM, HRD, 그리고 참여적 작업관행과 노사관계가 좋았다고 하는 당위론, 혹은 동어반복의 논리
구조에 빠질 위험성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전략적 인적자원관리론과 구별되는 작업장 혁신의 모델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작업조직과 노동과정으로부터 출
발할 필요가 있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린서비스론과 자율적 팀작업 방식에 대한 탐색적이고 조작적인 정의와 사업체패널(WPS) 자
료를 이용한 통계적 분석이 이루어졌다.
물론 소매업과 병원산업, 호텔업과 청소업의 사례는 보편론적 접근을 기본으로 하면서 서술되었다. 그것은 아직까지는 고성과작업장시스템이 검증된 이론
이며, 따라서 서비스업에도 언제나 적용 가능한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본 연구에서는 서비스업의 작업장 혁신과 관련하여 린 서비스론과 자율
적 작업팀 방식에 의한 고진로(high road) 접근법을 탐색해 보고자 하였다. 비록 사례 연구들에서 이러한 탐색적 의의가 충분히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향후 여러 가능성을 던져 주었다고 판단된다.
환언하자면, 서비스산업의 작업장 혁신 모델도 기본적으로는 고성과작업장시스템(HPWS)이라는 보편적 접근법을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그 구성요소로
서 참여와 자율의 작업조직, 고몰입 인적자원관리, 고역량 인적자원개발, 그리고 생산적 노사관계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근로자 삶의 질과 기업 경
쟁력 강화의 윈윈(win-win) 게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런데 참여와 자율의 작업조직은 산업별, 기업별, 그리고 기술의 성격별로 달라질
수 있다. 또한 기업의 전략에 따라 생산 혹은 서비스에 대한 접근 철학과 기법 자체가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감안한다면 서비스산업
에 고유한 작업장 혁신 모델은 작업조직과 노동과정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으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이루어지고 서비스 제공자와 소비자가 상호작용한다는 등의 서비스 노동의 여러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제조업에서 린 생산방식의 원리들이 지배적인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아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서비스산업에도 린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는, 표준
화와 현장 개선에 강조점을 두는 혁신 모델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지난 10여 년 동안 빠르게 논의가 확대되어 왔다. 다른 한편으로 대고객 관
계와 상호작용이 중요한 서비스 노동의 특성으로부터 결국 서비스 제공자 혹은 일선의 팀 단위에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대고객관계에서 서비스 질을 높
일 수 있다는 접근법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서비스 제공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만큼 역량 제고가 뒷받침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요컨대 참여와 자율의 작업조직에서 도요타식의 참여와 개선활동을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써 서비스 제공자의 창의성과 동기유발을
강조할 것인가의 차이가 발생한다. 물론 두 모델 모두 보편적 접근의 인적자원관리와 인적자원개발, 그리고 생산적 노사관계와 밀접한 관련성, 혹은
선택적 친화성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련성은 통계분석을 통하여 부분적으로 확인되었다.
한편 유통, 병원, 호텔, 청소용역을 대상으로 한 업종별 분석에서는 HPWS의 보편적 접근법을 기반으로 하면서 서비스산업에 고유한 어떠한 혁신
모델이 성립 가능한지를 탐색적으로 살펴보았다. 탐색적 연구로서 린 서비스인지, 자율적 작업팀 방식인지에 대한 명확한 가설을 갖고 접근하지 않았
고, 또 그만큼 작업조직에 대한 심층분석이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잠정 결론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부분적으로 미국 소매업
체인 웨그먼스에서 자율팀 방식의 요소들이 발견되며, 병원과 호텔, 그리고 청소용역에서 린 서비스의 요소들이 발견된다는 정도를 언급할 수 있다.
적어도 월마트의 저진로(low-road) 방식이나, 맥도날드의 테일러주의적 접근이 서비스산업의 작업장 혁신 모델이 아니라는 공감대에서 더 나아
가, 무엇이 서비스 노동을 진정한 혁신으로 이끄는가에 대한 합의된 접근법은 도출하지 못하였다.
더욱이 사례 대상 기업들은 최선의 관행(best practice)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적합한 단점들도 상당히 안고 있었다. 예를 들어 소매업의
두 사례는 모두 상당히 많은 수의 비정규직 혹은 협력업체 사원에 의존하는 시스템이며, 병원은 독일 사례와 국내 두 개 병원 사례 모두 뚜렷한 혁
신성을 보여 주지 못하고, HRM과 HRD에서만 선진성을 보여 주었을 뿐이다. 이렇게 혁신성이 부족한 가장 큰 요인은 인원부족과 교대제 문제에
서 찾아질 수 있다. 또한 국내 두 개 병원 사례는 모두 생산적 노사관계의 기반이 취약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마지막으로 청소용역은 저부가가치업종
이지만, 독일과 한국 사례 모두 활발한 작업장의 참여와 인간존중의 관리기법들을 보여 주었으며, 일반 작업자와 기술자 혹은 숙련자와의 결합 정도
가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부가가치가 많고 적음에 무관하게 사람에 대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하였다.
청소용역에서 발굴된 S사와 고객사인 N사가 함께 TQM을 전개한 사례는 매우 흥미롭다. 우리나라처럼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하고, 그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지난 10여 년간 보아 온 바와 같은 무분별하고 광범한 아웃소싱 때문이라면, 그리고 부분적으로는 아웃소싱이 불가피한 영역도 있다고 본
다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기업의 경계를 넘어서 함께 작업장 혁신을 추진한다는 것은 대단히 유의미한 접근이 될 것이다.
이 같은 한계들에도 불구하고 본 보고서의 사례 대상 기업들은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인적자원관리 및 인적자원개발, 그리고 생산적 노사관계의 뒷받
침 속에서 작업조직과 노동과정 측면에서 사람 중심성을 강화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사람 중심의 접근이 여타 경영 영역의 혁신적 노
력과 결합되면서 우량기업으로 거듭난 사례들이라고 판단된다.
결국 어떠한 서비스산업의 작업장 혁신 모델을 따르든 간에 서비스부문에서도 노동과정과 작업조직의 재편을 중심으로 하는 혁신적 시도가 다른 요인들
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사업체에는 양호한 경영성과를 안겨다 주고, 또한 근로자들에게는 삶의 질을 제고해 줄 수 있다는 것을 통계분석과 사례분석
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정책 당국은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다 빨리, 그리고 보다 널리 서비스산업의 혁신 모델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한층 강
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서비스산업의 노동을 중심으로 한 노사관계 차원의 작업장 혁신 논의 활성화는 그 자체로 모델의 정립과 최선의 관행
(best practice) 확산 및 전파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러한 공공재를 더 많이 생산하고 사회적 의제로 적극 다루어야 한다. 아
울러 서비스 노동 문제의 주변을 이루는 기술 및 비기술 차원의 혁신 기법 보급과 대학과의 연계를 통한 새로운 혁신친화적 지식생태계의 조성, 그리
고 공공조달 등을 통한 정부의 적극적인 수단 개발과 의지 표명 등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