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기업단위 단체교섭과 노사협의회를 특징으로 해 오던 우리나라의 노사관계 시스템은 2007년 말 현재 초기업단위 노조의 조합원수 비중이 사상 처음으
로 50%를 넘어서면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는 기업별 노사관계 시스템의 파편화된 구조가 노동자간 격차를 확대하고 구조조정에 대한 효과적
대응을 어렵게 했다는 노동계의 판단에 따라, 지난 10여 년간 기업별 노조를 산별노조로 전환시켜온 노력의 결과이다. 그러나 금속, 보건의료, 금
융을 중심으로 지난 수년간 전개되어온 산별교섭의 실험은 사용자단체 구성과 중앙교섭의 전개 등 형식적 완결성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정성
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는 이중, 삼중교섭과 중복 쟁의에 대한 사용자의 거부감 이외에도 산별교섭에 걸맞은 교섭의제와 하부 단위간 조율 기제를
적절히 개발해 오지 못한 노조측의 전략 결여에 그 원인이 있다.
본 연구 결과, 보건의료와 금융산업에서 비교적 원만하게 산별교섭이 발전해온 데 비하여 금속산업의 경우 여전히 불안정성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확인
하였다. 다시 말해서 국가별로 지배적인 노사관계 시스템이 형성되면서도 산업별로 상이한 단체교섭 구조가 성립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사례는 물
론 독일, 프랑스, 일본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서도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산업별, 부문별로 상이한 정책과 전략, 접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
고자 한다.
기업별에서 산별로 교섭체제를 전환한 사례가 세계적으로 전무하기 때문에 평면적인 국제비교는 곤란하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 그리고 일본의 단체교
섭 구조와 경험을 비교한 결과, 중앙교섭을 중심으로 산별교섭의 틀을 완성하려는 전략은 노사관계의 불안정만을 초래하고 애초의 목적이었던 기업간 근
로조건 통일성 확보도 어렵게 할 것으로 분석되었다. 따라서 포괄적 산별조직 내에서 부문별, 특성별, 지역별, 소업종별로 교섭단위를 실용적으로 구
축하고, 기업간, 노조간 조율(coordination) 기제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 제안되었다. 이는 단체교섭 이외에 중범위 수준
(meso-level)의 협의를 활성화할 경우 더욱 원만하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아울러 사용자 역시 산별교섭에 대한 기피 전략으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업종별, 지역별로 기업간 근로조건 조율을 강화함으로써 노동시장의 양극화 문제를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
다. 정부는 기업별인가 산별인가에 대한 선호를 갖기보다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교섭형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법제도의 미비점을 개선하고, 아울러 중층
적 사회적 대화의 틀을 통하여 근로조건 조율이 보다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