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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시설의 개발 및 관리ㆍ운영을 위하여 항만법에 따라서 설립된 ◯◯항만공사가 갑문 정기보수공사의 시공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7호의 도급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인천지방법원 2023.06.07 선고 2022고단1878 판결

  • 출판일 2023.08.15
  • 저자정영훈(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

판결 요지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자의 의미는 사실상 의미에서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였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규범적으로 평가하여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하는지에 의해 판별해야 한다. 이 사건 갑문을 항만시설로 유지ㆍ보수하는 업무는 규범적으로 볼 때 피고인 ○○항만공사의 기본적인 업무이고, 갑문 정기보수공사는 ○○항만공사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사업의 하나라는 점 등에서 볼 때 피고인 ○○항만공사는 규범적으로 볼 때 이 사건 갑문 정기보수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해야 한다. 나아가 시공의 사실상 역할에서 볼 때에도 피고인 ○○항만공사와 그 대표자인 피고인은 사실상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이를 총괄ㆍ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사업주이자 도급인으로서 산업재해발생 예방을 위한 조치를 다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야 한다.


항만시설의 개발 및 관리ㆍ운영을 위하여 항만법에 따라서 설립된 ◯◯항만공사는 국가로부터 위탁받아서 관리ㆍ운영하는 갑문에 대한 정기보수공사를 목적으로 하는 계약을 주식회사 A B와 체결하였다. A B가 자신의 근로자로 하여금 갑문 보수공사를 하게 하던 중 2020.6.3. 08:15경 공사 현장에서 A 소속 근로자인 C18미터 아래 갑문 바닥으로 추락하여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 이에 검찰은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아니하여 근로자인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하여 ◯◯항만공사와 그 대표자 D, 그리고 A B와 현장소장인 E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업안전보건법) 167조 제2항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치사죄 등으로 기소하였다.

이 사건의 쟁점은 ◯◯항만공사가 이 사건 갑문 정기보수공사의 시공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7호의 도급인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제10호의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0호는 건설공사발주자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건설공사발주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 내지 제73조에서 정하는 책임을 지고,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 등에서 정하는 도급인으로서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지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 만약 ◯◯항만공사가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한다면, 그 대표자인 D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2항에 의해서 처벌될 수 없고, ◯◯항만공사도 제173조의 양벌규정에 따라서 처벌될 수 없다. 이에 관해서 ◯◯항만공사와 D는 건설공사인 이 사건 갑문 정기보수공사를 A 등에게 발주하기는 하였으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할 책임도 없고, 실제로도 시공을 주도하거나 공사를 총괄ㆍ관리하지는 않았으므로,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할 뿐이지 사업주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의 안전조치및 제39조의 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한다거나 도급인으로서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에 따른 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지 않기 때문에 D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고, ◯◯항만공사도 제173(양벌규정)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10호의 건설공사발주자에 관한 해석, 특히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지 여부에 관한 해석에 관해서는 아직 대법원 판결은 없고 하급심 판결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대상판결은 건설공사발주자의 해석 기준과 그 근거를 제시하고 그에 따라서 ◯◯항만공사가 도급인 지위에 있음을 인정하여 유죄를 선고하였다는 점에서 향후 동종 사건에서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개정에 의해서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 개념이 신설되고 이들 재해예방책임이 확대되었지만, 정의 조항의 문언만으로는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를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점은 고용노동부도 이미 인식하고 있었는데, 고용노동부의 도급시 산업재해예방 운영지침(2020.3.)에서는 구분 기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해설하고 있다.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지 여부는 당해 건설공사가 사업의 유지 또는 운영에 필수적인 업무인지, 상시적으로 발생하거나 이를 관리하는 부서 등 조직을 갖췄는지, 예측가능한 업무인지 등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건설사업관리, 감리 등은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술진흥법, 건축사법 등에서 의무를 부여한 사항으로 이를 총괄ㆍ관리로 보지 아니함이라고 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서 보면, 갑문의 유지ㆍ보수는 ◯◯항만공사의 중요 업무 중의 하나이며, 갑문은 정기적으로 보수하고 있으므로 이는 상시적인 업무이며 이를 관리하는 부서도 있다는 점에서 ◯◯항만공사는 도급인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사건 사망재해를 수사한 근로감독관도 역시 ◯◯항만공사를 도급인으로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먼저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자의 의미를 해석하는 기본적인 방향을 확정한다. ,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자사실상 의미에서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였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규범적으로평가하여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자에 해당하는지에 의해 판별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해석하지 않으면,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는데도 그와 같은 책임을 방기하고 실제로 총괄ㆍ관리하지 않은 도급인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하는 의무를 면하고,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해야 할 지위에 있거나, 그러한 지위에 있지 않는데도 수급인의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산업재해발생 예방조치를 취하였는데도 산업재해의 결과가 발생한 사안의 도급인은 처벌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부당한 결론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이러한 해석과 논거는 종래 건설공사발주자 해당 여부를 판단한 하급심 판결들도 동일하게 설시하고 있는 것으로서 새로울 것은 없다.

건설공사발주자에 대한 이러한 이해를 전제로 하여, 대상판결은 ○○항만공사의 법적 지위에 대해서 갑문보수공사 시공상의 규범적 지위사실상의 역할로 나누어서 구체적으로 판단한다. 이러한 판단 구조는 종래의 하급심 판단과는 다른 대상판결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종래 하급심 판단 중에서 가장 주목되는 판결은 2021년 울산지방법원 판결이다. 이 판결은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자로 이해될 수 있는 경우로서 다음의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째로, 도급하는 건설공사가 도급인의 사업의 일부를 구성하고 도급인의 사업과 같은 장소에서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주화하여 도급에 의하여 행하는 경우이다. 둘째로, 도급하는 건설공사에 관하여 도급인의 지배하에 있는 특수한 위험요소가 있어, 도급인이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하지 않고서는 수급인이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ㆍ보건조치를 실질적으로 이행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고 도급인의 총괄ㆍ관리가 필수적인 경우이다. 셋째로, 도급인과 수급인의 각 전문성, 규모, 도급계약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도급인에게는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ㆍ관리할 능력이 있는 반면에 수급인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이 정한 안전ㆍ보건조치를 스스로 이행할 능력이 없음이 도급인의 입장에서 명백한 경우이다.

대상판결은 ○○항만공사가 갑문보수공사 시공상의 규범적 지위에 있음을 긍정하고 있는데, 이를 긍정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항만시설 중 갑문은 적어도 항만공사법상 ○○항만공사의 직접사업은 아니지만 항만공사법에 따라 2005. 7.경부터 무려 15년 이상 국가로부터 위탁받아서 갑문을 관리해 오고 있으므로 이 사건 갑문을 항만시설로 유지ㆍ보수하는 업무는 규범적으로 볼 때 피고인 ○○항만공사의 기본적인 업무라고 평가해야 한다. 둘째, 갑문 정기보수공사는 ○○항만공사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사업의 하나이다. 셋째, ○○항만공사의 대표자 D는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과 관계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의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총괄ㆍ관리하는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이다. 넷째, ○○항만공사의 3본부 137부의 조직 중 이러한 갑문 보수공사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를 예방하고 재해발생시 이를 처리할 부서인 사장 직속의 재난안전실, 그리고 건설본부 산하에 갑문관리실이 있으며, 갑문 설비팀, 갑문 운영팀으로 조직되어 있다. 다섯째, 이 사건 공사의 실질적 수급인인 B의 인력(상근직원이 10명 안팎에 불과한 소규모 업체)이나 자산규모, 시설규모를 비교해 보나, 나아가 이 사건 갑문 보수공사의 발주자가 공공기관인 ○○항만공사임을 감안해 보더라도, ○○항만공사는 B에 비해 월등히 우월한 지위에 있다. 여섯째, 이 사건 사고는 ○○항만공사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발생하였다.

다음으로 대상판결은 ○○항만공사가 갑문 보수공사 시공에서 한 사실상의 역할에 관해서도 역시 도급인의 지위를 인정하고 있다. , “사실상으로 보더라도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이를 총괄ㆍ관리하는 지위에 있는 사업주이자 도급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상판결은 이를 긍정하는 근거로서 ○○항만공사의 직원들이 정기적으로 갑문 정기보수공사에 관한 업무보고를 월간ㆍ주간으로 작성하고 이에는 근로자보호조치도 포함되어 있었던 점, 수급인 근로자가 위험작업을 할 때 ○○항만공사의 승인을 받아서 작업을 하였고, ○○항만공사의 위험성평가표에는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재해 발생 위험성이 적시되어 있던 점, 안전관련회의 및 공정협의회에 ○○항만공사 직원들도 거의 매일 참석하였고, ○○항만공사의 감독관들이 AB에 대해서 조언이나 시정 지시 등을 하였던 점, ○○항만공사 갑문운영팀에서 갑문 보수공사의 설계, 시공방법, 감리 등 준공까지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도면도 직접 작성하고, 수급인의 공정상황을 고려해 설계도를 직접 변경하기도 하였던 점, ○○항만공사가 B부터 공정관리계획서를 제출받아 검토하고, 안전교육 이행 여부 확인 및 기타 위험평가서 작성ㆍ이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여 이를 확인하였으며 위험성 평가가 적합하게 이루어지는지 이행점검하고, 주간작업일보, 월간작업일보 등을 제공받은 점, 고용노동부의 도급시 산업재해예방 운영지침(2020.3.)을 시행한 점 등을 들고 있다.

이상과 같이 대상판결은 규범적 지위와 사실상 역할의 두 관점으로 나누어서 건설공사의 발주자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7호의 도급인지 아니면 제10호의 건설공사발주자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이 점은 종래의 하급심 판단과는 다른 중요한 특징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의의는 대상판결이 종래의 하급심 판결보다 도급인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종래 하급심 판단에서는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현저히또는 명백한과 같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제약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대상판결이 이상에 본 바와 같이 적극적으로 도급인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것은 헌법34조 제6항으로부터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 점은 대상판결이 건설공사 도급을 주된 업무로 하는 공공기관에 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인 사업주로서의 책임을 더 엄격하게 지워야,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우리 헌법34조 제6항을 국가공동체 안에서 살아 숨 쉬게 하여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보장하는 본연의 사법작용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될 것이다.”라고 하고 있는 점에서 잘 드러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