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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한 쟁위행위에 가담한 조합원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의 책임제한 법리

대법원 2023.06.15 선고 2017다46274 판결

  • 출판일 2023.08.15
  • 저자조재호(법무법인(유한) 민 변호사)

판결 요지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ㆍ주도한 노동조합의 지시에 따라 그 실행에 참여한 조합원으로서는 쟁의행위가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어 일단 그 방침이 정해진 이상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의심이 간다고 하여도 노동조합의 지시에 불응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급박한 쟁의행위 상황에서 조합원에게 쟁의행위의 정당성 여부를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근로자의 단결권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 등은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위법한 쟁의행위를 결정ㆍ주도한 주체인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 등의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근로자에게 보장된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 따라서 개별 조합원 등에 대한 책임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현실적인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 청구금액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010.7.22. 대법원에서 원고 현대자동차 주식회사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이하 사내하청노조라 한다) 소속 근로자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된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자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조는 조합원들의 정규직 전환 및 미지급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특별교섭을 요구하였는데, 원고는 근로계약관계 부존재를 이유로 교섭요구를 거절하였다. 그러던 중 사내하청업체인 동성기업이 폐업하고 청문기업이 고용을 승계하기로 하였으나, 사내하청노조 소속 근로자들은 전직을 거부하면서 원고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였고, 조합원 40여 명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시트사업부 1공장에 진입하였다. 원고는 노조원들을 강제퇴거시키고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여 울산중부경찰서에 인계하였고, 이에 사내하청노조 노조원들은 파업에 돌입하여 2010. 11.15.경부터 2010.12.9.경까지 25일간 울산공장 1공장을 점거하여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시켰다.

원고는 위와 같은 쟁의행위는 적법한 쟁위행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사내하청노조 조합원인 피고들은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시간 동안 발생한 고정비, 장비손실, 기타손실, 수선비용 등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손해 중 일부인 20억 원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 원심은 사내하청노조 조합원들이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가능성은 높아보이지만, 위력으로 공장을 점거하고 가동을 중단시키는 등 폭력의 행사로 나아간 것은 사회통념상 용인될 정도를 넘어선 반사회적 행위에 해당하므로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은 불법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인정되는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쟁의행위로 인해 거액의 재산상 손해를 입은 원고가 손해의 일부인 고정비만을 전보받기 위해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 권리남용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원심은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들이 법원의 판결을 통해 파견근로자의 지위를 확인받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원고가 단체교섭을 거부하여 갈등이 심화된 점, 쟁의행위의 경과에 비추어 쟁위행위에 관한 책임을 피고들에게만 물을 수 없는 점, 원고의 피해가 큰 것은 생산설비가 대규모인 것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고 가동중단기간 중 기계고장 발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점, 원고가 영업비밀을 이유로 개발비 관련 전표를 제출하지 않아 개발비가 손해액 산정을 위한 감정에서 모두 제외되고 원고의 ERP 시스템 교체로 간접비의 상당부분이 감정에 반영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하였다. 이에 따라 원심은, 피고들은 공동하여 쟁의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고정비 손해의 50%에 해당하는 1357,0918,810원 중 원고가 일부 청구하는 20억 원과 이에 대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피고들이 상고하였는데, 대상판결은 원고의 소 제기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손해배상책임을 일률적으로 50%로 제한한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므로 원심 판결에는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사건에서 개별 조합원 등의 책임제한 사유의 인정 및 그 비율의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하여,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원심법원에 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대상판결은 쟁의행위에 따른 책임의 원칙적인 귀속주체는 노동조합인 점, 조합원이 노동조합의 지시에 불응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고 조합원이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일일이 판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단결권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는 점,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에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점을 근거로,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노동조합과 개별 조합원의 손해배상책임 범위를 동일하게 보는 것은 헌법상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이념에도 어긋난다고 보았다.

쟁의행위가 위법한 경우 노동조합과 쟁의행위에 참여한 조합원들은 공동불법행위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대법원은 공동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 가해자들은 부진정연대책임을 부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러 사람이 불법행위에 가담하는 경우 가해자들이 공동으로 한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므로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가해자들 전원의 행위를 전체의 행위로 전체적으로 평가하고, 각 가해자는 그 금액 전부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게 된다. 과실상계를 할 때에도 과실비율을 각 가해자별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 전원에 대한 과실을 전체적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불법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는 경우,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은 각자가 손해액 전부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손해배상에서 피해자 보호에만 치우치는 경우 오히려 손해의 공평ㆍ타당한 분담이라는 손해배상제도의 취지가 상실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 법원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해석상 과실상계와는 다른 형태의 책임제한을 인정하여 배상액의 일부를 감경하고 있다. 판례상 책임제한은 가해자 전원에 대하여 일률적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상판결의 원심은 책임제한 사유를 전체적으로 판단하여 일률적인 책임제한을 인정하였으나, 대상판결은 쟁의행위의 성격과 헌법상 단결권 및 단체보장권 보장 등을 고려하여 조합원의 지위와 역할, 가담 정도, 임금 수준과 청구금액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인 책임제한 비율을 결정해야 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기존의 판례상 책임제한 법리에 따른 것이지만, 헌법상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의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개별 조합원의 위법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는 책임제한의 정도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함을 분명히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대상판결은 조합원들의 부진정연대책임은 인정하되 책임제한의 단계에서 개별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본 점에서, 각 손해의 배상의무자별로 귀책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안번호 23038 환경노동위원회 대안)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제시하고 있는 책임제한 비율을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근거는, “근로3권이 헌법에 부여된 권리임을 감안하면 지금처럼 모든 행위자 각각에 대해 과다한 배상책임이 부과되는 것은 막아줄 필요가 있다는 위 개정안의 제안이유와 같다. 이 점에서 대상판결은 현행 법규정하에서 해석을 통해 위 개정법의 입법취지를 부분적으로나마 실현하고자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