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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판례리뷰

자택에서의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09.29 선고 판결

  • 원문제목노동리뷰 2023년 1월호(통권 제214호)
  • 출판일2023.03.21
  • 저자조재호

판결 요지

【판결 요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는바,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현실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은 대기시간이나 휴식ㆍ수면시간 등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휴게시간으로 근로자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 놓여 있는 시간이라면 이는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원고들로서는 소정근로시간인 평일 9시부터 해외 파견(Dispatch) 팀 담당자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대기하고 있다가 어디에 위치한 고객사이든 2시간 이내에 방문을 마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므로, 원고들의 평일 9시 이후 자택에서의 대기시간 역시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ㆍ감독이 미치는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들은 피고가 고객사에 약속한 장애 신고 시 2시간 이내 방문 서비스 약속을 이행하기 위하여 고객사에 신속히 이동하여야 하므로, 이러한 이동시간 역시 원고들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시간이 아니어서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들은 컴퓨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데이터 저장장치 등의 개발, 매매, 유통업 등을 영위하는 피고의 SSD Team 직원들로, 피고와 유지보수계약을 체결한 고객사에 설치된 컴퓨터 하드웨어 등 장비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 기술지원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들은 평소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주로 자택에 대기하다가 수리 엔지니어로 지정되면, 피고 전산망 및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해당 엔지니어가 고객사를 방문해야 하는 시각과 작업에 소요되는 예상시간이 기록되고, 원고들은 전산망 및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한 일정에 따라 장비를 지참하고 해당 고객사에 직접 방문하여 장애를 해결하고 다시 자택으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들은 평소 9시부터 18시까지 피고의 지휘ㆍ감독하에 대기, 이동, 고객사 방문수리, 피고의 교육 및 회의 참여, 기타 잡무 등 근로를 제공하였고, 평일 18시 이후 및 토요일ㆍ일요일ㆍ공휴일 등 휴일에도 순번에 따른 당직근무를 서거나 고객사와 미리 일정을 조율한 방문수리를 하는 등 평일 소정근로시간 업무와 동일한 내용의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평일 18시 이후 및 휴일에 제공한 근로에 대한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수당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실제 수리를 시작한 시각과 마친 시각만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데, 원고들은 소정근로시간을 초과하여 근로를 제공하지 않았고, 당직근무는 통상근로와 달리 대부분의 당직시간을 대기하면서 단속적 업무를 수행하였을 뿐이므로 연장ㆍ야근ㆍ휴일근로수당을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대상판결은 고객사가 시스템 장애 신고를 하면 피고의 모회사 해외 파견(Dispatch) 팀 담당자가 수리 엔지니어를 배정하고 있는 점, 피고는 고객사에 유사시 24시간 출동 서비스 및 장애 신고 시 2시간 이내 방문 서비스를 약속하고 있는데, 수리 엔지니어의 전체 일정을 관리하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하여 구글캘린더 및 자체 개발한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에 고객사 방문 시간, 소요 예상시간, 종료시간 등을 입력하도록 하고 이를 토대로 해외 파견 팀 담당자가 인공지능을 통하여 일정이 비어 있는 수리 엔지니어를 추천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작업건수, 배정 거절건수 및 수리 소요시간은 인사평가의 근거로 삼고 있으며, 배정을 거부하거나 고객사 방문 예정시간보다 늦은 경우 구체적인 소명을 요구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로서는 평일 9시부터 해외 파견 팀 담당자의 연락을 기다리면서 대기하고 있다가 어디에 위치한 고객사이든 2시간 이내에 방문을 마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므로, 평일 9시 이후 자택에서의 대기시간 역시 피고의 실질적인 지휘ㆍ감독이 미치는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상판결은 피고가 2015년 이후 본사에 원고들과 같은 엔지니어들이 근무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지 않고 자택을 대기 장소로 지정하고 있으므로 원고들의 자택 역시 근무지에 해당하고, 원고들은 피고가 고객사에 약속한 2시간 이내 방문 서비스 약속을 이행하기 위하여 고객사에 신속히 이동하여야 하므로 이동시간 역시 원고들에게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된 시간이 아니어서 근로시간에 해당하고, 교육 이수나 피고 주관 회의에 참여 시간 역시 전부 근로시간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당직근무 시간에 대해서는 원고들이 6주마다 순번을 정하여 1주일 동안 소정근로시간 이외의 나머지 시간에 자택에서 대기를 하는 방식으로 당직근무를 서게 되는데, 긴급한 경우 고객사에 출동하여 유지ㆍ보수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으나 출동 요청이 없는 경우 자택에서 수면이나 휴식을 취하고 있었던 점, 원고들이 출동하는 경우 피고 회사 시스템에 고객사 방문시간, 업무수행시간, 업무종료시간 등을 기록하기는 하였으나, 당직근무 시 원고들이 수행한 업무는 통상의 주간업무에 비하여 근무의 밀도나 노동의 강도가 낮다고 보이는 점, 당직근무를 하는 동안 고객사로부터 장애 접수를 받는 건수 및 그로 인하여 출동하는 빈도도 훨씬 더 적었다고 보이는 점, 당직근무 특성상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아니하여 정확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렵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별도의 당직수당을 지급해온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들이 수행한 당직근무가 통상근로의 연장이라거나 그 내용과 질에 있어서 통상근로와 마찬가지로 평가될 만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하여, 당직근무에 대해서는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기시간은 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완전히 근로자의 자유로운 시간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존재한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을 규정하고 있을 뿐, 업무와 관련된 제3의 영역에 해당하는 시간을 규율하기 위한 호출대기시간 등의 개념을 별도로 인정하고 있지 않는다. 따라서 대기시간은 근로시간 또는 휴게시간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게 된다. 「근로기준법」 제50조 제3항은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는 대기시간 등은 근로시간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통상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인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휘명령권이 완전히 배제되어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한 시간인지 여부에 따라 판단해야 하는 것으로 본다. 

대법원은 휴식시간이나 수면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 휴게시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근로계약에서 정한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의 내용과 해당 사업장에서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을 방해하거나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여 대기시간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아파트 경비원의 야간 휴게시간이 혹시 발생할 수 있는 긴급상황에 대비하는 대기시간으로 볼 수 있고, 관리소장을 통해 야간휴게시간 등에 관한 실질적인 지휘ㆍ감독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면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하거나, 버스기사가 다음 운행 전까지 대기하는 시간의 대부분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고, 다음 출발시각이 배차표에 미리 정해져 있었으므로 대기시간이 다소 불규칙하였다고 하더라도 대기시간 전부가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하는 등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대상판결이 원고들이 평일 9시부터 18시까지의 대기시간 동안 고객사에 2시간 이내에 방문을 마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고, 피고가 엔지니어의 일정 등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대기시간 등을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대법원이 제시한 판단 기준에 따른 것으로 타당한 판단으로 보인다. 

대상판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원고들의 대기장소가 자택이라고 하더라도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점이다. 원고들과 같이 호출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다가 업무를 수행하는 형태의 근로자들은 대기 장소가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사업장 밖에서 대기하는 시간도 사업장에서 대기하는 시간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자택에서 대기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라면 자택에서의 대기시간 역시 달리 볼 이유는 없다.  

한편 대상판결은 당직근무 시간이 근로시간이 아니라고 판단하였는데, 그러한 판단의 근거는 당직근무의 업무는 노동 강도가 낮고, 출동이 없는 경우 자택에서 휴식을 취하였으며, 당직근무 특성상 정확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고 별도의 당직수당이 지급된 점 등이다. 그런데 피고가 고객사에 24시간 출동 서비스 및 2시간 이내 방문 서비스를 약속하고 있고, 배정 거절이나 방문 지연 등이 발생하면 엔지니어들에게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원고들에게 당직근무 시간 동안 피고의 지휘ㆍ감독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휴식ㆍ수면시간의 이용이 보장되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원고들은 당직근무 시간 동안 언제 있을지 모르는 고객사의 신고에 대비하여 2시간 이내에 출동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므로, 설사 당직근무 시간 동안 고객사의 장애접수 건수나 출동 빈도가 적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이 그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정확한 근로시간 산정이 어렵다거나 당직수당이 지급되었는지 여부는 당직근무 시간이 근로시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 당직근무 동안 대기한 시간에 사용자의 지휘ㆍ감독을 인정할 수 있다면 그 부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하여야 하고, 당직수당을 초과하는 연장ㆍ야간ㆍ휴일근로수당이 발생하였다면 이를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당직근무 시간이 근로시간인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에 대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그 타당성에 의문이 들게 한다. 이에 대해서 항소심은 어떤 판단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조재호(법무법인(유한) 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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