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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피해 및 직장 괴롭힘에 대한 사용자의 배상책임

  1. 서울고등법원 2018-11-14 선고, 2017나2042232 판결
  2. 서울중앙지방법원2017-06-30 선고, 2016가합557529 판결
  3. 저자 구미영

【판결요지】
피고인 사용자가 성희롱 발언을 예방하지 못하여 피해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초래한 것에 대하여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하고, 성희롱 발생 후 피해자 보호조치, 재발방지대책 수립 등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조치의무 위반을 인정함. 그러나 성희롱 발언과 자살로 인한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함.

 


성희롱은 도덕적, 윤리적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피해 근로자의 인격권 및 건강권을 침해하여 헌법상 근로권 자체의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한국을 비롯한 다수의 국가는 성희롱 발생을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사용자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성희롱은 일부 직원의 예외적인, 돌출적인 일탈행위에 불과한 문제가 아니다. 남성 중심적이고 위계적인 조직문화 속에서 더 높은 빈도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희롱을 방관하지 않는 직장환경을 조성해야 할 사용자의 책임을 더욱 무겁게 여겨야 할 것이다. 일본이나 서구에 비해 더딘 속도이기는 하나, 한국의 법원이 성희롱 예방 실패에 대해 사용자의 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은 성희롱의 원인과 영향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사건에서 3인의 가해자 직원들은 각각 1회씩 성희롱 발언을 행하였고 피해자는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음이 사실로 인정되었다. 성희롱 및 여성 비하적인 언동이 허용되는 조직 분위기로 인하여 정신적 고통이 가중되었고 정신장애 상태에 빠진 결과 피해자는 자살을 하게 되었다. 유족은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보상금을 청구하였으나, 망인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급거부 처분을 받았다. 이에 원고인 유족 측은 2015년 행정소송을 제기하였고 1심에서 패소, 2심의 승소 판결을 거쳐서 상고심(2018)에서 확정되었다.
대상판결은 유족이 2016년 가해자 및 사용자인 서울시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소송과 관련된다. 성희롱 발언을 행한 가해자 3인에 대해서는 발언의 내용과 대상에 따라 각각 370만 원에서 600만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명하였다. 이 손해배상은 성희롱으로 인한 피해자의 정신적 손해에 대한 불법행위 책임으로 한정되었다. 성희롱과 자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 1심과 2심의 일관된 판단이다. 대상판결 역시 성희롱 발언이 3개월 동안 총 3회 발생하였을 뿐이고, 피해자의 상담 내용에 직장 생활로 인한 어려움만 호소되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자살과의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하였다.
대상판결은 사용자에 대해서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는데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성희롱 발생을 방지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책임을 인정하였다.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란 근로계약의 특성상 근로자의 안전, 건강 등을 보호해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를 말한다. 판례와 학설은 보호의무를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 의무로 보고 있으나 근래 들어 안전 및 건강 관련 보호의무를 주된 의무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보호의무 위반 판단과 관련해서는 해당 사고 등의 발생이 예견가능한지 여부가 쟁점으로 다뤄진다. 성희롱 사건에서 예견가능성은 사용자가 성희롱 예방을 위해 주의의무를 다했는지 여부도 함께 판단하도록 판례가 형성되고 있다. 이 사건 사용자는 성희롱 예방계획 수립 및 고충상담 창구 운영을 실시하였고, 피해자의 문제제기 이후 전 직원 대상 예방교육을 실시하였다. 그러나 이 인정사실만으로는 성희롱 방지를 위한 조치를 충분히 하여 보호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상판결의 판단이다. 예방계획 수립 및 고충상담 창구, 연 1회 예방교육 실시는 「양성평등기본법」에 의하여 공공기관에 요구되는 공통 의무이다. 따라서 이러한 활동만으로 성희롱 예방을 위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또한 이 사건에서 문제된 성희롱 발언 외에도 여성 비하적이거나 여성 근로자의 입장을 무시하는 발언(“예쁜이”, “커피 타오라” 등)이 판결문에서 확인되는 것을 보면 성희롱이 발생하기 쉬운 조직 문화에 대한 사전 시정 노력이 부족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는 것이 필자의 사견이다.
둘째, 성희롱 발생 인지 이후 사용자가 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을 불법행위로 보고 배상을 명하였다. 피해자가 상급자에게 재발방지 조치를 요청한 후 소속기관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성희롱 등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교육을 실시하였다. 그 밖에 별다른 재발방지 대책을 실시하지 않았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은 부서 소속이었음에도 분리조치 등을 실시하지 않은 것이 조치의무 불이행으로 판단한 주된 근거였다. 성희롱 예방 활동 및 발생 이후 조치를 형식적으로 실시할 경우 사용자의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서 사건 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조직 내 여성비하 및 성차별 문화 진단을 위한 모니터링, 조직 내 의견 수렴 등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사후 조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상판결에서는 사용자의 조치의무 위반에 대하여 위자료 1,500만 원 지급을 명하였다.
이 사건 원고 측은 성희롱 고충을 호소한 후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렸다는 주장을 제기하였다. 대상판결은 “너 때문에 짜증난다”, “쟤 왜 저러냐” 등의 발언, ‘직속상사가 화도 많이 내며 욕도 한다’는 것 등을 사실로 인정하면서도, 성희롱 신고에 대한 보복인지 그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성희롱 신고와 문제된 발언 사이의 인과관계 입증이 어렵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근로자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직장 괴롭힘 일반의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판결문에 확인된 발언은 정당한 업무지휘권의 범위를 넘어선 모욕적 발언이라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러한 언어적 공격이 지속적이었다면 민법상 불법행위로 인정될 수 있고 가해자 및 사용자의 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는데 그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것이 아쉬운 지점이다.

 

구미영(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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