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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단위분리의 인정기준

  1. 대법원 2018-09-13 선고, 2015두39361
  2. 저자 심재진

【판결요지】

1. 노동조합법 규정의 내용과 형식, 교섭창구 단일화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일정한 경우 교섭단위의 분리를 인정하고 있는 노동조합법의 입법취지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별도로 분리된 교섭단위에 의하여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을 정당화할 만한 현격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관행 등의 사정이 있고, 이로 인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을 통하여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이 오히려 근로조건의 통일적 형성을 통해 안정적인 교섭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를 의미한다.

2. 교섭단위 분리신청에 대한 노동위원회의 결정에 관하여는 단순히 어느 일방에게 불리한 내용이라는 사유만으로는 불복이 허용되지 않고, 그 절차가 위법하거나 노동조합법 제29조의3 제2항이 정한 교섭단위 분리결정의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교섭단위를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인데도 그 신청을 기각하는 등 내용이 위법한 경우, 그 밖에 월권에 의한 것인 경우에 한하여 불복할 수 있다.

 

 

고양도시관리공사는 2011. 4. 1. 고양시 시설관리공단과 고양도시공사가 합병하여 출범한 조직이다. 고양도시공사에는 고양도시관리공사 노동조합이 있었고, 2013. 2. 29. 고양시 시설관리공단에서부터 상용직으로 근무해왔던 근로자들이 고양도시관리공사제일노동조합을 설립하였다. 2013. 9. 14. 고양도시관리공사제일노동조합의 조합원들은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이하 이 사건 노조) 고양시 지회를 설립하였다. 설립 후 이 사건 노조는 고양도시관리공사를 상대로 교섭요구를 하였고, 이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진행되었으며, 2013. 11. 14. 고양도시관리공사 노조가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결정되었다. 이에 이 사건 노조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단위 분리결정 신청을 하였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이 사건 교섭단위 분리결정 신청을 기각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교섭단위를 분리하여야 한다고 판정을 하였다. 이 사건 사용자인 고양도시관리공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결정을 취소할 것을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기각되었고(대전지방법원 2014. 11. 5. 선고 2014구합101049 판결), 이에 항소하였으나 다시 기각되었으며(대전고등법원 2015. 2. 5. 선고 2014누12374 판결), 대법원도 이 사건 사용자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 사건 재심신청에서부터는 이 사건 사용자가 근로조건, 고용형태, 교섭관행에서 교섭단위를 분리해야 할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한 주장의 어느 하나에 대해서도 중앙노동위원회, 행정법원, 고등법원, 대법원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만큼 사실관계로 보아 근로조건에서 차이가 크고, 고용형태가 다르며, 교섭관행상 분리되어 교섭해온 점이 넉넉히 인정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이 사건 노조 지회의 상용직 근로자들은 직제규정상 정원에 포함되지 않고, 무기계약직인 시설관리원, 주차원, 상담원, 운전원과 같이 일반․기능직으로 구성되어 공무원에 준해서 취급받는 다른 근로자들과 고용형태의 차이가 있다. 이들 상용직과 일반․기능직은 직종과 업무내용이 명확히 구분될 뿐만 아니라 인사교류가 허용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 사건 노조의 상용직 근로자들은 임금체계가 직종별로 단일화된 기본급과 제수당을 지급받는 구조로 되어 있으나 일반․기능직 근로자들은 공무원 보수규정을 적용받아 호봉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근로조건에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이 사건 노조 지회와 고양도시관리노조는 각각 직종을 달리하여 가입되어 있어 조합별로 소속 직종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고,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있기 전에 고양도시관리공사노조가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도 해당 노동조합원에게만 적용되었으며, 이 사건의 상용직 근로자들은 합병 전부터 임금협약을 진행, 체결한 바 있고, 통합 후인 2012. 4. 13. 무기계약직 임금협약을 체결하였으며, 노동조합 지회의 전신인 고양도시관리공사 제일노동조합은 2013. 7. 19. 별도로 임금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들은 재심판정 이후부터 분명하게 확정되었으며, 항소심이나 대법원 판결 어디에서도 이러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달리 판단되지 않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대법원 판단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교섭단위 분리의 인정요건에 관한 대법원의 법리이다. 이 사건 대법원은 교섭단위 분리신청에 대한 노동위원회 결정이 위법한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을 일반적인 법리로 최초 설시하였다. 대법원은 그 기준으로 앞에서 인용한 바와 같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를 실현하는 방향에서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즉 대법원은 교섭창구 단일화의 취지를 “근로조건의 통일적 형성을 통해 안정적인 교섭체계 구축”으로 보면서, 교섭창구 단일화를 할 경우 이러한 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운 경우에 교섭단위의 분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은 교섭단위 분리를 엄격하게 판단하여 극히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견해는 그동안 학설에서 다수 제기되어온 바 있다.

대법원의 이러한 일반법리는 물론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하기 때문에 노동위원회의 재량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예를 들어 판단의 징표로 제시되는 근로조건의 차이는 현격성의 정도가 커야 하고, 고용형태상의 구별도 확연해야 하며, 교섭관행도 별도로 교섭하였던 것이 확인되는 등에 한정하여 교섭단위 분리신청이 극히 제한적으로만 인정되는 것으로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정적인 교섭체계의 구축을 위해 도입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오히려 안정적인 교섭체계 구축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면 존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도입이 이루어진 후 상당기간이 경과한 현 시점에서는 이 사건의 사실관계에서와 같이 분리교섭이 이루어졌다는 사정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 예외성의 정도는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중앙노동위원회는 관련 업무매뉴얼에서 교섭단위 분리결정에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별도의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선출하여 별도의 교섭을 하여야 할 정도로 노사관계의 본질적인 기초를 달리하고 있는지 등”의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문구는 대법원의 법리와 다르지만, 이 매뉴얼에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도입취지를 감안하도록 한 이후에 중앙노동위원회가 바로 이렇게 결론을 내었다는 점에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입장도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를 감안해서 극히 예외적으로 보는 점에서 대법원의 판례법리와 유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견해와 다르게 보는 것으로는 교섭단위분리신청제도를 교섭창구 단일화의 도입으로인해 퇴색될 수 있는 ‘복수노조의 순기능’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으로 바라보는 견해가 있다. 이러한 입장에서는 노동위원회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할 것이 아니라 복수노조의 순기능을 살리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필자는 헌법합치적 해석의 면에서 이러한 견해가 더 타당하다고 본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이 제도를“교섭창구 단일화를 일률적으로 강제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을 극복하고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서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라고 바라본다. 이러한 입장에서보면 교섭단위 분리는 근로조건의 차이나 고용형태 등의 차이가 큰 점이나 교섭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교섭대표노동조합이 소수노동조합 조합원의 이해를 반영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이런 입장에서는 과반수노동조합이 존재하는 경우 소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에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에 더욱 더 엄밀하게 과반수노동조합이 소수노동조합의 이해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가의 관점에서 근로조건의 차이, 고용형태, 교섭관행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러한 입장이 교섭창구 단일화가 원칙이고 교섭단위 분리가 예외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제한적이고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라도 그 인정의 구체적 요건과 범위가 소수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 침해의 최소화의 취지에서 결정되어야 함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대법원은 앞의 판례법리에서 노동조합법상 관련 규정의 입법취지만을 고려했을 뿐, 교섭단위 분리신청 제도가 단체교섭권의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라는 헌법적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심재진(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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