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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출을 위한 선거구 획정과 선거무효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05-10 선고, 2017가합537232
  2. 저자 김기선

【판결요지】

노사협의회 중 근로자위원의 선출에 있어서 선거구의 획정에 따라 발생한 투표가치의 불평등이 평등선거의 원칙 및 투표가치 평등의 원칙을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근로자참여법의 요구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할 때에는 이러한 불평등이 재량권의 한계 내의 재량권 행사로서 그 합리성을 시인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여야 한다. 각 선거구가 서로 유기적으로 관련을 가짐으로써 한 부분에서의 변동은 다른 부분에서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성질을 가지고 이러한 의미에서 선거구 전체가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는 점에 비추어 보면, 통상 고려할 수 있는 제반 사정, 즉 근로자 수 비례를 제외한 나머지 요소를 모두 참작한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합리성이 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선거구의 획정에 따른 투표가치의 불평등이 생긴 경우에는 노사협의회 중 근로자위원의 선출 자체가 근로자참여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앞서 살펴본 사실 내지는 사정, 즉 ①무엇보다 이 사건 선거 결과 대외협력 부문 근로자 1인의 투표가치와 통신사업 부문 근로자 1인의 투표가치가 20배도 넘게 된 점, ②이 사건 선거에서 각각 선거구를 이루는 10개의 사업 부문은 피고 회사가 자신의 씨앤씨 사업 부문을 다시 10개의 사업 부문으로 나눈 것에 맞춘 것이어서 결과적으로 피고 회사의 일방적인 의사에 따라 선거구가 획정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 점, ③이 사건 선거과정에서 피고 회사의 내부 기구인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를 실시하기 전에 원고 ○○○의 후보자 자격을 박탈한 것은 근로자참여법이나 이 사건 선거에 관한 피고 회사의 내부 규정에 아무런 근거 없이 그의 피선거권을 침해한 것이기도 한 점, ④앞서 본 것과 같이 피고 회사는 근로자 수 비례를 아예 제외하고 부문별 대표만을 선출한 이유로 현실적 어려움과 부문별 대표의 선출 필요서을 내세우나, 이에 관한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선거의 결과 근로자 수 비례 요소를 제외한 나머지 요소를 모두 참작한다고 하더라도 합리성이 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투표가치의 불평등이 생겼으므로, 이 사건 선거는 근로자참여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근로자참여법’)은 상시 3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 사업이나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노사협의회를 설치하도록 하면서, 노사협의회 설치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거나 방해한 자에 대해서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것을 정하고 있다(근로자참여법 제4조 제1항 및 제30조 제1항). 그리고 노사협의회 구성과 관련하여 근로자참여법은 “협의회는 근로자와 사용자를 대표하는 같은 수의 위원으로 구성하되, 각 3명 이상 10명 이하로 한다.”고 하여 노사협의회 구성에 있어 ‘노사대표 구성원칙’ 및 ‘노사동수 구성원칙’을 표방하고 있다(근로자참여법 제6조 제1항). 이에 따라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게 된다.

대상판결은 노사협의회의 근로자위원 구성이 문제된 사건으로, 이 사건 회사는 10개의 사업 부문으로 나누어져 운영되고 있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는 10개 사업 부문에 맞추어 10개의 선거구를 획정하고 각 사업 부문별로 1명씩 총 10명의 근로자위원을 선출하는 방식으로 선거를 진행하였다. 그런데 각 선거구로 획정된 사업 부문에 소속된 근로자의 수는 천차만별이어서 가장 적은 사업 부문의 근로자 수는 42명인데 반해, 가장 많은 사업 부문의 근로자 수는 989명이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선출한 것은 정당한가, 대상판결이 다루는 핵심쟁점이 바로 이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현행 법률규정을 살펴보면, 근로자참여법은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따라 구성방식을 달리 규정하고 있다. 우선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노동조합의 대표자와 그 노동조합이 위촉하는 자가 근로자위원이 된다(근로자참여법 제6조 제2항). 반면,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위원의 선출은 시행령에 위임되고 있는데, 근로자참여법 시행령에서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하여 선출하고, 사업의 특수성으로 인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작업부서별로 근로자 수에 비례하여 근로자위원을 선출할 선거인을 먼저 선출하고 근로자위원 선거인 과반수가 직접․비밀․무기명투표를 하여 근로자위원을 선출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근로자참여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노사협의회 규정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사항으로 노사협의회의 위원 수, 근로자위원의 선출절차 및 후보등록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을 뿐(근로자참여법 제18조 및 동법 시행령 제5조 제1항), 근로자위원 선출에 있어 평등선거의 원칙, 보다 구체적으로는 ‘투표가치 평등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노사협의회의 설치 및 운영 등과 관련하여 "노사협의회 운영 매뉴얼"을 작성․배포한 바 있는데, 여기에서는 무노조 또는 과반수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의 근로자위원 선출과 관련하여, “무노조 사업장 또는 과반수 노조가 조직되어 있지 않은 사업장에서 근로자위원은 근로자들의 자율적인 선출절차에 의하여야” 한다는 대단히 원칙적인 내용만을 담고 있을 뿐이다.
대의제 민주주의국가에서 대표자는 피대표자의 정당성을 먹고 산다. 그리고 대표자의 민주적 정당성은 선거제도를 통해 확보된다. 선거제도 및 그 운용은 대의제 민주주의 실현의 성패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민주적 선거를 위한 기본원칙을 헌법 차원에서 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헌법 또한 “국민의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를 선거의 기본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헌법」 제41조 제1항 및 제67조 제1항).
평등선거는 단순히 1인 1표(one man one vote)로 대표되는 ‘선거의 수적 평등’ 내지 ‘산술적 계산가치의 평등’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평등선거는 선거인 1인이 행사한 1표의 가치가 피대표자 선출에 미친 결과에 있어서도 평등하여야 한다는 ‘투표의 성과가치의 평등(one vote one value)’을 요구한다. 선거에 있어 투표는 형식상으로는 평등하지만 불합리한 선거구 획정 등으로 인구비례의 불평등이 발생하여 어떤 지역의 표는 다른 지역의 표의 몇 분의 1에 가치만을 가지는 경우 평등선거의 원칙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헌법재판소도 “평등선거의 원칙은 평등의 원칙이 선거제도에 적용된 것으로서 투표의 수적 평등과 투표의 성과가치의 평등을 그 내용으로 할 뿐만 아니라, 일정한 집단의 의사가 정치과정에서 반영될 수 없도록 차별적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이른바 ‘게리맨더링’에 대한 부정을 의미하기도 한다.”라고 하면서, “선거구의 획정에 있어서는 인구비례의 원칙을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구체적인 선거제도의 구조 아래에서 발생한 투표가치의 불평등이 헌법이 요구하는 투표가치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지의 여부를 판단할 때, 이러한 불평등이 헌법적 요청에 의한 한계 내의 재량권 행사로서 그 합리성을 시인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검토하여, 통상 고려할 수 있는 제반 사정, 즉 여러 가지 비인구적 요소를 모두 참작한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합리성이 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 정도로 투표가치의 불평등이 생긴 경우에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인구편차 상하 33⅓%(인구비례 2:1), 지방자치단체의 시․도의회의원 선거의 경우 인구편차 상하 50%(인구비례 3:1)를 넘어서는 경우에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한 사회의 제도 및 문화는 정치제도를 닮아가기 마련이다. 참여적 민주주의가 활성화된 나라에서 시민의 참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다. 노사관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민 또는 시민의 참여가 일상적인 나라에서는 기업 또는 사업 내 근로자참여나 노사공동결정은 익숙한 것이 된다. 헌법이 정하고 있는 민주적 선거원칙은 사회 전반에 투영되어야 할 기본원칙이다. 민주적 선거원칙이 그 사회에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는 그 사회의 민주성을 보여주는 얼굴이 된다. 헌법이 정한 평등선거의 원칙은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고 해서 간단히 무시될 수 있는 원칙일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비록 근로자참여법에 근로자위원 선출과 관련하여 평등선거의 원칙을 명문으로 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투표 등으로 표현된 근로자 전체의 집단적인 의사에 의하여 선출된 근로자위원이 노사협의회에서 가지게 되는 권한, 그리고 그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하기 위한 전제요건으로 근로자위원이 갖추어야 할 민주적 대표성 등을 고려할 때 헌법상의 평등선거의 원칙은 근로자위원의 선출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상판결은 투표가치가 20배를 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았다. 이러한 점에서 대상판결은 헌법이 정하고 있는 선거원칙은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 선출에서도 견지되어야 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확인한 판결로서 의미를 가진다 할 것이다.

 

김기선(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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