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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세 정년을 퇴직 사유로 규정한 취업규칙의 해석 변경의 유효성

  1. 서울고등법원 2018-02-20 선고, 2017나2041895
  2. 저자 정영훈

【판결요지】

정년이 57세라고 함은 만 57세에 도달하는 날을 말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지만 이것은 만 57세가 ‘만료’되는 날이 아니라 만 57세에 도달하는 날로 본다는 취지이고, ‘정년이 57세’라는 규정이 있는 경우 정년퇴직 일자 자체가 언제나 만 57세에 도달하는 그 날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없다. 인정된 증거와 변론 전체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 내부에서는 취업규칙의 정년퇴직에 관한 위 조항의 의미를 ‘정년이 되었을 경우 그 해의 말일에 퇴직한다.’는 것으로 해석․적용하여 왔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해석에 반하여 피고가 위 조항의 의미를 ‘만 57세에 도달하는 그 날’에 퇴직한다고 사내에 공지한 뒤에 원고들을 만 57세에 도달하는 날에 순차적으로 정년퇴직 처리한 것은 부당한 해고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 원고들의 사용자인 피고가 원고들에 대해서 정년퇴직 처리한 시점에 적용되고 있던 피고의 취업규칙을 보면 회사는 ‘사원이 “정년(남자:57세, 여자:57세)이 되었을 경우”에는 퇴직 조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1심 판결과 항소심 판결은 평석대상판결이 인정한 사실관계를 보면 원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고에 있어서는 위 조항은 ‘정년이 되었을 경우 그 해의 말일에 퇴직한다.’는 것으로 해석․적용되어 왔다. 즉, 피고의 사업장에서 1995.7.1.부터 이 사건 분쟁의 발생 이전까지 총 12명의 근로자가 정년을 이유로 퇴직하였는데, 노동조합 위원장이었던 근로자가 단체협약에 따라서 위원장의 임기 만료일에 퇴직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만 57세가 되는 그 해의 12월 31일 퇴직하였다. 그런데 피고는 2013.11.15. 사내 게시판에 “취업규칙 적용 관련 휴가 등 사용 안내”라는 문서를 게시하였는데, 이 문서에는 정년에 관하여 “만 57세 도달 시 퇴직함”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피고는 이 게시를 근거로 원고들을 2015.4.5., 2016.1.15., 2016.5.3.자로 정년 도래를 이유로 퇴직 처리하였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첫째, 피고 회사의 취업규정에서 회사는 사원이 “정년(남자:57세, 여자 :57세)이 되었을 경우”에 퇴직 처리한다는 조항의 해석, 둘째, 1995.7.1.부터 이 사건 분쟁의 발생 이전까지 단체협약의 정한 바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만 57세가 되는 그 해의 12월 31일 퇴직하였다는 사실이 가지는 의의, 셋째, 피고가 2013.11.15.에 사내 게시판에서 “만 57세 도달 시 퇴직함”이라고 한 의사표시의 의의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심 판결 및 평석대상판결이 적시하고 있는 것처럼 대법원은 정년을 57세라고 규정하고 있는 경우 그 의미를 만 57세에 도달하는 날로 보고, 이 날에 도달한 때에 정년을 이유로 퇴직 처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의 해석은 「민법」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특별히 문제는 없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1995.7.1.부터 이 사건 분쟁의 발생 이전까지는 단체협약의 정한 바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만 57세가 되는 그 해의 12월 31일 퇴직하였다는 점에서 위의 대법원의 해석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정년퇴직에 관한 이러한 사실관계의 존재를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지가 선결적인 쟁점으로 등장한다.

이 선결 쟁점에 대해서 1심 판결은 “피고 내부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는 경우 그 해의 말일을 퇴직일로 보는 관행이 존재”하였음을 인정하고 이에 규범적 의의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즉, 1심 판결은 대법원 2002.4.23. 선고 2000다50710 판결을 인용하면서 이 사건에서도 “피고 내부에 근로자가 정년에 도달하는 경우 그 해의 말일을 퇴직일로 보는 관행”이 존재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관행이 존재한다면 그것이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규범의식에 의하여 지지되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1심 판결은 이와 같은 관행의 존재를 긍정한 뒤에 피고가 2013.11.15.에 사내 게시판에서 “만 57세 도달 시 퇴직함”이라고 한 의사표시의 법적 성격을 “기존의 정년 기간을 단축한 것으로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1심 판결은 정년퇴직에 관한 규범적 구속력 있는 관행(또는 관계)이 존재하는 것과 그러한 관행이 취업규칙의 정년퇴직에 관한 조항의 일부가 되는 것의 관계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를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1심 판결은 규범적 구속력 있는 관행(또는 관계)이 취업규칙의 정년퇴직에 관한 조항의 일부가 되었다고 이해하고 있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서 1심 판결은 이 사건에서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의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관한 절차 위반을 인정한 뒤에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퇴직처리가 부당한 해고라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평석대상판결은 결론적으로 동일하지만 1심의 판결의 위의 논리를 완전히 부정하고 있다. 평석대상판결은 피고가 2013.11.15.에 사내 게시판에서 “만 57세 도달 시 퇴직함”이라고 한 의사표시를 정년퇴직 조항에 관한 종래의 해석을 “일방적으로 변경한 것“으로 이해한다. 즉 법률행위의 해석 문제로 보고 있는 듯하다. 대법원은 당사자가 표시한 문언에 의하여 법률행위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과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평석대상판결은 대법원의 이러한 태도와 유사하다. 

취업규칙의 성질을 계약(또는 약관)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1심 판결보다는 평석대상판결의 논리가 더 자연스럽다. 하지만 이 사건 정년조항은 법규범으로서의 성질을 가지는 취업규칙이라는 점에서 보면 단지 해석의 문제로만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규범문언이 횡적으로 수많은 관점에 의하여 규범다발(소규범)로 일반적․추상적으로 구획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면, 즉 논리상 명백히 일반성․추상성에 의해 그 법규범이 예정하는 규범 다발 중의 일부를 구획해 낼 수 있고, 따라서 그 구획된 일부 규범도 규범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면, 1심 판결의 논리는 취업규칙의 법규성에 비추어 볼 때 평석대상판결의 논리보다 더 타당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다. 즉, 해석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 규범 그 자체를 변경한 것으로 본다면 이 사건에서 피고가 2013.11.15.에 사내 게시판에서 “만 57세 도달 시 퇴직함”이라고 한 의사표시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영훈(국회 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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