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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근직원의 전면적 선거운동 금지에 대한 위헌 여부

  1. 헌법재판소 2018-02-22 선고, 2015헌바124
  2. 저자 양승엽

【결정요지】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5호는 한국철도공사에서 상근직원으로 근무하는 자에게 직급이나 직무의 성격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모든 선거운동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공사 상근직원의 지위와 권한에 비추어 볼 때 일반 사기업 직원의 선거운동보다 그 부작용과 폐해가 크다고 할 수 없으며, 「공직선거법」은 동 조항 외에도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 또한, 상근직원이 선거에 입후보하여 자신의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타인의 선거운동을 전면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다. 따라서 동 조항의 해당부분은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한다.

그리고 직무의 공익적 성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공무원에 준하는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고 볼 수 없고 지위 내지 영향력을 이용한 선거운동만을 금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므로 해당 조항은 선거의 공정성 및 형평성 확보라는 공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다. 따라서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하여 동 심판대상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다수의견)

 

청구인은 한국철도공사에서 상근 차량관리원으로 재직 중인 자로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5호와 동법 제53조 제1항 제4호에 의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메일을 철도공사 서울․경지지부 소속 노동조합원에게 발송하였다. 이에 상기 법률의 위반을 처벌하는 동법 제255조 제1항 제2호에 의해 기소되었다. 청구인은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5호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였으나 기각되자 2015.3.17.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동 심판대상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다수의견과 소수의견(2인)으로 나뉘어 판단하였다. 먼저 다수의견의 논지를 살펴보면, 일반 근로자인 한국철도공사의 상근직원의 선거운동을 제한하게 된 입법적 연혁에 대해 설명한다. 1967년의 7대 국회의원 선거와 1970년의 3선 개헌 투표 당시 공기업 임직원들을 선거운동에 동원하여 관권 선거 논란이 대두되자, 1970년 12월 정부가 과반 이상의 지분을 갖는 기관의 직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내용을 당시 구 「대통령선거법」과 구 「국회의원선거법」에 규정하였다. 관련 선거법의 개정 연혁에서 구 「지방의회의원선거법」이 정부투자기관의 집행간부가 아닌 직원까지도 지방의회의원에 입후보하지 못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결정에 따라 관련 법령이 개정되었으나 직원의 선거운동에 대해서는 수정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헌법재판소는 선거운동의 헌법상 기본권적 성격에 대해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와 선거권적 측면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선거운동의 자유가 무제한일 수는 없지만 국민주권 행사의 일환으로 민주사회의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엄격한 심사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한다.

대상조항의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을 보면, 다수의견은 철도공사의 상근직원이 특정 후보자와 정당을 위하여 편파적으로 직무를 집행하거나 관련 법규를 적용하는 등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금지하여, 해당 조문이 선거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확보한다는 점이 인정되며, 형벌이라는 그 수단 또한 적합하다고 긍정하였다. 

그러나 침해의 최소성 측면에서 볼 때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해당 조문이 헌법에 위반됨을 확인한다. 즉, 임원과 달리 철도공사의 상근직원은 사장이 임면하고 기관의 경영에 관여하거나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또한 철도공사의 상근직원이 특정 개인과 정당을 위해 선거운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한 부작용과 폐해가 일반 사기업의 경우보다 크다고 할 수도 없다. 그리고 비록 철도공사의 상근직원에게 일정 범위 내에서 선거운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더라도 구체적인 직무의 성격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이지, 일률적으로 모든 상근직원에게 전문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공직선거법」은 제86조 제1항에서 공공기관의 임직원이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운동의 기획에 참여하거나 그 기획의 실시에 관여하는 행위” 등 직무와 관련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행위 등을 개별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공사 상근직원의 선거운동을 전면적으로 제한하는 것과 자신이 직접 선거에 입후보하여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타인의 선거운동은 전면 금지되는 것까지 살핀다면 심판대상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시한다.

법익의 균형성 측면에서 보았을 때 과거 각종 관권․금권의 선거 개입으로 부패와 탈법이 일어나고 민의가 왜곡되었지만, 한국철도공사 상근직원이 수행하는 직무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이들에게 공무원에 준하는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 볼 수 없고 직무의 공익성 또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자를 개별적으로 배제하면 되기 때문에, 현재의 전면적 금지는 선거의 공정성 및 형평성 확보라는 공익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심판대상조문 중 철도공사의 상근직원에 해당하는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하였다.

 

그러나 소수의견(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다수의견이 인정한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을 판단함에 있어 선거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기 때문에 과잉금지 원칙의 심사기준을 완화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완화된 기준에서 침해의 최소성을 판단할 때 철도공사의 조직․규모에 비추어 특정집단의 이익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수행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그 영향력이 일반 사기업의 직원보다 크지 않다고 볼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직급이 낮더라도 노동조합이라는 강력한 조직을 동원한 선거개입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공직선거법」이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개별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도 선거관련기관의 유권해석과 법원의 판단을 구해야 하는 등 번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선거전문가들의 집단인 입법부의 재량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익의 균형성 측면도 부정선거가 극심했던 우리의 경험상 선거의 실질적 자유와 공정성 확보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높으며, 철도공사의 공익적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상근직원은 공무원에 준하는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된다고 한다. 따라서 공익과 기본권 제한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없다고 판단한다.

 

사견으로서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소수의견이 제시하는 논지에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먼저 소수의견은 철도공사의 독점적․공익적 사업 성격 때문에 상근직원이 그 직을 유지한 채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도모하거나 부당하게 업무를 집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소수의견은 현실화되지 않은 위험을 전제로 하고 있다. 물론 입법의 목적은 발생하지 않은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이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때에는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의 홈즈(Oliver Wendell Holmes) 판사가 제시한 바와 같이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제한할 때에는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이익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존재해야 하는데 공공기관 상근직원의 선거운동이 선거과정이 투명한 현시대에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또는 위협)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86조에 의해서도 직무와 지위를 이용한 개별적인 선거운동을 막을 수 있다는 다수의견의 주장에 대해서도 소수의견은 법령의 개별적 열거조항이 극히 비효율적이며 선거 관련 기관과 법원의 해석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번잡하다는 다분히 행정편의적 발상을 한다. 그러나 법 만들기가 어렵고 행정기관과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국민의 자유권을 포괄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을 낳게 한다. 

소수의견의 다수 무리한 주장에 대한 배경에는 노동조합의 선거운동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 않는가 한다. 소수의견은 임원과 달리 직원에게도 선거운동을 제한해야 하는 이유로 “하위직급을 중심으로 한 노동조합의 강력한 조직을 동원하여 문자메시지, 메일 등을 통한 선거 개입이 일반화되고 있는 현상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다수의견은 현실과 너무나 괴리”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소수의견은 노동조합을 철도공사의 하부 조직으로 오해하고 있는 듯하다. 소수의견이 밝혔듯이 연혁적으로 공공기관의 임․직원에 대한 선거운동 금지는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그 영향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산하 조직 및 구성원들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은 업무상의 지위로 이해관계 당사자들에게 어떤 우월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노동조합이 근로자의 권리를 향상시켜 줄 정당과 후보자를 위해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헌법재판소도 과거 1999.11.25. 선고 95헌마154 결정에서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를 금지한 구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5호에 대해 “노동단체가 단지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등의 방법으로 ‘근로조건의 향상’이라는 본연의 과제만을 수행해야 하고 그 외의 모든 정치적 활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고”라고 판단하여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소수의견의 전체 취지는 공공기관의 선거에 대한 영향력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노동자단체의 정치화가 선거에 미칠 영향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상과 같이 헌법재판소의 소수의견에 대한 이견 외에도 전체적인 결정에 있어 아쉬운 점은 헌법재판소가 심판대상조항에 있어 ‘철도공사의 상근직원’에 한정하여 위헌 결정을 하였다는 점이다. 심판대상조항인 「공직선거법」 제60조 제1항 제5호가 준용하고 있는 동법 제53조의 제4호 내지 제6호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기관뿐만 아니라 농업․수산업․산림협동조합, 그리고 「지방공기업법」상의 상근직원들의 선거운동도 금지하고 있다. 이들이라고 해서 철도공사의 상근직원과 그 법리가 다를 바 없으므로 해당 내용은 헌법에 반한다. 헌법소원제도가 기본권을 침해당한 신청인의 청구범위에서 심판하는 것이지만 헌법재판소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당 조문을 해석하여 입법자에게 입법을 촉구하였으면 어떨까 한다. 아울러 상근직원뿐만 아니라 기타 근로자와 임원의 선거운동도 직무에 관한 선거개입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제86조를 강화하는 것을 별론으로 하되 그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에 대해서도 입법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양승엽(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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