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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 도입과 절차적 정당성

  1. 서울행정법원 2018-03-15 선고, 2017구합68080
  2. 저자 김근주

【판결요지】

회사가 저성과자 실적 향상 프로그램으로 시행한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은 실제로 임금 감액을 한 적이 없다 하더라도 그 편입 자체로 임금 감액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하며, … 회사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위반된다. … 저성과자 실적 향상 프로그램 도입에 관한 사용자 측의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절차적 요건의 예외 사유인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능력과 성과에 부합하는 인사․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합리적 임금체계를 수립하는 것은 기업의 인사노무관리에서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하지만 연공서열 체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져 온 기업의 인사노무관리와 장시간노동으로 대변되는 “최소 고용, 최대 노동”이라는 현실 속에서, 합리적인 성과를 평가하고 그에 따른 임금 및 인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대상판결은 성과주의 강화라는 미명하에 도입된 ‘저성과자 역량강화 프로그램’과 그에 따른 인사 조치의 정당성 여부를 다룬 사건으로, 저성과자 프로그램으로 인한 면직 처분이 부당해고인지 여부가 주요한 쟁점 사항이다. 

이 사건 회사(이하, 회사)는 2012년 1월 25일 설립되어 상시 16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저축은행이며, 이 사건 근로자(이하, 해당 근로자)는 2012일 4월 3일 경력직 차장으로 입사하여 상품 개발 업무 등을 담당하는 근로자이다. 해당 근로자는 입사 후 1년이 지난 시점인 2013년 8월 30일부터 2016년 7월 1일까지 약 3여 년의 기간 동안 다섯 번의 배치전환 명령을 받았는데, 그 중 두 차례(2015년, 2016년)는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의 영업추진역으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회사는 2016년 7월 1일, 기존의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에 ‘성과에 따른 총연봉의 10~15% 삭감’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시행하기로 하고, 같은 날 해당 근로자를 영업추진역에 인사발령하였으나 해당 근로자는 프로그램 참여 동의서 작성 및 업무 수행을 거부하였다. 회사는 인사명령 거부를 이유로 두 차례 서면 경고를 하였으며, 이어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근무지 무단이탈, 근로거부, 업무지시 불이행, 무단결근 등의 사유로 해당 근로자에 대한 면직 처분을 결정하였다. 이에 대하여 해당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에 대한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모두 기각 판정을 받았고, 이후 (서울)행정법원에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를 청구하였다.

대상판결에서는 회사에서 도입한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이 정당한지 여부가 주로 다투어졌는데, 근로자 측에서는 ①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노동조합 및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②영업추진역 발령은 사실상 징계에 해당하는데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점 등을 근거로 해고의 부당성을 주장하였다. 반면 회사 측에서는 ㉠해당 프로그램의 평가관리 방법에 관한 부분은 근로조건과 관계가 없기 때문에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하지 않아 유효하며,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것에 해당하더라도 실제로 적용된 적이 없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성과 중심의 평가 체계에 바탕을 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양 당사자의 주장에 대하여, 법원은 해당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이 불이익 변경인지, 불이익 변경이라면 절차적 요건을 준수하였으며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단계적으로 판단하였다. 

법원은 영업추진역 프로그램은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관한 준칙을 정한 것으로서 취업규칙에 해당하며, 총 연봉의 15% 범위 내 감액을 가능하도록 한 해당 프로그램의 내용은 불이익 변경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회사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준수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근로자의 동의를 구하려는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규정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법원은 해당 프로그램 도입의 필요성과 내용과 그 상당성 등을 고려할 때,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과반수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거치지 않아도 유효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판례의 흐름을 살펴보면, 2000년대 초반의 대법원 판례들에서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 근로자의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인정한 사례가 있었다. 다만 최근에는 법률로서 정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요건을 해석상 완화하는 것을 배제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는바, 대상판결 역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관한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엄격하게 해석․적용하고 있다. 

한편 이 판례에서 검토하고 있는 사회통념상 합리성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서의 예외 사유인 합리성’이므로, 이를 근거로 모든 저성과자 실적 향상 프로그램의 정당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업 일선에서는 객관적인 기준하에서 직무교육의 수단으로만 활용되어야 하는 ‘실적 향상 프로그램’이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는 경향도 심화되어 가고 있다. 2016년 정부는 일반적으로 ‘통상해고 지침’이라고 하는 「공정인사지침」을 발표하는 등, 성과 중심의 평가와 인사 체계를 노동현실에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가 존재하였다. 성과 중심의 평가체계가 안착되지 못한 노동현실을 감안한다면, 사용자의 입장에서 저성과자 역량 강화라는 미명하에 도입되는 제도들은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그 운영 자체가 ‘가학적 인사관리’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프로그램은 절차적인 정당성은 물론 그 필요성과 내용, 그리고 운영의 형평성을 갖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무효인 저성과자 역량강화 프로그램에 따른 명령과 인사 조치에 대한 거부는 회사에

서 이를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였다는 점에서 이 판결의 실질적 의의가 있다. 

 

김근주(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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