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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사건에 대한 회사의 사용자 책임

  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8-02-06 선고, 2016가단5234961
  2. 저자 신수정

【판결요지】

피고 이○○의 각 불법행위와 피고 회사의 사무집행과의 관련성이 인정되는바, 피고 회사는 피고 이○○의 사용자로서 피고 이○○와 공동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회사가 임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예방교육을 실시하였다는 점 등만으로는 피고 회사가 사용자로서 성범죄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나아가 원고가 피고 이○○의 위와 같은 행위가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미투(Me Too)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미투 운동이란 성폭력 생존자들이 SNS를 통해 자신의 피해 경험을 잇달아 고발한 현상으로, 사회에 만연한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고 생존자 간 연대를 위해 진행되었다. 미투(Me Too)란 ‘나도 고발한다’는 뜻으로,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유하며 생존자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며 우리는 함께 연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의미가 있다. 

리뷰 대상 판결은 회사가 사내 성추행 사건을 보고받고도 가해 직원에게 경고 조치만 내린 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면 회사도 배상책임이 있다고 인정한 판결이다. 

 

피고 주식회사 **테크는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회사이고, 피고 이○○는 ◇◇베이커리 본점(**점)에서 제과장으로 근무하면서 피고 회사의 제과, 제빵업무를 총괄하였던 사람이며, 원고는 피고 회사의 ◇◇베이커리에서 일을 하였던 사람이다. 피고 이○○는 원고에게 2회의 강간과 3회에 걸친 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을 가하였고, 피고 이○○는 이러한 범죄사실 등으로 강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위반(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 사건으로 공소제기되어 2016.1.27. 그 범죄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5년의 형을 선고받았고(서울서부지방법원 2015고합186), 피고 이○○가 이에 항소하였으나 2016.6.3. 항소심에서 항소기각 판결을 선고받았다(서울고등법원 2016노460). 

원고는, 피고 회사는 피고 이○○의 사용자로서 「민법」 제756조 제1항의 사용자책임으로 피고 이○○의 성추행 및 성폭력으로 인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 회사는 피고 이○○의 위 불법행위는 피고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 없고, 설령 피고 회사의 사무집행과의 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 회사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방지교육을 매년 실시해 오고 있는 등 사용자로서의 모든 주의의무를 다하였으므로 피고 회사에게는 사용자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원고와 피고 회사의 주장에 대하여 “「민법」 제756조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일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으로, 피용자가 고의에 기하여 다른 사람에게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그 자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사용자의 사업과 시간적, 장소적으로 근접하고, 피용자의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거나 가해행위의 동기가 업무처리와 관련된 것일 경우에는 외형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아 사용자책임이 성립한다고 할 것이고, 이 경우 사용자가 위험발생 및 방지조치를 결여하였는지 여부도 손해의 공평한 부담을 위하여 부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한편, 피용자가 다른 피용자를 성추행 또는 간음하는 등 고의적인 가해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가 피용자의 사무집행 자체는 아니라 하더라도, 원고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원고를 성추행하는 등 그 가해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업무의 수행에 수반되거나 업무수행과 밀접한 관련 아래 이루어지는 경우뿐만 아니라, 피용자가 사용자로부터 채용, 계속고용, 승진, 근무평정과 같은 다른 근로자에 대한 고용조건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음을 이용하여 그 업무수행과 시간적, 장소적인 근접성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원고를 성추행하는 등과 같이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와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사안에서도 사용자책임이 성립 할 수 있다(대법원 2009.2.26. 선고 2008다89712 판결 등 참조).”라는 판례 법리를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사건 각 성추행 사건은 피고 이○○와 원고의 근무장소인 ◇◇베이커리 **점 지하 공장 내에서 발생하였고, 이 사건 각 강간 범행은 원고의 근무 직후 퇴근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실, 피고 이○○는 원고뿐 아니라 그 전후로 다른 직원들도 지속적․반복적으로 추행을 하여 왔고, 그 중 김○희에 대한 성추행 사실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보고되었음에도, 피고 회사는 피고 이○○에 대하여 경고를 하는 데 그쳤을 뿐 피해사실을 조사하고 징계하며 피고 이○○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 이에 제과팀 직원인 진○○이 피고 회사를 그만두어서 원고와 피고 이○○가 단 둘이 빵을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되었고, 이후 피고 이○○의 원고에 대한 강간 및 강제추행 범행이 이루어진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 이○○의 각 불법행위와 피고 회사의 사무집행과의 관련성이 인정되는바, 피고 회사는 피고 이○○의 사용자로서 피고 이○○와 공동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피고 회사가 임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예방교육을 실시하였다는 점 등만으로는 피고 회사가 사용자로서 성범죄 방지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며, 나아가 원고가 피고 이○○의 위와 같은 행위가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법원은 최종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에 대해 “피고 이○○의 원고에 대한 위력 추행 및 간음 행위의 태양, 그로 인하여 원고가 받은 정신적 충격 그 밖에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이○○와 피고 회사가 공동하여 책임질 위자료 금액은 4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성희롱 사건에서 사용자책임의 유형은 「민법」에서 손해배상을 발생시키는 원인을 감안하여 사용자 자신의 불법행위 책임, 사용자의 배상(대위)책임, 사용자의 채무불이행 책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용자 자신의 불법행위 책임이란 사용자가 위법행위를 하는 경우에 발생되는 책임이다. 사용자의 배상(대위)책임이란 근로자가 성희롱(불법행위)을 하여 발생시킨 손해에 대하여 사용자가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사용자의 채무불이행 책임이란 사용자가 법령 또는 근로계약 등의 노사자치규범에서 규정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발생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성희롱 사건에서 사용자가 왜 책임을 져야 하고, 어떠한 경우에 사용자 책임이 인정되고 면책되는지에 관하여 법규는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성희롱은 업무와 관련하거나 지위를 이용하여 발생하는 특성과 권위주의적 사회와 가부장적 사회에서 권력 남용의 문제와 젠더 문제가 결부하여 사회구조적으로 발생하는 특성이 있다. 그러므로 성희롱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의 부담과 성희롱을 효과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해결방법으로서 사용자의 책임문제에 관한 논의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판례들은 성희롱에 관한 법규가 없거나 법규가 미비하던 시기에서는 사용자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2002년 이후에는 미국과 일본의 판례들을 참조하여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판례들이 점차 많아지고 손해배상금도 점차 많아져 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선고된 르노삼성자동차 성희롱 사건에서도 사용자 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17년 11월 27일 개정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2018.5.29. 시행)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 사업주의 조치 의무를 강화하였다(제14조, 제37조 제2항 제2호, 제39조 제2항 제1호의4부터 제1호의7까지 신설). 개정법은 누구든지 직장 내 성희롱 발생사실을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의 신고를 받거나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사업주에게는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와 동시에 근무장소 변경 또는 유급휴가 부여 등 피해근로자 등의 보호조치를 의무화하며, 성희롱 사실이 확인된 경우는 사업주에게 피해근로자 등의 보호조치와 가해자 징계조치 등을 하도록 규정하고, 사업주에게 성희롱 피해근로자 등에 대한 신분상 불이익ㆍ부당한 인사조치ㆍ임금 등의 차별지급 등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도록 하며,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사업주가 조사의무, 피해자 보호조치, 가해자 징계조치를 하지 아니하거나 성희롱 조사 관련자가 비밀누설을 한 경우 등은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요즘 미투(Me Too) 운동이 점점 확산되고 그들과 함께하겠다는 위드유(With You) 운동까지 발생하며, 지금 한국 사회는 엄청난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제껏 침묵 속에 가해자들을 감싸주며 언제나 강자들의 편이었던 이 사회의 분위기가 바뀌어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분위기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 운동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그리고 성평등 의식을 제고하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신수정(서울시립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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