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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프로그램 객원 제작자의 근로자성 판단 기준

  1. 서울행정법원 2017-12-07 선고, 2017구합58731
  2. 저자 양승엽

【판결요지】

(해당 사안의 경우) 방송국에 소속된 객원PD는 방송국으로부터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지속적으로 받았고, 보수 또한 프로그램 편수와 근무시간이 정해져 고정적으로 받았으며, 방송국의 제작장비와 사무시설 등을 제공받아 이용하였다. 또한 객원으로서 겸업이 허용되지만 제공되는 근로시간에 비추어 방송국에 사실적으로 전속되었으며, 프로그램의 개편 여부에 상관없이 근로계약이 단절되지 않은 채 계약 갱신 또한 하지 않은 점 등을 비추어 보면 (해당 사안의) 객원PD는 「근로기준법」상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이며, 설사 기간제 근로자라고 할지라도 기간제법상의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할 수 있는 근로자로서의 요건(사업의 종료가 예정 또는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에 해당하지 않아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된다.

 

甲은 라디오 乙방송국의 객원PD로서 2007.10.30.부터 근무하던 도중 담당하고 있던 프로그램이 2016.6.3. 폐지되었다. 이에 乙방송국은 甲에게 객원PD로서의 제작업무 위탁계약을 2016. 6.3.자로 종료한다고 통보하였다. 甲은 乙방송국의 계약종료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甲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나 기간제 근로자로서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甲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이 판정에 대해 甲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17.2.10. 甲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이 없는 근로자가 되었음을 근거로 乙방송국의 위탁계약종료 통보는 부당해고임을 인정하였다. 이에 乙방송국은 서울행정법원에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재심판정을 취소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가장 주된 쟁점은 방송국 객원PD인 甲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지 여부로서, 乙방송국은 甲이 업무위탁계약을 한 프리랜서 PD로서 방송국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이 적용되지 않았고, 방송국의 구체적인 업무지휘나 감독을 받지 않으며, 고정급이 아닌 프로그램 편당 보수를 받았고, 사회보험의 직장가입자로 가입되지 않았으며, 겸직이 가능했던 점 등을 들어 「근로기준법」의 근로자가 아님을 주장하였다.

乙방송국의 주장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은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표지를 제시한 대법원 1994.12.9. 선고 94다22859 판결(이하, 94다22859 판결)과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이하, 2004다29736 판결)의 판시를 기준으로 甲의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한다. 먼저 업무의 지휘․감독 여부, 즉 甲의 乙방송국에 대한 종속적 근로 여부에 대해 甲이 객원PD임에도 불구하고 직원PD와 동일하게 사전에 상급자에게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결재를 받은 점을 들어 업무에 대한 일상적․구체적 지휘․감독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乙방송국은 甲의 출퇴근을 관리하였고, 甲의 업무는 乙방송국의 직원인 PD, 기자, VJ 등과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독립된 사업자로 볼 수 없다는 점을 확정하였다.

또한 甲은 乙방송국의 스튜디오, 카메라, 장비 등을 이용하여야 했으며, 乙방송국 또한 甲에게 근무장소와 책상, 컴퓨터, 사무용품 등을 제공하였다(즉, 자신의 원자재나 작업도구를 소유하지 않았다).

급여에 있어서도 乙방송국은 고정급이 없다고 주장하나, 甲에게 늘 방송 프로그램이 고정적으로 배정되어 근무시간이 충분히 예측 가능하였고 보수 자체에도 큰 변동이 없었다. 따라서 서울행정법원은 여기서의 보수는 근로의 대가인 임금으로 보는 것이 옳다고 판시하였다.

그리고 객원으로서 乙방송국의 업무 외 겸업을 할 수 있었으나 매일 최소 9시 30분 이상의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여 실질적으로 다른 일을 하지 못하여 약 7년간 乙방송국에 전속되었다.

甲에게 근로소득세가 아닌 사업소득세가 원천징수 되었고 각종 사회보험에서 직장가입자로서의 혜택을 받지 못한 점이 인정되나, 서울행정법원은 앞서의 2004다29736 판결의 설시대로 이는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甲과 乙방송국 사이의 근로관계의 실질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것들이 부차적인 요소인 것을 확인하였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관계를 근거로 서울행정법원은 甲이 乙방송국의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임을 인정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법원이 판단할 것은 乙방송국의 부수적 주장으로서 甲이 기간제 근로자로서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3조 제1항에 따라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할 수 있는 근로자인지 여부를 확정하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甲이 乙방송국의 프로그램 개편에 관계없이 늘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왔고, 담당 프로그램이 바뀌더라도 별도의 기간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甲과 乙방송국 사이의 계약기간은 단지 형식에 불과하므로 甲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라고 판시하였다. 또한 甲이 설령 기간제 근로자라고 할지라도 甲의 업무가 사업의 완료가 예정되어 있거나 전문적 지식과 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로서 시행령이 정한 요건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전환되었음을 가정적으로 판단하였다. 

노무계약에 있어 사용인과 피사용인의 계약 형태는 계약의 형식이 아닌 피사용인이 사용인에게 제공하는 노무의 실질적인 내용을 보고 파악하여야 한다. 우리 대법원은 이를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계약의 형식이 민법상의 고용계약인지 또는 도급계약인지에 관계없이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설명한다(94다22859 판결). 본 사안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앞서의 94다22859 판결과 2004다29736 판결의 취지에 따라 객원PD의 근무형태에 근로자성 판단 여부의 표지를 적용하여 乙방송국이 甲을 종속적인 관계에서 업무를 감독․지휘하였음을, 즉 甲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임을 확인한 것으로 사실관계에 비추어 매우 타당한 판시라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94다22859 판결과 2004다29736 판결의 변화를 상세히 분석하여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본 사안에서 서울행정법원은 甲이 독립사업자로서의 세금을 납부한 점과 사회보험의 직장가입자 자격을 부여받지 못한 점은 후자의 판시대로 사용자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경우일 수도 있음을 들어 근로관계 판단의 부차적인 요소임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전자의 판시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가하는 지휘․감독이 ‘구체적․개별적’인데 비해 후자는 그것이 ‘상당한’ 지휘․감독일 것을 설시한 점은 반영하지 못하였다. 양자의 차이를 생각하며 ‘구체적․개별적’ 지휘․감독이 근로자의 업무상 재량을 넓게 인정하기 힘든 반면, ‘상당한’ 업무상의 지휘․감독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량을 인정하여 그것이 본 사안의 객원PD처럼 그 결과물에 대해 관리자의 재가를 받더라도 사용자에 대한 종속성을 긍정할 수 있는 여지를 허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서울행정법원이, 2004다29736 판결이 제시한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지휘․감독의 시대적 변화까지 반영하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본 사안의 객원PD와 마찬가지로 방송국의 프로그램 제작은 많은 부분 외주화되어 일종의 사내하청과 같이 많은 객원 작가와 엔지니어들이 활동하고 있으나, 그들에게 독립사업자(프리랜서)의 자격이 부여되어 근로자성이 부정되고 있다. 본 판결은 이익은 독점하고 위험은 전가하는 방송제작현실의 부당한 근로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아울러 근로자의 업무상 재량이 늘어나고 사용자는 업무의 결과물만을 관리․감독하여 책임지는 현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사용자의 지휘․감독의 성질을 재고하는 계기 또한 되었으면 한다. 

 

양승엽(연세대학교 법학연구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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