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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 판단기준 및 이의 증명책임 등

  1. 대법원 2017-10-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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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및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의 소재, 사용자가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보유한 기간제근로자들에 대하여 사전 동의 절차를 거치거나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신규채용절차를 통하여 선발되어야만 계약 갱신을 해주겠다고 주장하면서 대규모로 갱신 거절을 한 경우, 사용자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는 방법

 

 

(1) 이 사건의 시초는 2011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이하, 사용자)가 운영하는 ○○시립예술단(이하, 예술단)에 소속된 ○○시립교향악단(이하, 교향악단)의 단무장 및 단원인 이 사건 근로자들 26명은 2004년부터 위촉되어 튜바,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등을 담당하여 근무하던 중 2011년 1월 말로 위촉기간이 만료되고 재위촉이 되지 않자 재위촉 거부가 부당하다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인정하여 구제명령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정하여 초심을 취소하였고, 행정법원은 이 사건 근로자들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며, 고등법원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부인한 재심판정을 취소하면서 나머지 갱신기대권 및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 등은 재심판정에 포함되지 않았던 내용으로 이의 부당성을 다툴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상고심인 대법원은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여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하였다. 이와 같이 재심판정이 취소되자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처분 심문회의 결과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갱신기대권은 인정되나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하여 기각하는 재처분을 하였고, 행정법원과 고등법원 또한 동일한 이유로 이 사건 근로자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반면 대상판결은 아래에서 언급하는 법리를 근거로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은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에 있다.  

이 사건의 사실 개요를 보면, 이 사건 근로자들은 교향악단이 설립된 2004년 12월 이후 사용자와 2년 단위로 위촉계약을 체결하였고, 위촉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정기평정을 거쳐 재위촉되어 왔으며, 이 사건 재위촉 거부가 있기 전까지 한 번도 재위촉이 거부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2010년 11월에 사용자는 예술단의 운영위원회를 개최하여 기존 단원들에 대해 재위촉 전형을 하지 않고 일제히 신규전형을 통해 단원을 선발한다는 취지의 의결을 하였고, 이에 따라 2011년 1월 중순경 실시된 공개전형에서 이 사건 근로자들 중 일부는 응시자격(‘공고일 현재 주소가 대구․경북으로 되어 있는 자’)을 구비하지 못해 응시하지 못하였고, 튜바 파트의 폐지로 기존에 튜바를 담당하던 근로자도 응시하지 못하였으며, 나머지 근로자들은 합격순위에 들지 못해 재위촉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고등법원은, 위촉기간이 만료된 자를 재위촉해야 할 의무가 있다거나 전형의 구체적인 방법이 규정되어 있지 않은바 공개경쟁으로 뛰어난 단원을 뽑겠다는 공개모집 전환 결정은 사용자의 재량에 속하며, 평가기준이나 평가방법이 불합리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고, 응시자격을 지역적으로 제한한 것은 예산 사정을 고려한 것으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아래의 판단법리를 전제로 첫째, 재위촉 거부를 해야 할 경영상 또는 운영상의 필요가 있었음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전형방식을 결정할 사용자의 재량이 있음을 인정하나, 기존 방식으로 교향악단의 수준이 하락하였다거나 기존 방식만으로 수준을 유지․향상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추단할 만한 사정에 대한 아무런 주장․증명이 없음에도 원심이 공개전형이 교향악단의 수준을 유지․향상시키기 위한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단정한 것은 받아들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둘째, 대법원은 사용자가 위촉기간이 만료되는 기존 단원들에 대해 사전 동의 또는 협의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공개전형을 실시한 것은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이 사건 근로자들의 정당한 기대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조치라고 판단하였다. 셋째, 공개전형 응시자격을 대구․경북지역에 거주하는 연주자로 제한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즉 대구․경북지역 외의 지역에 거주한다고 하여 교향악단의 단원으로서의 활동상 장애가 있다거나 그 설치 목적인 시민의 정서함양 및 지역문화창달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타당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2) 대상판결에서 필자가 주목하고자 한 것은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보다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의 판단기준 및 이의 증명책임, 그리고 계약갱신절차가 아닌 신규채용절차를 통해 대규모로 갱신을 거절한 경우(대상판결과 같은 사안) 합리적 이유의 판단방법 등을 제시한 판시내용이다. 대상판결은 이를 일반적인 판단기준으로 정식화한 최초의 판단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법원은 갱신기대권의 인정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과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의 법적 효력에 대해서는 제시한 바 있고, 이것은 대법원 2011.4.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대법원 2016.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등이다. 대상판결 또한 이 판결의 내용을 전제로 설시하고 있다.

 

①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의 판단기준 및 이의 증명책임에 대한 판시내용이다.

대상판결은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이와 같이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 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그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종전의 대법원은 계약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될 경우 사용자의 갱신거절에는 해고제한의 법리가 유추 적용되므로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였다. 대상판결은 여기서 더 나아가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는 갱신기대권을 인정하는 취지에 비추어 근로관계를 둘러싼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거부의 사유와 그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 갱신거절은 해고제한의 법리가 유추 적용되고, 해고의 정당한 사유는 사용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듯이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사정은 사용자가 입증책임을 부담한다.

 

② 계약갱신절차가 아닌 신규채용절차로의 전환을 통해 대규모로 갱신을 거절한 경우의 합리적 이유의 판단기준 및 방법에 대한 판시내용이다.

대상판결은 “특히 사용자가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보유한 기간제근로자들에 대하여 사전 동의 절차를 거치거나 가점 부여 등의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재계약 절차가 아닌 신규채용절차를 통하여 선발되어야만 계약 갱신을 해주겠다고 주장하면서 대규모로 갱신거절을 한 경우, 이는 근로자의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전면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므로, 사용자로서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될 경영상 또는 운영상의 필요가 있는지, 그에 관한 근거 규정이 있는지, 이를 회피하거나 갱신거절의 범위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는지, 그 대상자를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선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았는지, 그 과정에서 차별적 대우가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 그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 판시내용은 「근로기준법」 제24조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요건과 맥을 같이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①’의 갱신거절의 합리적 이유는 주로 근로자측의 사정에 기해 발생하는 것이고, ‘②’는 주로 사용자측의 사정에 기해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법원이 그동안 판례 법리로 축적해온 갱신기대권 법리를 한층 더 발전시키고 구체화하였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큰 판결이라 생각한다. 

 

강선희(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