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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와의 비동거와 육아휴직급여 부정수급 여부

  1. 대법원 2017-08-23 선고, 2015두51651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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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요지】

원고가 멕시코에 체류한 이후의 일정한 기간 동안 육아휴직급여 수급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육아휴직급여를 수령하였음을 이유로 고용보험법 제74조 제1항, 제62조 제3항에 따라 잘못 지급된 육아휴직급여를 징수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어도, 원고가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육아휴직급여를 수령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대상판결의 사안에서는, 남편이 실직해 홀로 생계를 꾸려나가던 여성 근로자가 아이를 출산한 후 육아휴직을 신청하고 이후 육아휴직급여로 980여만 원을 지급받았는데, 육아휴직기간 동안 실직 중인 남편의 해외사업 가능성을 알아보고 남편의 해외창업 준비를 도와주기 위해 아이까지 함께 멕시코로 가기로 결심하여 아이 명의의 여권 발급 및 항공권 예약까지 하였다. 그러나 아이의 건강 문제 등으로 함께 출국할 수 없게 되자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남편과 함께 출국하여 8개월 간 멕시코에 있으면서도 인터넷으로 아이의 기저귀․분유․이유식․의류 등 물품을 구입해 아이에게 보내고 친정어머니와 수시로 아이 양육에 필요한 전화통화를 하며 양육비를 보내는 등으로 양육을 하였으나 귀국 후,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육아휴직급여 수령 중 아이를 양육하지 않고 해외에 체류했다’는 이유로 육아휴직급여 지급제한처분과 함께 해외체류기간 동안 지급받은 급여의 반환명령 및 추가징수처분을 받았다. 고용노동청은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상 영유아와 동거하지 않으면 육아휴직은 종료되므로 해당 근로자는 거짓 또는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해당근로자는 고용보험심사위원회에 이 처분에 대한 심사를 청구했으나 기각되자 행정소송으로 다투었다. 

 1심 법원에서는 “어린 아이를 기르는 것을 말하는 육아에는 직접 영유아와 동거하면서 기르는 것뿐만 아니라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실질적으로는 가족 등에게 영유아를 맡기는 등의 방법으로 기르는 것도 포함된다 … 원고는 해외에 체류해 아이와 동거하지 않은 기간에도 실질적으로 어머니를 통해 아이를 양육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영유아와 동거하지 않는 경우 육아휴직이 종료된다는 내용을 일반인이 쉽게 알기는 어렵다”, “원고가 단순히 출국을 목적으로 육아휴직을 한 것으로도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춰 부정한 방법으로 육아휴직급여를 받았다고 볼 수 없다”는 등 이유로 자녀와 동거하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자녀 양육을 책임진 것이어서 육아휴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하며 원고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런데 이에 대해 피고 행정청이 항소하였고, 항소심 판결에서는 실질적 양육에 대한 구체적 판단을 달리하여, 육아휴직기간 중 8개월 동안 아이를 국내에 둔 채 해외 체류한 것은 영유아와 동거하지 않게 된 경우에 해당하여 육아휴직 종료 사유가 되므로 이 기간에 대해 육아휴직급여를 받은 것은 부정수급이 된다고 하여,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는 다시 불복하여 상고하였고 대상판결은 그 최종결론에 해당된다.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육아휴직급여를 받는 경우, 그에 대해서는 추후 지급제한, 반환명령, 추가징수라는 제재적 행정처분이 내려지고(「고용보험법」 제62조, 제73조 제3항, 제74조) 행위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어서(「고용보험법」 제116조 제2항) 부정수급인지 아닌지 여부는 당사자에게는 매우 중대한 문제이다. 게다가 부정수급은 제도에 대한 신뢰성을 감소시키고 때로는 제도 자체의 존폐논란을 유발하기도 하기 때문에 제도의 실효성과 관련해서 부정수급 문제는 대단히 중요한 쟁점이 된다.

육아휴직급여를 받기 위한 전제는 육아휴직이고 육아휴직을 신청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건은 ‘자녀양육’일 것을 남녀고용평등법에서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육아휴직급여의 근거법률인 「고용보험법」에서는 육아휴직급여의 부정수급의 요건으로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를 받았을 것을 명시하고 있는데, 육아휴직 근로자가 자녀와 동거하지 않은 것을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은 것에 대한 부정수급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 문제가 된다. 

자녀와의 비동거가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은 것에 대한 부정수급이 되는지 아닌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첫째,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가 육아휴직의 요건으로 자녀 양육을 명시하고는 있지만 양육에 동거가 필수적인지 해당 법문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 둘째, 육아휴직급여의 근거 법률인 「고용보험법」에서는 육아휴직급여의 부정수급 사유로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것을 명시한 바 없거니와 자녀와 동거하지 않게 된 경우 그에 대해 고용노동행정관서에 신고의무를 부여한 바도 없는 점, 셋째,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14조에서 육아휴직 종료 사유 중 한 가지로 ‘자녀와 동거하지 않게 되어 이를 사업주에게 통지하고 사업주로부터 근무개시일을 통지받은 경우’를 명시하고 있지만 이 조항으로부터 「고용보험법」상 육아휴직급여의 부정수급의 사유로서 자녀와의 비동거를 도출해내는 것이 법해석상 타당한지 불분명하다는 점 및 이 조항으로부터도 자녀와 동거하지 않게 된 근로자의 고용노동행정관서에 대한 신고의무를 끌어낼 수 없다는 점 때문이다.

우선 어떤 행정작용이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련된 것일 경우 그 행정작용의 근거가 되는 하위규범이 상위법으로부터 위임을 받지 않고 새로운 내용을 규정하거나 상위법과 어긋나는 내용을 규정하고 있으면 법률유보의 원칙 및 법률우위의 원칙에 위배되어 곤란하다. 이와 관련하여 육아휴직급여에 대해 살펴보면, 육아휴직급여의 전제가 되는 육아휴직의 종료 사유는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에 규정되어 있는 반면에 육아휴직급여의 요건은 「고용보험법」에 규정되어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더구나 육아휴직이 육아휴직급여의 전제이기는 하지만, 육아휴직의 법적 근거는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이고, 육아휴직급여의 법적 근거는 「고용보험법」 제70조로서 서로 다르기 때문에 양자는 구별되는 제도라는 점이다. 육아휴직은 휴직이기 때문에 그 본질상 복직의 권리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고 동시에 사업주와의 관계에서 요구할 수 있는 것이어서 그 성격은 사회보장 취지가 가미된 노동법적 권리인 것임에 반해 육아휴직급여는 육아휴직 이용 장려라든가 근로관계 종료 예방 등 목적이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고용보험이라고 하는 사회보험을 통해 지급되는 것이고 휴직으로 인한 육아 부담비용 등을 사회연대 차원에서 분산시키기 위한 사회보험수급권이어서 본질적으로는 사회보장법적 권리라는 점이다. 게다가 민간근로자에 있어서 육아휴직을 한다고 해서 반드시 육아휴직급여가 자동적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가 고용보험을 관리하고 있는 국가(고용노동행정관서)에 별도의 급여 신청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 육아휴직급여의 요건과 육아휴직의 요건이 서로 관련성이 있는 것은 맞지만, 두 가지 제도는 법적 근거와 입법취지가 서로 다른 제도인데다가 육아휴직의 요건과 육아휴직급여의 요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고용노동행정관서가 육아휴직급여에 대한 부정수급을 판단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자녀와의 동거를 하지 않은 경우에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은 것에 대해서 육아휴직급여의 실체적 요건이 흠결된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그렇다고 해서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상 육아휴직 종료 사유에 관한 규정이 곧바로 「고용보험법」상 육아휴직급여에 대한 부정수급의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의 규정은 관련 규정을 체계적으로 해석할 때, 육아휴직이 필요없게 된 근로자로 하여금 원활하게 직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사업주에게 강제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결정적으로 모법인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에서 육아휴직의 종료 사유를 시행령에 위임한 바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그러므로 만약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에서 육아휴직 종료 사유로 규정된 ‘영유아와 동거하지 않게 된 경우’를 육아휴직급여를 지급받은 것에 대한 부정수급의 근거로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자녀와의 비동거 자체를 육아휴직의 근거 법률인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육아휴직 불가사유로 규정하고 있었어야 한다. 따라서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14조 제1항의 ‘영유아와 동거하지 않게 된 경우’에 대해서는 그 취지를 굳이 육아휴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근로자로 하여금 사업장에 원활하게 복귀하도록 하기 위한 규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이 규정이 육아휴직의 적극적 종료 사유로 해석되어 육아휴직급여의 부정수급의 근거로 전용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만약 영유아와 동거하지 않게 된 경우가 육아휴직급여의 부정수급의 사유가 될 수 있으려면, 자녀와의 비동거가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14조의 표제처럼 ‘영유아의 사망 등에 따른 육아휴직의 종료’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거나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 제13조에서 규정한 육아휴직 철회 사유에 해당하는 ‘영유아 사망’, ‘양자인 영유아의 파양 또는 입양취소’, ‘육아휴직을 신청한 근로자가 부상, 질병 또는 신체적ㆍ정신적 장애나 배우자와의 이혼 등으로 해당 영유아를 양육할 수 없게 된 경우’와 동등하게 평가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현행 법령하에서 자녀와 동거하지 않은 것을 부정수급 사유로 삼으려면 만연히 비동거 그 자체를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는 아니 되고 실질적으로 처음부터 양육할 의사가 전혀 없이 금전 기타 다른 목적으로 육아휴직을 하였다는 점을 밝혀야 할 것이다. 동거를 하더라도 양육이 아니라 학대이거나 방치인 경우도 존재하고 또한 적어도 현행 법령상으로는 양육한다고 해서 반드시 동거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해석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녀고용평등법 시행령상의 육아휴직 종료 사유 중에 자녀와 동거하지 않게 된 것을 일률적으로 육아휴직급여의 부정수급으로 연결짓는 것은 곤란하고,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양육이라고만 명시하고 있는 이상 동거 여부를 부정수급의 핵심적인 표지로 삼아서도 곤란하다. 양육의 방식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고 관련 법해석이 명확히 정리된 바도 없으며 자녀와 동거하지 않게 되었다고 하여 반드시 고용노동행정관서에 신고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신고의무를 도출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관련 법령의 체계나 문언 그밖에 제도의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부모는 자녀의 양육에 적합한 방식을 적절하게 선택할 수 있고 자녀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양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 육아휴직 대상 자녀를 국내에 두고 해외에 체류한 경우에도 그것이 양육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육아휴직자의 양육의사․체류장소․체류기간․체류목적․육아휴직 전후의 양육의 형태와 방법 및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는 점, 부정수급이라 함은 급여를 지급받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격을 가장하거나 자격이 없다는 점 등을 감추기 위하여 행하는 일체의 부정행위로서 급여 지급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적극적․소극적 행위라는 점, 부정수급은 지급제한․반환명령․추가징수의 대상이 되고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점, 수급자에게 잘못 지급된 급여가 있으면 이를 징수할 수 있는 별도의 반환명령에 관한 규정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부정수급이 되기 위해서는 허위․기만․은폐 등 사회통념상 부정이라고 할 만한 행위가 있어야 하고 단순히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았음에도 급여를 수령한 경우까지 부정수급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하였다. 

대상판결은 원고가 법령상 요구되는 서식에 사실대로 작성하여 급여 신청을 하였고, 법령상 자녀와 비동거하게 되는 경우가 급여 제한 사유로 명시된 바도 없으며, 육아휴직자에게 이런 사정이 생기는 경우 고용노동행정관서가 원고에게 급여 제한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 바도 없고 달리 신고를 요청한 바도 없으며, 원고가 처음부터 해외출국만을 목적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한 것도 아니라는 점 등을 인정하여, 원고가 자녀와 동거하지 않고 해외에 체류하게 된 기간 동안 급여를 받은 것이 육아휴직급여의 요건에 부합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정수급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요컨대, 부정수급의 인정여부에 대한 대상판결의 판단은 신중한 입장에서 타당하게 이루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대상판결은 실질적 양육의 의미가 무엇인가라든가 양육에 있어서 동거가 가지는 법적 가치 그밖에 동거의무의 정도에 대한 판단기준 등은 제시하지 않았는바, 이러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지적해 주었더라면 향후 육아휴직급여의 정책운영에 더욱 도움이 되었을텐데, 그러한 판단에 대해서는 회피해 버렸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상판결은 원고의 행위가 부정수급은 아니라고 하였기 때문에, 원고가 부정수급을 했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고 추가징수나 추후 지급제한처분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본다. 그러나 오해하면 안 되는 것이, 대상판결에서 원고가 부정수급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고가 해외체류한 기간에 대해 지급받은 육아휴직급여가 요건에 맞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 기간에 대해 지급된 것은 잘못 지급된 것이므로 그 부분에 대한 반환만큼은 정당하다고 보는 점이다. 

 

노호창(호서대 법경찰행정학부 교수)

 

월간 노동리뷰 2017년 10월호 (통권 제151호), 한국노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