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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휴가 당일 발생한 협력업체의 납품 지연 문제를 회사에 즉시 보고하지 않아 징계가 인정된 사례

  1. 서울고등법원 2017-05-24 선고, 2016누81989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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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요지】

근로자가 연차휴가 당일 협력업체의 자재 납품 지연으로 결품이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이를 즉시 회사에 보고하지 않음으로써 자재통제 업무를 게을리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사유(고의, 중과실로 중대한 사고를 발생시킨 자, 회사의 정책방향에 역행하고 간부사원의 본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여 그 결과로 회사업무에 악영향을 끼친 자)에 해당한다. 

 

 

대상판결은 근로자가 연차휴가 중에 업무상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징계가 인정된 사건이어서 관심이 주어진다. 대상판결의 회사는 자동차 제조회사이고 근로자는 생산관리부에서 자재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이다. 그 근로자는 연차휴가 당일, 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로부터 납품이 지연되고 있다는 전화를 받고, 배송차량 상황을 파악하고 자재가 결품되지 않도록 납품업체를 독려하였다. 그렇지만 이러한 상황을 회사에 즉시 보고하지는 않았고, 결국 자재의 결품이 발생하여 생산라인이 18분간 정지되었다. 회사는 연차휴가를 사용하면서 업무인수인계를 미실시한 점 및 즉시 보고를 누락한 점 등을 이유로 견책의 징계처분을 하였다. 대상판결과 1심 판결(서울행정법원 2016.12.1. 선고 2016구합63798 판결)은 업무인수인계에 관해 정한 바가 없어 업무인수인계 미실시 부분은 징계사유가 되지 않으며, 즉시 보고 누락부분은 위의 판결요지와 같이 징계사유로 인정하여 견책의 징계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휴가일에는 근로제공 의무가 면제되어 쉬게 된다. 대상판결 사건처럼 연차휴가가 비록 1일간이더라도 그 날은 근로제공 의무가 없다. 그럼에도 회사 일을 무언가 잘못 처리하였다고 징계를 받는다면, 그 전제로 회사 일을 하여야 할 어떠한 의무가 있는지가 설명되어야 한다. 취업규칙에 휴가 중에도 회사 일을 일정 부분을 하도록 규정한다면 그것은 휴가 중의 근로제공 의무를 설정하는 것이 된다. 연차휴가를 보장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60조에 위반되어 그러한 취업규칙은 무효이다. 

다음으로 이 사건처럼 특별한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점에서 근로자는 사고를 대처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부담되는지가 논해질 수 있다. 노동관계는 인적․계속적 관계이므로 노사 당사자가 근로제공․임금지급 의무에 덧붙여 신의칙상 성실․배려의 의무를 당연히 부담한다고 해석되고 있다. 근로자의 성실의무의 내용으로 흔히 영업비밀유지 의무, 경업피지 의무, 사고대처 의무 등이 거론된다. 사용자의 성실의무의 내용으로 안전배려 등 배려의무가 거론된다. 근로자의 신의칙상 사고대처 의무란 근로자는 근로시간 내외를 불문하고 작업시설․설비․원료 등에 결함을 발견한 경우에 사용자가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수 있도록 이를 지체 없이 사용자에게 고지하되, 고지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사정이 급박하면 고장․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한 응급조치를 하여야 한다. 작업시설 등의 결함은 고장․사고, 그 밖에 사용자에게 중대한 손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 결함 유무 등의 상태는 근로자가 더 발견하기 쉽기 때문에 근로자는 근로제공 의무의 범위를 넘어 이러한 발견에 대처하여 사용자의 이익을 보호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사고대처 의무는 사업장에서 있다가 발견한 사고를 전제한다. 휴일이나 휴가로 사업장에 없는데도 사업장의 사고를 발견한다는 것은 상정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연차휴가를 “노동으로부터 일정기간 해방”으로 이해한다(헌법재판소 2015.5. 28. 2013헌마619 결정). 대상판결의 사건은 징계처분이 인정되어 휴가조차도 진정하게 노동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했다.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다시 노동에의 구속으로 변화하는 계기는 무엇일까? 바로 휴대전화로 납품업체로부터 업무상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휴가 중에 거래처 휴대전화 연결을 받아야 할 의무는 없다. 거래처와의 통화는 그 근로자가 선의로 전화를 받았기에 이루어졌다. 근로자의 선의가 오히려 회사에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는 잘못을 만들었다. 완성차 제조업체에서는 납품자재의 물류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재의 재고물량을 줄이고 있다. 납품 지연에 따른 결품 방지는 그 근로자의 일상적인 업무이다. 담당직원의 휴가로 결품 방지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것을 특별한 사고라 보더라도, 그것은 그의 휴가로 인해 미리 예견되는 사고 발생이다. 대상판결은 사고 대처로서 회사에 즉시 보고하지 않았다는 점에 근로자의 잘못이 있다고 한다. 회사 밖에 있을 때는 회사에 즉시 보고하여 현장에서 가능한 빨리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점을 적용했다. 그러나 이것은 근무도중 회사 밖에 있을 때를 전제한다. 대상판결은 휴가 중에 근로자가 선의로 거래처의 전화를 받아 사고를 알게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했다. 근로제공 의무가 면제된 휴가인데도 근로제공 의무의 하나인 즉시 보고의무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신의칙이 내세워야 할 사회통념이란 휴가일에는 회사일이 아무리 급하다 해도 전혀 연결되지 않는 것이다. 휴대전화로 인해 직장 업무의 시공간은 사업장 밖으로까지 확대될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 아닌 시간까지, 휴일까지, 심지어 휴가일까지도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4시간 언제나 대기 중이며 업무를 보아야 하게 되어 노동의 종속성 강화로 나타난다.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휴대전화가 인터넷 연결이 가능해졌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이메일을 통해, 카톡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당연히 업무 일로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을 일하는 존재로서만 의미를 부여한다. 이러한 생각은 올바르지 못하다. 우리가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인간에 대해 일하는 존재로서의 의미와 일 밖에서 삶을 누리는 존재로서의 의미를 함께 존중하려 함이다. 휴가 중에는 “소셜 블랙아웃”이 사회통념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노동으로부터 해방이라는 휴가의 본질을 살릴 수 있다. 휴가 간 근로자가 회사 일에 전혀 신경 쓰지 않도록 배려할 의무가 오히려 사용자의 신의칙상의 의무라고 해석되어야 한다.

대상판결은 징계처분의 전제인 근로자의 의무가 취업규칙상의 근로제공 의무인지 신의칙상의 사고대처 의무인지에 관한 깊은 성찰도 없으며, 휴가의 취지에 대한 깊은 성찰도 없다. 비록 견책처분이어서 중한 징계는 아니었지만, 휴가 중에도 업무 일을 파악하고 즉시 보고하여야 한다고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오히려 휴가는 업무 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하고, 회사가 휴가에 대처하는 방법을 세우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대상판결에서는 그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업무대체자를 지정하고 업무인수인계를 할 의무는 없었다고 판단했다. 미리 회사가 업무대체자의 지정과 업무인수인계에 관해 매뉴얼이나 내부규정을 두어야 한다. 이 사건처럼 수십 개의 협력업체들을 상대로 자재납품 상황을 점검해야 하는 자제통제 업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담당직원이 휴가를 앞두고 협력업체에 메일을 보내 자신의 휴가 날짜와 함께 업무대체자와 연락처를 전달하는 것도 회사의 매뉴얼이나 내부규정에 두어야 한다. 근로자의 휴가로 인해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대처할 책임은 오로지 사용자의 몫이다. 

 

김홍영(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월간 노동리뷰 2017년 10월호 (통권 제151호), 한국노동연구원.